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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비친 나

'낮에는 일, 밤에는 선행(박정근)'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5. 11. 16.

낮에는 일, 밤에는 선행.. ‘아름다운 이중생활’

 

[파이미디어 2005.11.11 09:28:06]
“낮에는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수화 활동하는 이중(?)인격자.”

쌍용자동차 조립 1팀에 근무하는 박정근(39)씨의 개인홈페이지에 걸려 있는 문구다. 직장생활과 수화통역을 병행한 지 올해로 15년째, 박씨는 자신을 ‘수화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박씨가 수화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참 사소하다. 군 생활을 하면서 제대하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우연히 농아인들이 수화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된 게 전부다.

1988년부터 수화를 배우면서 통역 봉사를 하다, 그는 2002년에 자격증을 따서 지금은 농아인협회에서 수화 강의도 맡고 있다. 그의 활동 분야는 다양하다. 농아인들이 취업을 할 때 면접에 동행하거나, 선거 유세, 대중집회 등의 행사 통역은 물론 병원 출입 등과 같은 일상에서도 농아인들은 ‘통역사’가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박정근씨는 늘 시간이 부족하다. 되도록 저녁시간은 수화 활동에 쓰기 위해서 주,야간 교대 부서에서 주간 부서로 지원을 했지만 ‘입’이 필요한 때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가능한 날이면 특근과 잔업을 마다하지 않는다. 잔업, 특근 수당을 받는 대신 필요한 때 대체휴가를 쓰기 위해서다. 그래도 안 되면 연, 월차를 활용한다.

자동차회사의 임금은 시급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잔업, 특근 수당을 제외하면 월급봉투가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월급봉투가 얇아진 만큼 행복이 더해진다”고 말한다.

“수화활동을 하면서 보면 농아인이 우리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지금 우리 회사에서도 비정규직 문제가 있지만 제가 만나는 사람들은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일자리’라는 걸 가져 보는 게 평생소원인 사람이 너무 많거든요. 그 사람들을 보면서 내 일터가 얼마나 소중한지, 내가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 항상 되돌아보게 되죠.”

동행 면접까지 하면서 어렵게 취업시켜 놓은 농아인 친구들이 결국 냉대와 의사소통 문제 때문에 몇 달 못가 그만두는 것을 지켜보며, 그는 ‘내가 옆에 있었더라면’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기업에 장애인 의무 고용비율이 있잖아요. 한두 명이라도 우리 회사에 취업이 되면, 제가 옆에 있으니까 낫지 않겠나 싶어서 인사팀도 찾아다니고 백방으로 알아 봤지만 쉽지 않았어요.”

일주일에 두 번 농아인협회 강의에, 저녁시간이면 자신을 필요로 하는 농아인 곁으로 달려가는 그는 올해 들어 더 바빠졌다. 수화통역사인 아내의 권유로 방송통신대학교 교육학과에 입학했기 때문.

“어느 날 아내가 당신의 지식과 삶의 질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의 삶의 질도 높아질 수 없다고 말하더군요. 맞다, 나는 누군가를 세상과 만나게 해주는 사람이지, 하는 생각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자동차공장 노동자 생활 15년 만에 시작한 공부가 쉬울 리 없지만 수화 통역의 세계도 점점 전문화되어 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게을리 할 수 없는 일 중 하나다. 그에게 수화는 자신과 타인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는 ‘윤활유’고, 일터의 소중함과, 자신의 위치를 늘 비춰보게 하는 ‘거울’이다. (자료제공 = 월간 <참여와 혁신> www.laborplus.co.kr) [파이뉴스 백민호 기자] mino100@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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