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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두얼굴

삼성자본 무노조 경영시대 끝장낸다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7. 5. 17.

노동자의 피로 쌓아올린 바벨탑, 삼성자본 무노조 경영시대 끝장낸다

 

=10일 삼성본사 앞「비정규직 철폐, 정리해고 철회, 민주노조 건설을 위한

삼성 비정규직·하청 노동자 공동투쟁 결의대회」
 


“삼성은 비정규·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철회하라”
“무노조 노동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5월 10일 오후 2시, 눈부신 5월의 햇살이 높은 빌딩 사이로 내리쬐는 서울 종로 한복판 삼성 본관 앞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노조경영을 큰 자랑으로 여기며, 노동조합을 만들 기미만 보이면 금품회유, 협박, 납치 등으로 너무나 유명한 삼성. 한국 최대의 권력을 행사한다는 삼성자본은 법조계를 비롯한 정치권, 언론, 경찰, 노동부 등을 철저히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무전유죄, 유전무죄”를 현실로 보이고 있다.

이날 400여명의 참가자들은 삼성공화국 안에서 노동3권이 어떻게 철저히 유린당하는지, 비정규·하청이 어떻게 양산되는지, 삼성자본 앞에서 집회를 하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그리고 힘찬 투쟁을 결의했다.

“무노조, 노동탄압 즉각 중단” “생존권 사수”
삼성노동자 공동투쟁 시작


이날 대회에는 삼성SDI 사내기업 비상대책위와 하이비트 조합원, 쎌콤 폐업대책위, 한국합섬 HK지회, 삼성코레노 민주노조추진위원회, 삼성해복투, 금속울산지부, 테트라팩 지회, 우진산업지회, 기륭분회, 이젠텍분회, 시사저널노조 등 삼성자본과 직간접적으로 얽혀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모여 삼성자본을 규탄했다.

“지금의 삼성재벌이 있기까지 노동자의 피와 땀, 특히 최저임금을 받는 하청노동자의 피눈물이 있었다”는 민주노총 주봉희 부위원장의 삼성자본을 규탄하는 대회사로 본 집회를 시작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전두환·노태우 군사독재의 탄압 속에 노조민주화 투쟁을 한 20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인권변호사 출신이 대통령이 되고 민주화됐다고 떠들지만 아직도 헌법에 보장된 노동조합을 합법적으로 건설하는 게 힘들다”며 노조설립을 위해 싸워야 하는 현실을 개탄하며 뭉클한 심정을 밝혔다.

이어 “노조 만들었다고 해고하고,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가차없이 버리며, 노동3권을 철저히 유린하는 등 이 모든 것의 원흉은 삼성”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노조 허용하고 기업하기 힘들면 한국을 즉각 떠나라”고 경고하고, “헌법을 무시하는 삼성을 반국가단체로 선포하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결의를 밝혔다.

생존권을 위한 집회의 자유 봉쇄, 경찰도 한 통속

삼성SDI 본사가 있는 경기도 수원의 다산인권센터 박진 대표는 삼성 본사 앞에 집회신고를 내는 것 자체가 전쟁인 현실을 고발했다. 노동자들의 집회를 막기 위해 삼성직원이 24시간 3교대로 경찰서 앞을 지키고 있어, 잠깐의 공백을 기습적으로 이용해 오늘의 집회를 할 수 있었다.

박진 대표에 의하면 남대문 경찰서는 “회전문을 먼저 통과한 사람” “소파에 먼저 앉는 사람” “다툼이 있을 경우 둘 다 안 준다” 는 등 매번 기준을 달리해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집회신고를 접수해 왔다며, 웃지 못 할 현실을 개탄했다. 울산에서도 얼마 전 집회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여성노동자들이 삼성SDI가 고용한 덩치들에게 폭행과 성추행을 당하기도 했다.

