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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는 언어다

농아학교에 수화교사가 필요한 이유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7. 12. 14.

농아학교에 수화교사가 필요한 이유 
  

얼마전 “청각장애인 학교에 수화를 제대로 할 줄 아는 교사가 없다”고 지적한 한 조간신문의 칼럼은 청각장애인 교육현장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번 하게 했다. 사실 이는 당연한 지적임에도 불구하고 알고보면 오래된 논쟁거리다. 여기에는 농아학교 교사 문제보다 훨씬 더 복잡한 배경이 숨겨져 있다.  먼저 청각 장애인에 대한 교육의 역사부터 살펴봐야 한다.


그동안 농아학교는 수화보다 입의 모양을 보고 대화 내용을 알아듣는 구화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청각장애인에게 수화가 맞나, 구화가 맞나하는 것은 200년이 넘는 해묵은 논쟁이다. 최근에는 일단청각장애인도 정상인과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언어를 고수하기 보다는 구화를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 좀더 설득력을 얻고도 있다.

 

또한 의학이 발달되면서 홍역 등의 질병으로 청력을 잃는 사람들도 줄고 인공와우 수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면서 청각장애인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도 교육현장에서 제대로 된 수화교사가 부족하게 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화교사가 부족하게 된 원인

 

대부분의 농아학교에서는 유치부에서부터 초등학교까지는 구화 교육을 시키고 중학교 과정에서부터 수화를 교육하고 있었다. 어린시절부터 수화를 배우면 구화를 하지 못하는 데다가 여전히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일반인과 어울리길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언젠가는 사회생활을 하게 될 텐데 일반인들이 모두 수화를 하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다” 는 것이 구화를 강조하는 부모와 교사의 변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고학년이 되면 구화 대화의 한계를 느끼고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수화를 습득해 자신들만의 언어를 사용하게 된다. 부모의 바램과 청각장애 자녀들의 욕구가 현실에서 어긋나고 있는 셈이다.

 

교육부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청각장애 학교는 전국에 18개교, 정신지체 장애 학교는 95개다. 또한 순수 청각장애자 보다는 복합장애자들이 점차 들어나고 있어 농아초등학교의 경우 2002년 학급당 15명이던 것이 현재 5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런 추이는 특수교육 교사를 양성하는 학교나 예비 교사 입장에서는 정신지체 장애 교육을 전공해야만 취업이 수월하다는 생각이 있는 듯 하다. 더욱이 대학에서 장애 영역 구분이 없이 특수교육 교사를 양성하고 있어 결국 수화는 대부분 학생 개인적으로 또는 청각장애인 학교에 배치된 후에 배우고 있는 실정이다.

 

특수학과 관계자는 “농아학교 교사가 되려면 수화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1년에 결원교사가 한 명 될까 말까하는데 3~4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수화공부에 따로 시간을 내라고 주문하기 어려운 점이 없지 않다”고 말한다.

 

농아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수화통역사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특수교육학과 4년 과정에도 학생들이 4년 동안 완벽하게 수화를 배울 수 있도록 수화교육을 전공필수 과정에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농아인협회의 주장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주장이다.


시장법칙 넘어서는 국가의 따스한 손길을

 

결국 교육현장에도 수요와 공급의 시장법칙이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아직까지 한 명의 청각장애인을 위해 몇 명의 교사 양성에 투자할 만큼 우리 사회는 성숙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교육부도 “농아학교의 교사임용은 교장 재량 사항”이라며 “모집시 수화가능교사 우대하도록 하는 방안을 의논해 볼 수 있으나 학교에 강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청각장애인과 그 가족에게는 참으로 갑갑한 현실이다. 이미 훌륭한 언어인 수화를 금지하고 청각장애인들에게 억지로 음성언어를 습득하게 하려는 것은 소수자의 언어를 박탈하고 다수자의 언어에 동화시키려는 식민지주의적 폭력과 유사하다는 주장 또한 곰곰히 새겨볼 일이다.

 

여기서 시장법칙을 넘어서는 국가의 따스한 손길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수화를 청각자애인들의 언어로 인정해 적극적으로 가르치고, 또한 사회에서도 의사소통을 도와 준다면 사회에서의 청각장애인의 역할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17만 청각장애인이 가족·직장·결혼·교육 등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학교에서도 수화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고, 정부기관·지자체·경찰서 등 공공장소에도 수화통역사가 거의 없다. 현재 공중파 수화통역 방송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복지부는 앞으로 수화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강화해 청각장애인들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화통역센터를 확충하고 수화통역사 양성 지원과 함께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한 수화교육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교육인적자원부 200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