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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이 뭐길래

‘언론사 피라미드’ 꼭지점은 자본가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7. 7. 2.

‘언론사 피라미드’꼭지점은 자본가


다시 마녀사냥이다. 예상대로다.

이 참에 분명히 짚을 필요가 있다.

대체 한국의 언론은 왜 사실까지 왜곡하며 반 노동자적 보도를 일삼는가.


까닭은 단순한 사실에서 비롯한다.

언론사 또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적잖은 사람들이 언론사가 기업임을 잊고 있다.

언론사가 기업이란 뜻은, 자본을 지닌 사람이 임금을 주고 기자들을 고용해 신문이라는 상품을 생산하면서 이윤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특정 가문이 자자손손 언론사를 세습한다.

 

삼성그룹이 이병철에서 이건희로, 다시 이재용으로 세습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언론사를 세습해온 사주들의 후손 가운데 제대로 기자생활을 경험한 사람은 거의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경력관리’차원에서 잠시 머물렀을 뿐이다.

문제는 바로 그들이 재벌그룹의 총수들을 뺨칠 ‘황제경영’을 하는 데 있다.

독점적 소유권에 바탕을 두고 배타적 인사권을 무기로 주필과 편집국장을 장악한다. 주필을 통해 신문의 사설과 논조를, 편집국장을 통해 편집국 각 기자들의 기사와 시각을 통제한다.

사주→편집인→편집국장→부장→차장→1진→2진으로 이어지는 취재 관행의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하향적인 지시가 거의 일방적으로 흐르고 있다. 그 피라미드 구조는 기자에 대한 길들이기 기제이기도 하다.

 

가령 한 기자가 노동쟁의에 대해 자본 쪽 주장만 재생산하지 않고 노동 쪽 주장까지 담아내 객관적으로 보도할 때 어떻게 될까. 부장(데스크)에 의해 그 기사는 재작성 될 게 확실하다. 그 부장 또한 피라미드 통제 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오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는 사주는 언론자본가로서 자본가 일반과 이해관계를 같이한다. 원천적으로 노동운동에 적대적일 수밖에 없다. 기업으로서 언론사의 수익구조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다른 기업에서 주는 광고다.

 

한국 언론의 광고 수입은 전체 수입의 90%를 웃돈다.

재벌 의존도가 커지면서 재벌에 대한 비판 기사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노사관계도 그 틀 속에 있다. 현대자동차가 언론사에 주는 광고료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주는 광고료는 비교가 될 수 없다.

그 뿐인가.

언론사 사주들은 혼맥으로 서로 이어져있고 그것이 언론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동아일보사 김병관 사주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사돈을 맺은 뒤, 그 신문에서 삼성 비판기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 보기다.

기업으로 언론의 정체를 분명히 인식한다면, 언론의 공세에 노동운동이 흔들릴 아무런 이유가 없다. 다만 언론을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가 성찰은 필요하다. 분노를 삭이며 소유구조를 개혁하는 입법의 문제, 참다운 노동언론을 키우거나 새로 창간하는 문제들을 고민할 시점이다.

손석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