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119조2항 폐기와 내각제 도입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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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림의 세상보기] 내가 개헌논의 자체를 반대하는 이유 | ||||||||||||||||||||||||
17일은 제헌절이었다. 제헌절을 이틀 앞두고 병원에 누워있는 중학교 1학년 딸아이에게 물었다. "너, 제헌절을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알아?" "몰라요!" "제헌절은 영어로 'Constitution Day'라고 한다." '헌법의 날'이라고 부르는 것이 국민들에게 더 쉽게 다가올 것 같다. '공화국'을 건설했고, 헌법과 헌법 정신에 기초하여 많은 법률들이 제정되었으므로, 제헌절은 말하자면, 헌법을 포함한 법의 정신과 법에 의한 통치, 법의 기능과 역할 등에 대해 생각하고 기념하는 날일 것이다. 이해하지 못하는 용어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가령 헌법에 규정된 '노동 3권' 중에서 '단결권'이라는 것이 있다. 필자가 그동안 여러 사람들에게 "단결권을 손에 잡히게 쉽고 간단하게 표현하려면 뭐라고 해야 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하나는 우리가 쉬운 법률 용어를 쓰지 않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알아듣기 쉽게 가르치거나 배우지 못한 우리 교육 방식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단결권은 쉽게 표현하면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the right to form a labor union)'다.
서론이 길어졌다. 요즈음 '국민이 보이지 않는 참여정부'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한미FTA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한미FTA 사태'에 묻혀서 많은 보통 사람들의 큰 관심사가 못되는 것처럼 보이는 사안들 중의 하나가 바로 개헌(필요성)에 대한 논의다. 인식이나 접근방식에 대해서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더 이상 왈가왈부 하지는 않겠다. 시행하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가 프랑스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외교와 국방 등에만 전념하고 총리가 사실상 내치(內治)를 담당하는 방식도 이런 예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반대한다. 사실 오래 전부터 개헌 논의 자체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해 왔다. 내용인지 살펴보자.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말하자면 경제에 관한 내용을 담은 헌법 9장의 첫째 조항으로 이 조항 때문에 정부와 국가가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 정책을 입안,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조항은 국가의 시장 개입과 공적 기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헌법적 근거 역할을 하고 있다. 헌법이 부여하는 권한을 놓고 보면 여전히 무소불위의 위치에 있는 노무현 대통령조차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할 정도로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필자는 "권력은 시장에 넘어갔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선언을 "권력은 삼성에 넘어갔다"고 고백한 것으로 해석한다. 으로 표현되는 친미 경제외교관료들에 둘러싸여 중요한 경제, 외교정책에서 균형을 잡아 줄 경제참모들을 모조리 청와대에서 쫓아냈기 때문이라는 추측이나 분석도 가능하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방식과 내용의 한미FTA를 공개적으로 반대한다고 선언함으로써 '신문으로 위장한 범죄 집단'이나 다름 없는 족벌신문에 의해 최근에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른, 노무현 정부의 초기 경제정책 기조의 입안자이자 경제가정교사라 할 수 있는 이정우 전 정책실장이 청와대를 떠난 것도 '금산법((금융 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을 밀어붙인 것에 대한 삼성의 반격 내지 보복 때문이라는 뒷얘기도 들린다. 그 뿐이 아니다. 가령 그린벨트와 같은,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정부 조치도 마찬가지다. 구성한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경제분과 위원장이던 김종인 의원(현 민주당 의원, 비례대표)이 주도해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이 조항 도입에 대해 거의 모든 국회, 정부 관계자는 말할 것도 없고 재벌 등 재계도 격렬하게 반대했으나 김 의원이 전두환 당시 대통령을 직접 설득해 재가를 받는 바람에 반대 바람을 잠재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혹자는 이 조항을 '김종인 조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총력전을 펼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87년 당시의 삼성과 재벌들의 영향력과 지금의 그들의 총체적 지배력은 땅과 하늘 차이 정도다. 삼성은 내각제 도입을 위해 막후에서 총력을 다할 것이다. 다른 재벌들도 내각제 도입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아니 10개 이상은 생겨날 것이다. 이름하여 '삼성교섭단체', '현대교섭단체', 'LG교섭단체', 'SK교섭단체' ... 전제로 한 임기문제만 논의하겠는가? 그런 점에서, 대단히 실례되는 표현이지만, 김근태 의장은 순진하다. 한마디로 김 의장이 생각하는 헌법 조항 하나만 고치는 '원 포인트 개헌'은 거의 블가능할 뿐만 아니라, 87년 헌법 전반을 손대는 빌미만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 국가의 이상과 이념 및 정체성과 이루려고 하는 목표를 담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헌법을 창출(제헌 혹은 개헌)하는 과정이란 측면에서 접근하면, "개헌 혹은 제헌 당시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요소를 망라한) 모든 세력 사이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정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헌 역사상 처음으로 여야 만장일치 합의로 만들어낸 '1987년 헌법'을 모든 세력과 이들 사이의 역학관계가 완전히 바뀐 지금 고치자고 주장하고, 논의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위험하다는 것이 필자의 우려다. 기우이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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