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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수화통역 봉사도 좋지만 만나고 싶지 않은 농인도 있다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1. 1. 14.

 

 

수화통역 봉사도 좋지만...만나고 싶지 않은 농인도 있다.

대표적으로 수화통역사를 비서(?)인양 데리고(끌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일을 보는 스타일의 농인이다.

 

오늘도 수원역에서 오전 10시에 예약된 통역건이 8시 30분으로 갑자기 당겨졌다. 어제 일정이 예상보다 늦게 끝나고 새벽 3시가 넘어 잔 덕분에 몸도 피곤하여 늦게 일어났고 눈길임에도 자가용을 몰고 나갔지만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했다. 그럼에도 농인은 너무 반가워했다.

 

수원역에서 만난 농인은 자신의 차를 따라오라고 했다. 수원시를 벗어나 화성시 용주사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시골 방향으로 다시 방향을 뜰고 약 20여분 들어가니까 조그만 공장이 나왔다. 농인의 친 형님이 운영하는 회사였다.

 

친 형님과 대화를 나누는데 약간의 통역이 필요했던 것이다.

대화내용을 모두 밝힐 수는 없지만... 살아계신 아버님의 재산을 분할하는 과정에서 형제들간의 의견충돌과 갈등, 그리고 원수지간 처럼 최악으로 악화된 형제관계속에서 수화통역사가 할 수 있는 것은 폭발하기 직전의 농인 감정(입장)을 전달하는 것 뿐이었다.

 

찾아가서 만난 친 형님은 좋은 분으로 보였지만... 또 다른 형님의 횡포로 농인의 재산권이 침예받고 있었으며 해결방안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약 2시간 동안 반복되는 하소연과 답답함을 정리하고 빠져나왔다.

 

헤어지기 직전에 농인은 수고했다면서 다음에 만날 날자를 정하자고 하였다.

다음주는 어떠냐고 묻길래... 다음주는 수화교육이 잡혀있어 어렵다고 했더니... 1월 말 또는 설연휴 지나서 만나자고 한다.

 

흔쾌히 답변을 하지 않았다.

미리 약속하지말고 설연휴 지나서 통화하자고 제안했더니...알았다고 하면서 헤어졌다.

 

수화통역 지원을 하는데 누군 되고, 누군 안되고를 미리 정하기는 곤란하지만... 솔직히 자신의 비서인양 수화통역사를 대우(?)하는 농인은 만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