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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노동자의 눈

1.1% 예산은 명분용(?)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6. 12. 28.

쌍용차노동조합의 1년 예산은 얼마나 될까? 또한 노동조합의 예산은 제대로 쓰여져야 할 곳에서 집행되고 있는 것일까!

 

이것은 노동조합을 운영하는 위원장를 비롯한 집행부의 성격이나 추구하는 목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어느 사업에 예산을 집중할 것인지, 또는 어떤 사업을 집중적으로 집행할 것인지에 달려있다.

 

특히 노동조합의 단기적인 목표와 장기적인 목표를 어떻게 세울것인지가 중요하다.

 

지난 2006년 예산을 관심있게 지켜보았더니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그것은 예산 편성이 주먹구구식이었다는 사실과 낡은 관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2006년 기준으로 1년 총 예산은 968,393,138원이다. 이중에 상급단체 의무금과 지부 운영비 등 자체적으로 쓸 수 없는 예산을 모두 빼고 계산해 보았더니 비정규직 사업에 약 1.1%인 6,858,000원이 잡혀 있었다.

 

그리고 지역 연대사업비를 계산해 보았더니 약 0.5%도 안되는 3,865,500원이 있을 뿐이다.

 

현재 기업별체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대공장 노조운동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수치이다. 이러한 예산편성으로는 산별시대에 그리고 노동조합의 희망찬 미래를 찾아볼 수가 없다. 노동자들이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가 정말 있는지가 의심스러울 뿐이다.

 

우리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은지가 꽤 오래되었다. 노동운동의 미래는 비정규직 사업에 달려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점차 확대되고 있고 비켜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총 예산의 1.1%를 배정해 놓고 '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외치는 것은 예산도 없이 구호로만 사업을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진정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생색내기나 명분용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우리사회의 약자들과 연대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중소영세노동자, 장애인 등 소외계층과 연대하지 않으면 또다른 기득권층으로 전락하고 이기주의 집단으로 비난 받을뿐, 노동자 계급의 삶과 지위, 사회적 위상은 더이상 낳아지지 않는다. 

 

쌍용차가 산별전환 이후 산별시대를 여는 첫해이다.

지역연대사업과 비정규직 사업에 예산을 집중해보자. 장기적으로는 50%까지 확대되어야 한다. 쉬운일도 아니고 처음부터 무리가 따르겠지만 수용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간부들과 활동가들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평택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고 잠재되어 있는 큰 힘도 있다. 물론 자부심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큰 규모와 힘에 비해 역할은 미비하다. 노동조합을 통해서 조직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 예산중에 가장 많은 조직사업도 이미 조직되어 있는 조합원을 대상으로하는 낡은 관례적인 사업에서 벗어나야 한다. 계파의 쪽수를 늘이거나 선거때 가동하기 위한 조직사업은 노동조합이 발전하는데 더이상 도움이 안된다. 조직사업의 목적과 목표, 그리고 대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아뭏튼 비합리적이고 낡은 관행적인 조직사업은 올해부터 중단하자. 대신 조직되어 있지 않은 비정규직노동자들과 열악한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탄압받거나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열악한 노동자들 위에 군림하는 배부른 노동조합이 아닌 나눔과 연대로 산별노동운동의 정신을 실천할때 진정 우리사회의 주체로서 당당히 설 수 있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주인되는 평등한 사회는 더 많은 노동자들과 연대할때만이 가능한 것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