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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지급명령' 제도를 아시나요?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0. 12. 27.

 

 

 

눈이 내리는 날이지만 통역의뢰 시간에 맞춰 수원 중부경찰서에 갔습니다...

수화통역을 의뢰한 농인은 약 20분 후에 도착하였고, 채권자의 권리에 대한 상담이 이어졌습니다...

 

돈을 빌려간 농인은 서울에 사는데...만나기도 어렵고 문자로 독촉을 하면 이핑계 저핑계를 대면서 변제할 의지가 전혀 없다고 하더군요...'이행각서'를 받아 놓았지만 큰 효과가 없었던 모양입니다...돈을 더 이상 받아낼 방법이 없어 부부싸움을 하는 등 많은 시간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 갚지 못하면 구속이라고 시키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모르겠으나 돈을 빌려준 농인은 농아인협회에 알려지는 것을 기피했습니다...

그래서 수화통역센터를 이용하기 싫다고 하면서 개인적으로(비밀?) 수화통역 의뢰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군요!~~

 

'진정서'나 '고소장'까지 접수할려고 경찰서에 왔지만, 담당하시는 공무원은 형사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면서 민사로 해결하라고 하더군요!

농인은 망설이고 있었으며...채무자는 상습적으로 일부 변제를 하면서 형사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교묘하게 피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시 법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법원에 상주하는 변호사(?)님과 상담을 하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 보았습니다...

'지급명령'제도를 활용해 보라고 권유하더군요...

 

'지급명령'은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하기 위해서는 확정판결과 같은 채무 명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그런데 일반 소송절차는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간편하고 신속하게 저렴한 비용으로 채무명의를 얻기 위해 이용하는 것이 '지급명령' 절차라고 하더군요...채무자가 채무가 있다는 사실과, 채무액에 별다른 이의제기가 없을 경우 소송보다 휠씬 빠르고 간편한 제도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급명령 신청서'를 작성하고 접수를 하려는데...'인지대' 값과 '송달료'가 문제였습니다...약 25,000원 정도의 독촉절차 비용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농인은 또다시 망설이기 시작했습니다...독촉비용까지 받지 못할까봐 걱정되는 모양이었습니다...그러면서 장애인들은 '공짜'가 아니냐고 농인이 묻더군요...담당 공무원은 어이가 없는 듯...살짝 웃었습니다...이런 부분까지 통역을 해야되는 것이 한심스러웠지만 피할 수 없는 것이 수화통역사들입니다...ㅠㅠ

 

시간은 흘러가고 있는데 이것 저것 따지면서 결정을 망설이길래... '지급명령 신청서'를 오늘 접수하지말고 남편과 상의해서 결정하라고 권유를 했고...농인이 동의를 하면서 법원을 빠져 나왔습니다...

 

변제할 능력이나 신뢰가 없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 책임은 본인(채권자)에게 있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화통역을 다니면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접하면서 배우고 있지만...농인들에게도 기초적인 법률상식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