“노동자는 간절한 마음으로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한 집회를 하기가 정말 힘들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가장 강력한 권력인 삼성의 성역은 노동자와 시민들의 힘에 의해 깨질 것”이라며 희망을 얘기했다.

방만한 계열사 운영과 해외투자의 실패로 인한 경영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여 정리해고를 실시하려는 회사측에 맞서 싸우고 있는 한국합섬HK지회. 삼성자본이 최대채권자다.

 

한국합섬HK지회 이정훈 지회장도 집회신고를 위해 남대문 경찰서에서 50일 동안 밤을 세운 기억을 떠올렸다. “올해도 일주일 동안 정탐을 하고, 경찰서가 요구하는 기준을 맞춰 집회 신고에 성공했지만 금지 통보를 받았다”고 전하고 “법원에 집회금지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하고나서야 집회를 할 수 있었다”며 성토했다.

한편 힘찬 노래로 연대해 온 박준 문화 활동가는 “삼성 자본의 성역인 본관 앞을 오늘 노동자의 투쟁을 시작으로, 한 자리에 모인 우리가 노동자의 마당으로 만들어가자. 머리가 아닌 노동의 가슴으로 만들자”라고 말해 뜨거운 환호를 받기도 했다.

남한 최대 권력 삼성자본, 금속노조가 앞장서 싸울 것

삼성 부회장을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가 경영진에 의해 일방적으로 삭제당하고, 직장폐쇄까지 당한 언론노조 시사저널 정희상 분회장도 삼성자본 비판에 한 목소리를 냈다.
“최대광고주가 삼성이다. 강력한 로비로 언론을 조정하는 삼성자본에 맞서 거리로 내몰린 23명의 기자단이 121일째 투쟁하고 있다”면서 “삼성본사 건물은 피해 중소기업과 피해 노동자들의 피로 쌓아올린 바벨탑”이라며 삼성자본의 노무관리와 노동자 착취를 비난하고 “반드시 부활하여 노동자의 투쟁을 제대로 알려내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금속노조 김일섭 부위원장은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이건희가 구속되면 나라가 망하는 양 구속은 안 된다고 떠든다”며 국가권력이 이건희에게 쩔쩔매고 있다고 비난했다.

실상은 이건희를 건들면 삼성에 줄대고 있는 정치꾼들의 자금과 자리가 위태해지기 때문에 국민에게 사기치고 있는 것이 본질이라며 “노조 만들고, 해고자가 현장에 돌아갈 때까지 삼성 노동자들의 투쟁만이 아닌 15만 금속노조가 앞장서 싸우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민주노조 만드는 것이 죄, 삼성코레노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까지 확인하여 현장게시판에 공고해 통제하고, 1초 단위로 관리하며, 생리휴가를 썼다는 이유로 하루 종일 벌을 서야 하는 노동조건. 삼성과 일본자본의 합작회사로 연 매출 4천억원을 버는 삼성코레노의 현실이다. 삼성코레노 노경진 민주노조추진위 위원장은 민주노조를 만드는 것이 죄가 되어 해고됐다.

노경진 위원장이 해고된 후 투쟁을 시작하자 회사측은 ‘돈을 줄테니 포기하고 떠나라’고 회유했다. 노 위원장이 이를 거절하자 현장에는 ‘돈을 바라고 저런다’는 소문이 돌았다. 위원장은 “오늘 본관 집회를 하고 있으니 회사측은 액수를 더 높여 현장에 소문을 내고 있을 것”이라며 “노동자의 순수한 투쟁을 돈으로 사지 마라”고 성토했다.

이어 “민주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19개월을 싸우고 있는 이젠텍 동지들에 비해 난 이제 7개월 밖에 안됐다”며 “삼성을 상대로 하는 싸움이라 주위에서 많이 말리기도 했다”고 외로웠던 심경을 털어 놓기도 했다. 그러나 “7개월 만에 이렇게 많은 동지들이 생겼다. 혼자 힘들다면 여기에 있는 동지들과 함께 싸우겠다. 삼성 사업장의 동지들을 힘있게 만나겠다”며 “그리운 현장, 동료들 곁으로 반드시 돌아가겠다”는 굳은 결의를 보였다.


