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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결혼보다는 애인으로 남고 싶다!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1. 1. 11.

 

 

 

어제 농아인협회에서 일주일만 근무를 해줄 수 있는지 요청(?)을 받았습니다.

수화통역센터에는 보통 청인 통역사 3명과 농인 통역사 1분 등 총 4명이 일하고 있는데, 청인 수화통역사 한 분이 육아휴직으로 자리가 한시적으로 비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정중하게 사양했습니다.

하루에 한 두건씩 수화통역이나 수화교육 등 의뢰를 받아 활동하는 것은 하겠지만... 하루종일 상주하면서 수화관련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수화통역사가 부족하면 수화통역 의뢰가 많을때 농인들이 불편을 겪는 등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 속 마음을 모르는 농인들은 따지듯이 묻기도 합니다. '수화통역사 자격증도 있고 실력이나 경력도 충분한데 왜 수화통역센터에서 일하는 것을 기피하냐?'는 것이죠!~~

 

전 이렇게 대답합니다....

"수화를 배우고 활동한지 20년이 지났지만 농세계와 '결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냥 '애인(?)'관계로 남아 있는 것이 오래도록 농세계에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봅니다"...ㅎㅎ

 

농인이 이해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오랜기간 농세계에 몸담고 있는 분들은 무슨 뜻인지 아실껍니다...

 

암튼... 센터 근무는 못하더라도 병원 통역건을 의뢰받아 다녀왔습니다.

농인부부의 자녀는 중이염으로 입원까지 할 정도로 걱정거리였습니다...청력검사를 비롯한 모든 검사를 무사히 마치고 중이염이 모두 낳았다는 것과 감기증상도 많이 호전되어 앞으로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의 말을 전할때... 한시름을 놓는 농인부부의 모습과 농인에게 '고맙습니다' 라는 격려의 한마디는 정말 꿀맛입니다...

 

이것이 수화통역사의 보람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