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도입 초입단계이기 때문에 연봉제 도입과 둘러싼 노사간의 마찰과 이해부족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연봉제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과연 얼마나 공평하고 정확하게 한 개인의 업적을 평가할 수 있느냐이다. 결국은 주관적인 평가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남는다. 또 하나는 노동력 착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개별 협상을 기반으로 한 임금체계는 단체교섭의 힘을 무너뜨리고 결국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연봉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살펴본다.
* 노동에 대한 자본의 착취를 은폐시킨다. 흔히 연봉제는 능력과 업적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지는 임금제도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자본과 언론에서 연봉제를 홍보할 때 주로 쓰는 논리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에 대한 대가가 노동자에게 고스란히 지불된다는 것은 당초 불가능한 일이며 이는 자본의 노동에 대한 착취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생산관계 하에선 가능한 일이다.
자본과 언론은 일부 억대의 연봉 노동자를 소개하면서 마치 연봉제가 실시되면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는 모두가 고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처럼 환상을 불러일으키지만, 이는 노동자들의 경쟁을 조직화하여 보다 많은 착취를 이루어내기 위한 이데올로기 공세에 불과하다.
* 다수의 노동자, 특히 중고령 노동,장기근속자의 임금을 삭감 시킨다. 연봉제는 소수 정예주의를 강화하여 소수의 노동자에게는 과밀노동을 통한 고객의 임금과 자리를 보장해주고, 나머지 노동자들은 주변화시키게 된다. 연봉제 하에서 소수의 고액 연봉자는 다수의 소액 연봉자의 희생이 있어야만 탄생할 수 있다. 연봉제가 도입되면 특히 중/고령, 장기근속 노동자의 경우 심각한 임금삭감의 위협에 처해지게 될 수 있다.
* 임금체계의 조작을 통해 노동강도를 강화시킨다. 중요한 것은 임금체계가 연공급이든, 능력위주의 연봉제든 노동자에게 지불할 임금의 총액은 대부분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자본은 이미 정해진 총 인건비를 가지고 임금체계를 조작함으로서 잉여노동의 정도를 심화시킨다. 기업에 대한 기여도가 많은 노동자가 더 많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내세워 노동자들 사이에 경쟁을 일으킴으로써 잉여노동이 착취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 일터를 황폐화시키고 노동자들을 개별화시켜 직장내의 화합을 깨고 구성원간의 경쟁을 유발하여 노동자를 파괴한다. 개인의 업적과 능력에 대한 평가에 기초하여 연봉이 결정되고 또한 연봉협상도 사용자와 1대1로 진행됨에 따라 옆에서 일하는 동료의 임금이 얼마인지 알 수 없으며 오로지 상사와 개인의 수직적 관계만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개별화는 개인으로 하여금 회사를 위하여 최대한의 노동력을 지출하도록 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단기적인 업적이 중시되고 장기적인 것에 소홀해져 조직력과 팀웍이 강조되는 일에는 부정적으로 작용 할 수밖에 없다. 연봉제는 개별성과급으로서 집단 내 구성원간의 경쟁을 부추겨 조직구성원과의 화합과 협력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 불완전한 평가제도 즉, 인사고과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있어 노동자의 동의를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노동자간의 갈등과 부조화를 초래한다. 연봉제 시행의 성패는 다른 무엇보다도 평가에 있다. 평가는 최종적으로 사람이 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인간은 언제나 자신이 살아오면서 겪고 보고 배우고 느낀 테두리 안에서 타인을 평가할 뿐이다. 따라서 타인의 능력이나 태도에 대한 평가는 고과자의 경험과 세계관, 사고나 감정이 개입되게 마련이다. 현재 어떠한 개인이나 단체도 이러한 인사고과의 주관성을 해결할 답을 가지고 있지 못하며 이것이 인사고과의 가장 큰 맹점 중의 하나이다.
* 임금교섭을 해체하거나 노동자의 지위를 약화시키고, 노동조합을 무력화 시킨다. 연봉제 도입을 통해서 사용자들은`효율적인` 임금체계로의 전환을 도모한다. `효율적인` 임금체계란 우엇인가? 동일한 인건비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임금체계이다.
즉, 효율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노동자에게는 고임금을 적용하고, 효율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노동자에게는 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는 양자 모두에게 공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자에 속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모두 합하면, 얼마든지 인건비 규모의 조절이 가능하다.
누가 효율적인가의 판단 기준을 조절함에 따라서 총 인건비 규모는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회사가 연봉제를 실시하면서 개인별 임금을 비밀로 하면 노조의 임금 협상이 연봉제 대상자에게는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연봉제가 도입될 경우 이와 같이 노사간의 임금 교섭은 기존의 자본과 노동의 집단적이고 대등한 교섭에서 상 . 하간의 수직적이고도 개별적인 교섭으로 변화된다. 이로써 노동자의 지위는 약화되고 노동자의 임금 교섭력은 떨어지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