이윤을 위해 소모품이 된 쎌콤, SDI 비정규직 노동자

또 다른 삼성 외주하청업체인 (주)쎌콤. 삼성 애니콜의 밧데리를 생산해 오다 삼성 원청이 경쟁력을 이유로 중국으로 하청을 전환하면서 폐업했다. 근속 10년에 통상임금 68만원으로 최저임금도 못 받고 삼성신화를 위해 희생돼 오던 300여명의 노동자들이 한순간 거리로 내몰렸다.

쎌콤 폐업대책위는 “(주)쎌콤은 삼성 원청의 거래 중단을 이유로 수백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파탄으로 몰고 있다. 삼성자본은 셀콤 노동자의 저임금으로 이윤을 쌓아오더니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더 낮은 임금 노동자를 찾아 노동자를 버리는 천박한 자본이다.”라며 삼성자본을 강하게 비난했다.

삼성SDI 사내기업 비상대책위 함선주 위원장은 “삼성SDI는 98년 IMF때 사내기업으로 옮겨도 정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 2월 계약해지됐다”며 “현재 8천억을 들여 PDP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지만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해고는 계속 될 것”이라고 폭로했다.

또한 삼성SDI 하이비트 최세진 대표도 “사전통보도 없이 하루아침에 해고됐다”며 분통을 감추지 않고, “억울해 노조에 가입했다. 언제는 관심없다며 알아서 하라더니 오늘도 따라와 감시를 하고 있다”면서 “삼성은 고용보장을 하고 노동자의 일자리를 뺏지마라”고 외쳤다.


무노조 경영으로 비정규직 양산, 최저임금, 정리해고
이젠 오기, 삼성을 향해 칼끝을 겨눌 때까지 끝까지 할 것!


이날 대회에 끝까지 함께한 쎌콤 폐업대책위의 원무선씨는 “힘들게 집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속 터지지만 한편으론 벅차다”라며 “삼성 본사 근처에서 1인 시위를 해왔다. 처음엔 경비들과 경찰들의 위협이 무서웠는데 이젠 오기가 생긴다. 끝까지 하겠다”고 투쟁의지를 보였다.

1년 4개월째 정리해고와 직장폐쇄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한국합섬지회의 이병삼 조합원도 “벅차고 대단한 일”이라며 “우린 정규직이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렇게 뭉치고 계속 일어나 싸운다면 우리의 운동현실은 더 발전할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정리 될 것이라 보지는 않는다. 힘들고 지치기도 하겠지만 열심히 할 것”이라고 연대와 결의를 밝혔다.

한편 본 집회에 앞서 진행된 사전집회에는 삼성자본이 시공하는 주상복합 공사에 맞서 상도동 세입자 대책위를 결성해 4년째 싸우고 있는 주민들도 함께 했다.

참가자들은 생존권 사수의 절박한 심정으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더 이상 용납하지 없음을 선언하고,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전개하며, 연대투쟁으로 승리할 것을 결의하는 결의문 낭독 후, 집회를 마무리하고 한국합섬HK지회 투쟁에 결합했다.

삼성은 무노조를 바탕으로 비정규직과 하청비율을 높여왔다. 무노조를 바탕으로 장시간 노동에 최저임금을 유지할 수 있었고, 노동자를 손쉽게 해고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무노조 경영의 이유인 것이다.

그러나 삼성 노동자들이 하나로 모였다. 투쟁을 하면 할수록 더 많은 동지들이 깃발로 모이고 있다. 이제 이들은 가슴의 한을 하나로 날카롭게 갈아갈 것이다. 삼성 자본을 향해 겨눌 그 날을 기다리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