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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세종대왕릉에서 '문학나눔큰잔치'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7. 5. 19.
2007.5.19(토)
 
세종대왕릉에서 '문학나눔큰잔치'가 18일부터 열렸다.

경기도 여주 세종대왕릉에서 열린 '세종대왕릉 문학나눔큰잔치'는 세종대왕 탄신(5월15일) 610주년을 맞아 한글과 문학을 통해 다양한 소통의 방식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소통을 위한 길 찾기'라는 주제를 달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고 문학나눔사업추진위원회가 주관했다.
 
문학나눔큰잔치의 주제공연 '봄날의 꿈'에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수화통역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약 18년 수화통역 경험을 했지만 '연극공연' 통역은 처음이다. 그래서 배우들의 공연연습에도 며칠 전부터 참여하였다. 15일에는 죽산에서 연극 원고 중심으로 가볍게 연습을 하였고, 17일에는 세종대왕릉에서 열린 총 연습에도 참여했다.
 
18일은 휴가를 내고 세종대왕릉으로 일찍 갔다. 낮에 잠깐 비가오더니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될 무렵부터는 비가 그쳐 다행이었다.

소설가 이기호씨가 진행하는 인터넷 문학 라디오 '문장의 소리' 공개 방송이 소설가 박범신, 은희경, 재즈 가수 말로, 기타리스트 신해원, 아카펠라그룹 '아카시아'가 함께한 가운데 잔디밭에서 열렸다.

공개 방송에 이어 오후 7시 30분부터 잔디밭 옆 소나무숲을 배경으로 연극배우와 탤런트, 발레리나, 무용가 등이 출연한 주제공연 '봄날의 꿈'이 펼쳐졌다. 날은 어두워졌고 조명 때문에 관객들의 얼굴은 잘 보이질 않았다.

30여 편의 시로 구성된 이 공연은 약 1시간 30분 동안 한 소년이 숲길을 따라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내용으로, 숲길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길이자 개개인의 인생의 길을 의미한다. 18일 공연에 약 2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각장애인은 보이질 않았다
 
아쉬운 점이 또 있다면 수화통역을 맡았기에 멋있는 공연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배우들의 소리를 듣고 전달하는 역할은 나름대로 보람도 있지만 관객도 아니고 배우도 아닌 것(?)이 뭐라고 표현하기가 애매할 뿐이다.
 
19일(토)에는 1,500여명의 관객들이 모여들 전망이다. 청각장애인들도 초대받았다고 한다. 연극의 내용이 주로 30여편의 시로 구성된 만큼 청각장애인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될지가 걱정이다.
 
수화통역사 제도가 시행되고 수화통역 분야가 전문화 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연구와 전문성이 확보되지 못한 곳이 연극분야일 것이다. '개척정신'을 갖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