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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는 언어다

수화도 학교 과목에 넣자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2. 6. 22.

수화도 학교 과목에 넣자

 

김철환 실장(장애인정보문화누리)

 

지난해 한국에서 영화 ‘도가니’가 개봉되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일어났던 성폭력의 문제를 다뤘다.

이 영화를 본 시민들의 거센 항의로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고질적인 시설의 문제와 성폭력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 하지만, ‘도가니’를 통해 드러났던 청각장애인 교육의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져 갔다.

 

그런데 영화 ‘도가니’에서는 청각장애학교의 교사들이 거의 수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심지어 청각장애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시간에도 말로만 수업을 한다. 당연히 청각장애인 학생들이 정상적인 수업을 받을 수 없다.

 

이런 문제는 비단 영화 속의 이야기만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지금도 청각장애인 특수학교에서 수화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교사들이 있다.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청각장애 학생은 3716명이며 이 가운데 특수학교에 1150명이 다니고 있다. 문제는,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이 특수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548명 가운데 수화통역사 자격증을 가진 교사는 21명뿐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청각장애인 교육의 기본은 구화(口話)교육이다. 청각장애 아동들에게 어떻게 해서든지 구화교육을 하려 한다.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수화교육을 한다. 이 때문에 수화를 전혀 못하는 교사가 청각장애학교로 발령을 받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처럼 구화교육을 기본으로 하고, 교육에서 수화를 가볍게 보는 이유는 수화를 한국어와 동등한 언어로 인식하지 않는 데 있다. 그 이면에는 수화를 사용하면 사회에서 차별받는다는 수화에 대한 편견이 깔려있다.

 

2006년 12월 유엔 총회에서 의결된 ‘국제장애인권리협약’에서는 언어를 “말하고 듣는 언어와 수화를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또 수화를 음성언어와 동등한 언어로 인정하고 개발하고 증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이 아니더라도 수화를 자국의 언어와 동등한 것으로 법률에 명시한 나라는 많다. 대표적인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의 ‘장애인평등법’에는 수화를 독립적 언어로 인정하는 문구가 있다.

 

이런 국제적인 흐름에 힘입어, 장애인정보문화누리 등 장애인단체들은 수화 사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최근에는 청각장애인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포함해 한국어와 동등한 수준의 수화의 권리를 법률에 명시할 것도 주장하고 있다. 또한, 비장애인 학교의 일반 교과과정에 영어나 불어 등 외국어처럼 수화과목도 선택하여 공부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라는 요구도 하고 있다.

 

그러나 청각장애인들이 유아기부터 수화로 교육받을 권리와 언어선택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수화가 한국어와 동등한 언어라는 것을 법률에 명시하는 것은 물론, 수화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개선이 있어야 한다. 즉, 영어나 프랑스어 등 음성언어와 동등한 언어로서 수화를 인정하고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첫걸음이 바로 일반 교과과정에서 비장애인 학생들에게도 수화를 가르치는 것이다.

 

한국은 2008년 12월에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했다.

따라서 이제 이 협약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한국도 하루빨리 수화가 한국어와 동등한 언어라는 내용을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

 

또한, 이를 실행하기 위한 방안으로 일반 교과과정에서 학생들이 수화를 선택과목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청각장애인의 교육환경도 근본적으로 바뀌고, 청각장애인들이 받는 차별도 줄 것이다.

 

<폄> http://v.daum.net/link/3060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