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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를 배우려면

표준수화와 문법수화의 차이점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0. 10. 30.

 

 

 '수화는 언어이다' 라고 주장할 수 있는 언어학적 시각에서의 근거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하고 공동체 구성원이 공유하는 상대적으로 변하는 인위적 상징과 문법적인 기호의 시스템이고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기 위해 생각, 감정, 의도를 의사소통하고 세대간의 문화를 전수하는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언어의 정의에 비추어보면 수화는 농인사회에서 의사소통과 농문화를 전수해주는 주된 도구로써 사용되고, 시대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발달해져오고 있으며 손의 모양, 운동, 위치와 같은 수지 부분과 표정, 입모양, 몸의 방향 등의 비수지 부분으로 음운론, 형태론, 통사론 등의 문법적인 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언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수화는 언어의 특성상 영속성과 변화, 즉 소멸과 생성의 원칙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하나의 언어인 것이다.


 문법수화와 자연수화(표준수화)의 차이점

  자연수화는 청각장애인들 사이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져서 습득되어 온 것이고, 문법수화는 건청인들이 문자언어의 어순에 따라 자연수화를 개량한 수화라고 볼 수 있다.

 

자연수화와 문법수화를 6가지 요인을 중심으로 차이점을 알아보겠다.

 

 첫째, 수화의 발생요인이다.

자연수화는 청각장애인들 사이에서 의사소통을 위해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져 습득되어 온 것이다. 이에 반해 문법수화는 건청인. 특히 청각장애학교 건청인 교사가 청각장애학생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자연수화를 건청인의 언어형식을 중심으로 보완시켜 만든 수화이다.

 

 둘째, 국어와의 일치도를 살펴보면 자연수화는 어순에 일치되지 않는 독자적인 문법형태의 특성을 지녔으나, 문법수화는 문자언어의 어순에 따라 필요한 문법식 기호와 단어를 표현함으로써 국어의 문법과 일치된다.

 

  셋째, 수화의 이해 정도는 자연수화는 관념자체를 표시한 것으로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하나 문법수화는 국어의 단어를 수화로 표현하는 것에 그치므로 국어 습득이 미흡한 자에게는 이해가 다소 곤란하다.

 

  넷째, 지문자 사용 정도이다.

자연수화는 청각장애인의 의사를 대부분 표현할 수 있으므로 지문자의 사용은 고유명사라든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신조어일 경우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문법수화는 문법수화로 그 뜻의 전달이 어려운 어휘나 국어문법에서 사용하는 조사를 표현하는 수단 등으로 지문자를 적극 사용한다.

 

 다섯째, 말소리의 병행 여부이다.

자연수화는 청각장애인 사이에서 사용하는 수화이므로 청각적인 요소인 말소리를 병행하지 않는다. 하지만 건청인의 어순에 따라 표현하는 문법수화는 말소리를 병행하여 사용한다.

 

  여섯째, 언어적인 특성을 살펴보면 자연수화는 언어적인 특성을 모두 갖춘 농인들의 독자적인 언어라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문법수화는 독자적인 농인들의 언어인 수화를 국어형식을 빌려 새로이 건청인의 시각으로 맞춤으로써 수화와 국어라는 두 언어로 이분법화 하고 있다.


 2Bi(이중문화- 이중언어) 접근의 실현을 위하여 선결되어야 할 과제  

 

2Bi 접근이 교육현장에서 실천되기 위해서는 우선 청각장애학교 교사의 태도가 긍정적이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방안이 제시되어도 교사의 직접적인 실천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와 같은 예는 TC가 청각장애아 교육 현장에서 효율성을 인정받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와 직결된다. 따라서 구화법과 수화법의 우위를 가리는 논쟁이 아니라 수화법이나 구화법을 아동중심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교사의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서 구화에 익숙한 교사는 수화의 언어적 지위를 인정하고, 수화를 구사하는 교사는 필요에 따라 구화를 사용할 수 있는 긍정적인 태도가 우선되어야만 2Bi 접근의 철학적 실천이 가능하다. 아울러 교사 양성과정이나 교사 재교육과정에서 2Bi 접근의 이론과 실제를 강조하여 실천적 문제점과 한계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수화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청각장애아의 자연수화에 대한 연구는 우리 나라에 거의 없다. 농아인협회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공동연구를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자연수화에 관한 연구의 필요성은 수화의 사용이 청각장애아의 심리발달을 저해하는 요인이 아니며, 청각장애아의 국어식 문법수화가 자연수화에 비해 기초학력을 신장시키는데 효과적이지 않는다는 많은 외국의 연구결과에 기초하여 그 타당성을 주장할 수 있다.

 

또한 청각장애아의 수화는 통사론과 화용론에 있어 국어의 문법과는 다르다는 연구결과에 기초할 수 있다. 자연수화를 연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교육적 가치는 문법수화는 국어를 배우는데 또 다른 장애가 된다는 연구결과일 것이다. 따라서 국어의 문법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자연수화에 기초한 이중언어적 접근이 이루어져야한다.  

 

청각장애학교 교육과정에서 청각장애 문화와 언어를 지도할 방안을 검토하여야 한다.

따라서 청각장애 문화와 언어를 포함한 청각장애아의 심리를 청각장애아에게 교수할 필요성이 강조된다. 청각장애아는 청각장애인과 건청인이 가지는 청각 생리, 심리, 언어적 차이점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하며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이상적인 자아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청각장애인 중에서도 사회에 공헌하고 자아실현을 위해 노력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청각장애학교 교육과정에 전면적인 수정을 검토할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이와 같은 사항을 실천하기 위한 미국 뉴욕시에 소제한 유일한 공립 청각장애학교에서는 300명의 청각장애아를 대상으로 초등부 3학년까지 청각장애 문화와 언어를 지도하기 위한 학교 교육과정을 개정하여 1998년부터 시행하였다. 이들은 2Bi 접근에 기초한 교육과정에 입학을 희망한 300명의 청각장애아는 청각장애아의 언어인 수화와 청각장애 문화를 초등 3학년까지 교육을 받고, 그 이후에 이중문화와 이중언어에 기초한 청각장애학교 교육과정에서 교육을 받게 된다.

 

또한 피아제가 주장한 형식적 조작기 이전의 청각장애아는 정신지체 또는 정서장애가 있는 중복장애로 분류되는 경우나, 수업의 진공 또는 학력의 공백이라고 명명되는 문제점을 보상하기 위한 일본의 합과 교육과정 운영도 지체된 청각장애아의 학력을 보다 효율적으로 진보시킬 수 있다는 관점에서 청각장애학교 교육과정의 탄력 있는 운영이 요구되며, 다른 장애아동의 교육과정과 달리 해석되고 접근되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