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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를 배우려면

수화를 배우다 보면.....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9. 2. 19.

 

 

수화를 잘하는 법

 

수화를 배우다 보면 여러 가지 벽에 부딪히게 된다.

 

 

첫 번째 벽


수화를 이제 처음 배우기 시작하는 때이다.

강의 시간에 앞에 계신 선생님은 수화를 아주 자연스럽게 구사한다. 수화 하나하나 따라서 해보는 나는 손가락이 내 마음대로 잘 안 움직인다.

 

특히, 지문자의 경우 ㅈ,ㅊ 의 경우 정확도가 없다.

이럴 때는 끊임없는 반복연습 외에는 방법이 없다. 피아노의 경우.. 처음부터 모차르트나 바하를 배우는 사람이 있던가,, 기초단계인 바이엘부터 차근차근 배운다.

 

그리고 손가락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때 다음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수화도 마찬가지다. 많은 연습량이 필요하다. 즉, 다른 언어와 마찬가지로 듣기(보기), 말하기(수화동작), 대화가 필요한 것이다.

 

 

두 번째 벽


기초반을 수료하면 이제는 단어를 어느 정도 외울 수 있다.

그러나 정치, 경제, 흔히 사용하는 단어들은 외우기가 어렵다. 선생님들이 모두 수화의 어원을 가르쳐 주시면 좋은데 그렇지 못한 단어들이 많기 때문에 무작정 외우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수화로 대화할 때, 다른 사람이 수화를 하면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한다. 그러다가 다시, 다시를 연발하면서 천천히 해 줄 것을 요구한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듣기(즉, 보기) 연습이다.

 

우리는 기초반 때 수화를 단어 위주로 배운다.

먼저 단어를 알아야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듣기(다른 사람의 수화사용동작을 보기)를 게을리 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혼자서 연습하기는 정말 어렵다. 누군가 옆에 수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수화로 대화하는 연습이라도 할 수 있지만, 혼자서는 도저히 연습 할 수 없다.

 

한가지 있다면 거울을 보면서 나 자신의 수화 동작을 보는 연습인데, 이것은 보는 연습이라기 보다 나의 수화 동작이 잘 되는지 잘 안 되는지를 연습할 뿐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읽지 못한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뿐이다.

나와 같이 수화를 배웠던 사람 중 가까이 지냈던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과 만날 때마다 수화로 대화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잘 행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너무나 말에 익숙해져서 손으로 대화하기보다는 말이 먼저 나가고, 말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농아인과 건청인이 같이 모였을 때의 에티켓중 하나가 수화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벽


중급반을 배워가면서 수화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렵지 않은 문장은 혼자서 할 수 있고, 웬만한 문장은 구사한다. 다른 사람이 하는 수화도 그리 빠르지만 않다면 읽는 것도 조금 자신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중간에 모르는 단어가 있을 때는 처음부터 쭉 읽다가 갑자기 그곳에서 막혀 버린다. 그때는 모르는 수화가 무엇인지 직접 물어보고 그 이하 문장을 해석해 나가는 방법이다.

 

수화의 특징은 질문의 반복과 듣는 사람의 반응에 있는 것이다.

만약 내가 수화로 말할 때 듣는 사람이 내 말을 이해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는지 반응을 살피면서 수화를 해야 된다.

 

내가 사용하는 수화 중 틀린 수화도 있을 것이고, 상대방이 보기에 어색한 수화도 있을 것이다. 단순히 일방통행 식의 수화가 아닌 상호 교류 적인 수화 사용법이 정확하고 빠른 수화를 배우는 지름길이다.

 

 

네 번째 벽

 

중급반을 수료한 후 수화가 자신이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수화 실력은 개개인의 노력에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수화 모임에서는 말과 수화를 동시에 사용해야만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앞에 나가서 사회를 볼 때나 어떠한 회의를 이끌어 나갈 때면 말과 수화를 동시에 해야만 한다.

 

이 때의 경우 수화나 말이 꼬이는 경우다 많다. 본인도 많이 겪었다.

말을 잘 하다보면 수화가 안 따라주고 수화만 하자니, 말이 이상한 의도로 가는 경우다. 우리는 보통 말이 수화보다 빠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부족한 나의 실력으로는 말과 수화를 동시에 사용한다면 자연히 말이나 수화 중 둘 중에 하나가 꼬일 것이다.

 

그러면 말을 수화 속도에 맞추는 방법이다. 우리가 보통 말하기 속도는 수화로 비교한다면 전문수화 통역사 들이나 할 수 있는 속도이다. 때문에 말의 속도를 늦추면서 수화를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어렵겠지만 천천히 하다보면 나중에는 조금씩 빨라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다섯 번째 벽


농아인과 만나본 사람들이라면 '왜 같은 수화라도 농아인이 사용하는 수화와 내가 사용하는 수화가 다를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농아인이 사용하는 수화에는 기초반이나 중급반, 수화모임에서도 전혀 볼 수 없는 수화가 종종 있다.

 

그런 수화를 관용수화라고 한다.

관용수화는 특별히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으며 배우기 또한 어렵다. 방법은 농아인과 직접 만나서 배우는 방법 외에는 없다.

 

수화통역 자원 봉사자 모임에서도 관용수화를 배울 수 있기는 하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 관용수화는 농식 수화라고도 하면 자연 발생적인 수화이기 때문에 각 지역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으며 문장에 따라서 전혀 다른 뜻을 내포하고 있기도 한다.

 

간혹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농아인들이 수화로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의 대화를 유심히 지켜보면 아는 수화도 있고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생소한 수화도 있을 것이다. 관용 수화는 단어 하나만으로 그 의미를 다 해석할 수는 없다. 문장 전체를 반영한 것이 관용 수화이기 때문이다.

 

관용수화도 사람이나 지역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인다.

때문에 내가 한가지 관용수화를 배웠다 해도 그 수화를 꼭 고집할 필요는 없다. 다른 곳에서는 전혀 다른 수화가 같은 뜻으로 사용될 수도 있는 것이다. 수화로 대화할 때는 단어 하나에 집착하기보다는 문장 전체를 보면서 대화를 한다면 보다 정확한 수화를 사용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것이다.

 

복지사회 2000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