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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한국수어 독립만세"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9. 2. 26.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 다녀왔습니다.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고, 음성언어에 종속된 한국수어 독립을 외치는 자리였습니다.

 

한국수어법이 제정된지 3년이 되었지만 방송, 교육, 공공기관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차별은 여전합니다.

청와대와 정부부터 한국수어법을 준수하는 모범을 보여주기 바랍니다.

 

"한국수어 독립 만세"

 

<한국수어 독립선언문>

 

수어는 농인의 언어입니다.

미국의 언어학자 스토크에 의해 수어는 음성언어와 다른 독립된 언어라고 밝혀진 바가 있습니다. 하지만 농교육 교육현장에서 수어를 언어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수어를 쓸모없는 손짓, 없애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오랜 세월 농아인들은 자신을 숨기며 살아야 했습니다. 부모의 강요에 의해, 선생님이나 주변사람들 때문에 청인처럼 살아야 했습니다. 농인을 병자와 같이 생각했고, 고쳐야하는 대상으로 여겨졌습니다.

 

다행인 것은 1960년대 이후 많은 나라에서 수어를 언어로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06년 유엔에서 장애인권리협약으로 국제사회가 수어를 언어로 인정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이후 장애계를 중심으로 한국수어법 제정 운동을 했습니다. 이러한 운동에 힘입어 한국수어법은 2016년 2월부터 공포되었습니다.

 

이제 한국수어법이 만들어진지 3년이 됩니다.

하지만 수어의 차별은 여전합니다. 교육현장에서 농인이나 수어에 무지한 교사들이 청각장애인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마다 수어를 잘 구사할 수 있는 직원도 없습니다. 수어통역이 부족하여 방송도 자유롭게 볼 수 없습니다.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수어로 요청해도 응대해줄 사람이 없어 피해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청와대 홈페이지조차 수어로 접근할 수 없습니다.

 수어법이 없는 나라들도 농인들의 언어 기본권을 보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은 수어법을 만들었는데, 농인들은 찬밥신세입니다.

 

그래서 문재인대통령에게 묻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농인들은 이방인입니까? 문재인대통령이 과거 장애인들을 만나면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이 다 거짓입니까? 따라서 저를 비롯한 농인들은 음성중심의 잘못된 세상을 비판하고자 모였습니다. 음성언어의 식민지 속에 억눌려 살아왔던 답답함을 떨쳐 일어나려 여기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선열들이 제국주의에 맞서 독립만세를 외쳤던 것처럼 우리도 한국수어의 독립만세를 외치려 합니다.

한국수어는 음성언어에 종속된 언어가 아닙니다. 한국수어를 독립된 언어로서 대접해 주십시오.

 

한국수어가 한국사회에 독립된 언어로 자리 잡을 때까지 싸울 것입니다.

우리 선조들이 결연한 마음으로 독립을 위하여 싸웠던 것처럼 우리도 한국수어의 독립과 독립된 언어로서 대접받는 사회를 위하여 싸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외칩니다.

 

“한국수어 독립만세”, 
“한국수어 독립만세”, 
“한국수어 독립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