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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두얼굴

“50억으로 퉁치고 도망가려는 삼성”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8. 12. 31.

“50억으로 퉁치고 도망가려는 삼성”

[인터뷰] 충남 태안군 유류 피해민 대책위 문성호 집행위원장

 

충남 태안 주민 8000여명은 30일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과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삼성중공업 태안 기름 유출 사고와 관련해 상경 집회에 나선다.


삼성중공업이 태안 기름 유출 사고와 관련해 배상 책임을 50억 원 이내로 제한해 달라는 내용의 ‘선박 책임 제한절차 개시 신청’을 법원에 낸 것이 화근이 됐다.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기름유출 사고로 피해를 본 주민들은 민사소송으로 50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 판결을 받더라도 50억 원 이상은 받을 수 없게 된다.
▲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출처: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이미 국제유류오염 배상기금(IOPC)은 피해액이 최대 6천1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지만 이마저도 배상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며, 주민들은 전체 피해액이 2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배상액 규모조차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미디어충청에서는 어류 종묘 생산업에 종사하며 태안에서 태어나 40년을 넘게 살아온 태안군 유류 피해민 대책위 집행위원장 문성호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작년 12월 7일 136만 2686명의 자원봉사자들은 한 걸음에 달려와 기름 제거 봉사활동을 벌이는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했던 장소 태안 앞바다. 진정 그 드라마는 감동의 선물만큼이나 해피엔딩으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삼성중공업이 배상 책임을 50억 원 이내로 제한해 달라는 내용의 ‘선박 책임 제한절차 개시 신청’을 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글로벌 기업이라는 삼성이 피해민들을 두 번 죽이는 처사라고 생각해요. 피해민들을 책임 지지 않고 회피하고 도망가려고 하는 것이죠. 피해 주민들은 삼성에 분노가 커요. 삼성은 밖으로나 언론을 통해 피해민들을 위하고, 책임지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제 주민들 이간질 시키고 갈등만 조장했어요. 피해민들에게 도움 되는 건 하나도 없고, 회사 이미지 홍보에만 주력했죠.


30일 상경 집회에서의 주요 요구 사항은?  


첫째는 삼성이 가해자로써 책임과 의무를 다 하라는 것이죠. 주민들은 삼성이 책임 있는 자세로 피해민들에게 보상하고, 태안지역 복구를 위해 힘쓰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라고 있어요. 뒤에만 숨어 있지 말고 주민들과 함께 이 문제를 풀어가자는 것이죠.


두 번째는 현대오일뱅크는 유출된 원유의 소유자로서 수거 의무가 있는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국민의 주권을 되찾자는 거예요.


국민의 주권을 되찾자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정부는 피해 금액을 산정하는 모든 책임은 국제유류오염 배상기금(IOPC)에 이양했어요. 주권을 포기한 처사라고 생각해요. 1년이 지났음에도 정부는 피해 금액이 얼마인지 조차 정확히 모르고 있죠. 그래서 더 답답해요.


국제유류오염 배상기금(IOPC)은 피해액을 6천13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2조원으로 추산하고 있죠. 이에 대해 정부는 반박 근거도 없어요. 수수방관하는 정부는 더 한심하죠.


언론은 삼성중공업 기름 유출 사건 뒤 태안지역이 복구돼 회복세를 보인다고 하는데요  


물론 그동안 지역 주민들과 자원봉사들의 힘으로 일부 회복된 것은 사실이나 아직도 손에 미치지 않는 곳은 기름이 계속 나오고 있어요. 방제 작업 할 곳이 많이 남아 있죠. 그런데 1년도 되기 전에 방제 종료를 선언하고 부분 방제 작업을 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죠.


피해 보상이 현실화되고 있지 못한데 주민들 생계 문제는? 


막막해요. 어선, 어업 등 조업은 하고 있지만 전처럼 되지 않아요. 맨손어업은 생계 활동을 할 수가 없어요. 기름 유출 사고가 나고 1년간은 방제 작업비와 공공 근로로 생계를 연명했는데 겨울이 되면서 공공 근로도 없고 방제 작업도 없고 할 일이 없어요. 지금부터가 더 문제죠. 생계 대책이 없는 거예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맨손 어업 하시는 분들은 소득이 전혀 없어요.


지난 10월까지 피해대책위에 접수된 피해 신고는 6만 8천여 건, 이 가운데 조사가 완료된 것은 4만 6천여 건 정도예요. 국제유류오염 배상기금(IOPC)에 청구한 피해 배상건수는 1천7백여 건에 이르죠. 하지만 심사 기준이 워낙 까다로워 배상금이 지급된 경우는 단 2건에 불과해요.


정부의 피해 보상 지원 정도는?

피해 보상과 관련해서는 뚜렷한 계획이 없어요. 조사도 제대로 안 된 상태죠. 태안 지원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실질적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거죠. 주민들이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해야 지역 경제도 살아나는 것 아니겠어요? 정부나 기관에서는 1년이 되기 전부터 피해 보상이 진전되고 있고, 태안 지역 복구가 완료되어 가고 있다고 선전했어요. 왜곡보도예요.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정부와 기관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준비한 것은 하나도 없고 포장해서 선전만 하는 거죠.


주민들의 건강 상태는 어떤가요?

삼성중공업 기름 유출 사건이 터지자마자 주민들은 맨손으로 달려들어 울면서 방제작업에 매달렸죠. 나중에 방제복, 방진복을 입었어도 매일을 기름과 씨름하니 건강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죠. 현재 주민들은 후유증으로 피부병, 두통, 기침 등에 시달리고 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증세가 심각해 질 수도 있어 걱정이에요. 장담 못하는 거죠.


그래서 주민들은 건강 문제와 관련해 보건센터만으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없으니 연구소를 설립해 전문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서 향후 대비를 하자고 요구하고 있죠. 외국은 그렇게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정부와 언론은 무관심의 도를 넘어 마치 모든 것이 다 해결된 것처럼 보도 하고 있으니 안타까워요. 이 나라의 국민이 정부로부터 소외받고 있는 거죠.(정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