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통역을 불허한 법원을 규탄하며, 대책마련을 촉구한다.
지난 4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의 손해배상 소송관련 재판과정에서 재판부가 방청인 청각장애인들에게 수화통역을 하지 못하도록 한일이 있었다. 이에 대하여 재판부는 ‘방청객 가운데 원고의 당사자가 없고, 변호사가 대리 출석을 했기 때문에 수화통역을 허가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다. 또한 ‘원고 측이 제시한 통역사에 대한 정보가 없어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불허했다.’ 라고 했다한다. 그러면서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신청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라고 했다 한다.
인화학교 문제는 청각각장애인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라 청각장인들이 방청객으로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법원은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정통역사를 배치하지 않은 법원의 잘못을 인정하지는 못할망정 통역 신청을 안했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원고 측과 대동한 통역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통역도 하지 못하도록 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앞으로 수화통역을 요청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등 선심을 쓰듯 수화통역을 제공하겠다고 하니 말문이 턱 막힐 뿐이다.
사법절차에서의 청각장애인은 수화통역을 받을 권리가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에는 “공공기관 및 그 소속원은 사법·행정절차나 서비스를 장애인 동등한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여야 하며, 이를 위하여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 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시행령 제17조 제1항에는 “공공기관 및 그 소속원은 장애인이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그에 참여하기 위하여 요구할 경우 보조인력, 점자자료, 인쇄물음성출력기기, 수화통역, 대독, 음성지원시스템, 컴퓨터 등의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라고 하고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재판과정에서 청각장애인이 당사자로 참여한 경우만이 아니라 방청인으로 참여한 경우도 법원은 수화통역을 제공하여야 한다.
2010년 현재 법원에 배치된 수화통역사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대법원과 고등법원, 지방법원등 23개 법원에서 확보한 수화통역인 93명으로 법원 평균 4명꼴이다. 그리고 수원지방법원, 대전고등법원은 수화통역인이 아예 없으며, 대법원, 의정부지방법원도 수화통역인 단 한 명뿐이다.
즉, 수화통역이 동시에 필요한 경우가 있고, 수화통역사들이 법원에 상근하지 않는다. 더욱이 방청인이 청각장애인일 때 수화통역 제공의 근거가 불분명한 것을 감안할 때 지난 4일과 같이 수화통역으로 인하여 청각장애인들이 차별을 받는 사태는 앞으로 계속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우리 단체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4년이 넘었음에도 수화통역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오히려 수화통역제공을 시혜와 동정으로 치부하는 등 모범을 보여야 할 법원이 청각장애인을 차별한 것에 대하여 규탄한다. 따라서 우리 단체는 청각장애인들이 법원에서 차별받는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장애인단체가 법원을 상대로 규탄하지 않도록 아래의 사항을 대법원을 비롯한 지방법원이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 아 래 -
1. 통역 관련 규정을 개정하여 법원이 직접 수화통역사를 채용하고, 전문성을 검증하고, 육성 및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라!!
2. 고등법원에는 통역사를 반드시 채용하고, 지방법원의 지정통역사 수를 현재의 2배 이상으로 확대하라!!
3. 방청인을 위해서도 필요시에 수화통역을 제공하도록 근거를 명확히 하고, 형사재판만이 아니라 민사재판에서도 청각장애인들이 권리로서 수화통역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라!!
2012년 9월 7일
장애인정보문화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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