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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전야제의 새로운 풍경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6. 11. 12.

2006.11.11(토)

 

천안으로 아내와 함께 내려갔다.

농인 회원중에 결혼식이 있는 날이다. 일반적으로 농인의 결혼식에 수화통역이 필요하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특히 사회자와 통역사도 없이 청인 목사님이 혼자 수화를 병행하면서 교회식으로 결혼식을 진행하는데 큰 불편이 있었다.

 

아내와 함께 나서서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방해가 될까 걱정이 되어 소극적으로 대처하였다. 농인의 결혼식에 수화통역 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혼자서는 소화해내기가 어렵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였다.

 

결혼식을 올리는 신랑,신부가 농인이고, 신부측 부모님이 모두 농인이며, 신랑,신부 친구들이 대부분 농인들인데 하객들을 위한 수화통역를 배려하지 못했다.

 

그리고 신랑,신부의 위치와 방향이 바뀔때마다 수화통역의 위치선정이 필요함에도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한 측면도 많았다. 주례석에서 진행하는 수화는 신랑,신부만 보일뿐 대부분의 하객들은 수화가 잘 보일리 없기 때문이다.

 

결혼식이 끝난후 폐백시에는 도움을 직접 요청 받았다. 신랑,신부가 시댁 가족들에게 덕담을 듣거나 폐백 진행에 수화통역이 필요했던 것이다.

 

오후 3시가 넘어서 안양으로 차를 급히 몰았다.

동안구 여성회관 에서 '청소년수화경연대회'가 열리는 날이다. 수화를 배우고 있는 안양지역 중,고등학생들로 구성된 12개 팀이 참가했다. 농인들의 찬조출연도 있었다.

 

올해가 벌써 4회째다. 청소년때부터 수화를 배운 다는 것은 우리사회의 소수이며 약자인 농인들을 이해하고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서울 여의도공원으로 향했다.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가 열렸다. 밤 8시가 넘어서 도착했는데 벌써 진행중이었다. 쌍용자동차노동조합 깃발을 찾아 합류했다. 전야제 행사는 매년 비슷하였지만 수화통역사를 무대에 배치한 모습도 보였다.

 

한국사회에서 노동자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선 민주노총이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노동자를 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장투사업장의 노동자나 이주노동자들의 배려까지 늘 있어 왔지만 장애인중에서도 의사소통이 불편한 농인들까지 배려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물론 전야제에 1명이라도 농인들이 참여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그것과는 관계없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대중집회 현장에서 수화통역까지 확대된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많이 변했음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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