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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공식언어'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7. 7. 18.

2007.7.18(수)

 

어제는 제헌절이다.

제 59회를 맞이한 제헌절은 그동안 공휴일이었으나 내년부터는 공휴일이 없어진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휴일이 하루 축소된다는 의미이다.

 

국가공인 수화통역사 시험도 매년 공휴일을 택해서 치뤘다. 매년마다 1차 필기시험은 제헌절(7/17), 2차 실기시험은 개천절(10/3)에 봐 왔으나 내년부터는 일정이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어제도 국가공인 1차 필기시험이 있었는데 아내와 함께 시험 감독으로 참석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서울과 대전으로 장소를 나누어서 시험을 봤는데 참가한 수험생은 700여명을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1차 필기시험은 총 5과목으로 과목당 50분씩 약 5시간동안 서 있었던 셈인데, 웬만한 체력없이는 견디기 힘든 직업(?)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올해부터 휴식시간이 20분씩 주어졌다는 것이다.

 

작년까지는 휴식시간이 10분이었는데 화장실도 다녀오기 힘든 짧은 시간이었다. 시험시간이 끝날때마다 시험지와 답안지를 걷고 종합상황실(진행실)에 반납하고, 다시 다음 시험과목의 시험지와 답안지를 갖고 각 시험장으로 뛰어다니다시피 했었다. 같은 건물에 2층은 그나마 다행이었고 시험장소가 다른 건물이나 3층이면 더욱 발걸음을 재촉하여야만 했었다.

 

수화통역사 시험이 민간시험으로 1년에 한번씩 9년동안 치뤄오다가 국가 공인으로 바뀐지 만 1년이 지났다. 수화통역사들의 양적 확대는 물론이고 질적 향상을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수화통역사들의 양적,질적 확대에 맞춰 수화통역사들의 지위와 위상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방송통역이나 학교통역 등 수화통역의 영역이 확대되기는 했지만 농인들이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만큼 수화통역서비스를 받기는 아직도 부족하다.

 

현대사회에서 지식 및 정보접근과 습득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볼 수 있는 T.V, 공영방송 및 지역방송 등 시각적인 언론매체에 수화통역은 기본이고 농인 학생들이 다니는 모든 학교 수업시간에도 수화통역서비스가 제공되어야만 한다.

 

집안에서 편히 쉬면서 TV를 볼때, 갑자기 응급 상황이 발생되어 병원을 갈때 등등 일상 생활속에서 수화통역서비스를 받기란 현재도 쉽지 않다.

 

수화는 남들에게 보여주는 단순한 손짓,몸짓이 아니라 농인들의 의사소통 수단인 언어이다. 음성언어를 사용하는 대다수의 청인과 시각언어를 사용하는 소수의 농인이 차이가 있다면 의사소통의 방법이 다르다는 것 뿐이다.

 

수화를 모국어로, 제1언어로 사용하고 있는 농인들은 북유럽 복지국가와 같이 우리 사회에서도 하루빨리 수화(수어)가 공식언어로 인정받길 원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가 함께 어울려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사회가 진정한 선진국가로 가는 길이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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