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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이 뭐길래

<조선일보>의 교묘한 작통권 여론 조작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6. 9. 15.

작통권 환수 반대가 66%라고?

 

<조선일보>의 교묘한 작통권 여론 조작
김경환 기자     

  "우리 국민의 3명 중 2명은 전시 작전통제권을 한국군이 단독으로 행사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자 <조선일보>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 보도한 기사의 첫 머리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인용한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이런 결론을 내리기엔 무리가 따른다. 
   
   <조선일보>는 이날 보도에서 "조선일보와 한국갤럽이 11일 전국 성인 6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과 공동 행사하던 전시 작통권을 한국군이 단독 행사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 ‘안보를 불안하게 하고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6.3%로 다수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주권과 관련이 있고 자주국방 능력이 있기 때문에 찬성한다’는 29.4%에 그쳤고, ‘모름·무응답’은 4.3%였다"고 밝혔다.
  
  또한 "전시 작통권을 한국이 단독 행사할 경우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이 ‘불안해질 것’(71.3%)이란 견해가 ‘불안해지지 않을 것’(25.6%)보다 크게 높았다"면서 "이에 따라 ‘이번 정권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와 관련된 논의를 중단하고 다음 정권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찬성(71.3%)이 반대(23%)를 크게 앞섰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첫 번째 질문의 답변항목.

여론조사에서는 항목을 작성하는 데에서 일반적으로 '모든 것을 다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질문도 총론에서 각론으로, 포괄적인 것에서 구체적인 것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즉,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질문을 먼저 던진 뒤, 답변에 따른 이유라든가, 세부 항목에 대한 질문을 이어나가야 되는데, <조선일보>는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의도적으로 결과를 이끌어냈다.
  
  <조선일보>가 던진 질문을 살펴보면, "미국과 공동으로 행사하던 전쟁시 작전 통제권을 단독으로 행사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대해 '주권과 관련되고 자주국방 능력이 있기 때문에 찬성'하는 의견과 '안보를 불안하게 하고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OO님께서는 어느쪽 의견에 조금이라도 더 공감하십니까?"란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주권과 관련있고 자주국방 능력이 있기 때문에 찬성'(29.4%), '안보를 불안하게 하고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반대'(66.3%)로 나뉘었다.
  
  <조선일보>는 이 결과를 인용해 '국민의 66.3%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반대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하자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라고 말하기 어렵다. 단지, <조선일보>가 선정한 두 개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것으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을 뿐이다.
  
  응답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만일, '주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면 <조선일보>의 저 물음에 어떻게 답해야할까? 아니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환수가 되면 안보가 불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답해야 할까?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의 당위성에 대한 찬반과 그 이유, 환수시기 등의 문제를 뒤섞어 버림으로써 '의도한' 답변을 유도한 것으로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다른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의 여론조사 문항들과 비교를 해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한겨레>가 지난 달 12일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플러스'에 맡겨 조사했을 때 답변항목은 '우리나라가 환수해야 한다'는 것과, '미국이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구분했다. 찬반을 먼저 물은 것이다.
  
  이어 '언제 환수하는게 적정한지'를 물었다.

답변 항목은 '2009년 이전 가능한 빨리', '미국이 주장하는 2009년 정도', '한국이 주장하는 2012년 정도', '2012년 이후라도 가능한 늦출수록 좋다'는 것으로 세분화했다.
  
  그 다음엔 '안보불안'에 대한 질문을 했다.

'환수 이후 대북 전쟁 억지력 등 안보가 우려된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것이다. 답변 항목은 '동의한다', '동의하지 않는다'로 나눴다.
  
  <한겨레>의 이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2.5%가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대는 40.3%였다. 안보불안 우려에 동의하는 응답은 61.3%로 높게 나왔다. 국민 과반수는 '환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안보는 불안해질 것'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비록 한 달이라는 시간의 차이가 있지만, <한겨레>의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조선일보>의 여론조사에서 '안보를 불안하게 하고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응답이 왜 66.3%가 나왔는 지 의문이 풀린다.
  
  결국, <조선일보>는 여론조사라는 이름으로 '안보불안+시기상조=환수 반대'라는 논리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한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