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만의 자료실

노동조합 활동과 법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8. 1. 13.

노동조합 활동과 법


권영국

전 민주노총 법률원장 / 변호사

 

1.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할까?


우리는 학교수업시간에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고 배웠고, 법은 우리의 억울함을 구제해줄 훌륭한 제도와 같은 것으로 희망해왔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은 그리 희망적이지는 못하다.


두산그룹 총수집안의 횡령사건에 대한 법원의 관용적인 판결과 삼성그룹 지분의 승계과정에서 나타난 액면가 주식양도 형태의 변칙상속과 대규모 탈세혐의에 대한 사법당국의 미온적인 태도, 술자리에서 성추행을 한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본인이 사퇴를 하지 않는 한 제명할 방법이 없고, 교도소 내에서 교도관에 의한 성추행이 벌어져도 은폐 조작 축소되어 그 처벌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작동하는 사회에서 법은 지배계급과 국가조직에 대해 매우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회의원들이나 고위공무원들이 자본가들로부터 검은 돈을 건네받고 부정한 행위를 하여도, 재벌의 천문학적인 횡령사건과 뇌물사건에 있어서도 그들에 대한 처벌은 국가에 대한 공헌도와 국가경제라는 미명으로 약한 형량과 함께 곧바로 사면이라는 편리한 수단을 통해 면죄부를 주는 일이 일상화되어 있다.


이에 비해 비정규직 여승무원의 정규직화 등 공공성 확대를 내건 철도파업에 대한 직권중재와 즉각적인 공권력 투입결정 그리고 노조간부 및 파업참여 조합원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연행 등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서는 법은 추상과 같다.

 

안전운항을 위한 운항시간의 단축 등을 요구한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의 파업과 해고자 복직 및 임금인상을 내건 대한항공조종사노조의 파업에 대한 사법처리 위협과 긴급조정권의 남발 등은 생존권 투쟁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가혹하게 대응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노동시장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되고 이들 사이의 양극화 현상이 날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에 대해 자본과 이들의 이익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는 정부에 의해 법제도적으로 합법화를 추구하고 있다. 계약의 자유라는 이름하에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라는 미명하에 사회적 불평등을 구조화하는 법안을 정부가 앞장서서 만들어가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는 법의 적용과 집행에서도 결코 평등하지 못한 현상이 일상화되어 있고, 나아가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는 법을 제정하기 위해 막대한 국가권력을 동원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미래요 희망으로 구가되는 사회에서는 법의 제정에서부터 불평등을 옹호하고 이를 제도화하는 내용으로 추구되어진다. 법은 평등한 것이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 편향적이며, 그 집행에 있어서도 편파적이다. 이것이 법의 현실이다.

 

2.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한 최근 법 적용 및 법제정추진 사례


가.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회부를 통한 파업 봉쇄

-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한 직권중재회부

- 지하철노조의 파업에 대한 직권중재회부

- 2004년 엘지정유노조의 파업에 대한 직권중재회부

- 2003년 보건의료노조 파업에 대한 직권중재회부

- 2002년 발전노조 파업에 대한 직권중재회부


나. 항공조종사노조의 파업에 대한 긴급조정권의 발동을 통한 파업 봉쇄

- 2005년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의 파업에 대한 긴급조정권 발동

- 2005년 대한항공조종사노조의 파업에 대한 긴급조정권 발동


다. 2005년 공무원노조법의 기형적인 제정과 법외노조의 지속


라. 특수고용직노동자들에 대한 노조법상 근로자성 부인과 법제도적 보완 외면

- 레미콘기사, 학습지교사, 보험모집인, 캐디, 방송구성작가 등 다양한 경제적 종속 하에 있는 노동자들임에도 실무와 법원은 노동법의 적용범위에서 배제하여 노조법상 근로자성 부인하고, 이를 보완할 법제도개선도 외면하고 있는 실정임.


마. 2004년 이래 기간제노동자의 사용과 파견근로자의 업무확대를 합법화하는 비정규직법안의 추진과 강행통과


바. 2003년 이래 노사관계의 재편을 목적으로 한 ‘노사관계선진화’방안 발표 및 법개정추진

- 노사관계의 선진화를 추진한다는 명목 하에 정부의 안을 선험적으로 마련하고 이에 대한 입법을 추진하려함.

 

3. 노동조합이란 무엇인가?


가. 노동조합의 탄생배경


“법 앞에 평등”이라는 시민혁명의 구호 앞에 들러리가 되어 왔던 민중들은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와 실제로는 전혀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산업혁명 하의 공장노동을 통해 몸소 깨닫게 되었다.


자본가와의 종속적인 노동을 감수하지 않으면 굶어죽을 자유와 몸뚱아리밖에 가진 것이 없는 무산자 노동자들에게 “계약의 자유”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었다.


19세기 야만적 자본주의 시절 노동자와 자본가의 임노동계약을 일반 상품계약과 동일한 것으로 취급했다.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자유로운 임노동계약은 또 다른 노예노동의 자유로운 사용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영국에서는 아동노동이 판을 치고 하루 18시간 이상의 노동이 사람들을 조로하게 만들고 불구로 만들었다.


노동자들은 지나치게 낮은 임금을 보충하기 위해 공장에서 만든 물건을 훔쳐보기도 하고, 점차 공장이 기계화되면서 일의 강도가 강화되자 기계를 파괴해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자본가 권력으로부터 그 대가는 가혹한 것이었다. 절도범으로, 파괴범으로 가혹한 형벌이 뒤따른 것이다. 또한 당시 단결은 계약의 자유를 해치는 해악으로 간주하여 노동자들의 단결을 공모죄로 엄하게 처벌하는 단결금지법이 만들어졌고 단결이 철저히 금지되었다.


그러나 열악한 근로조건과 공장에서의 집단적인 노동은 노동자들의 단결을 위한 객관적으로 토양으로 작용하였다. 수십, 수백, 수천명의 노동자들이 테러로 죽어나가고, 노동자들은 여기에 굴하지 아니하고 죽음으로 항거하고, 혁명전선에 뛰어들고 파업투쟁으로 조금씩 조금씩 ‘조직화’되어갔다. 1889. 5. 1. 미국의 시카고에서는 노동자 수십만이 8시간 쟁취를 내걸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한 노동운동가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갔지만 그 죽음이 불씨가 되어 미국 전역으로 전 세계로 노동자들의 저항은 번져나갔다.


이러한 조직의 결과와 정치적 각성을 통해 19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노동자들은 노동자들의 정당을 만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영국의 노동당, 독일의 사민당, 이탈리아의 사회당, 공산당, 프랑스의 사회당 등 노동자들의 정치적 조직이 급속도로 조직화되어 갔다.


노동자들의 정치적 성장과 1917년 러시아혁명의 성공, 1929년 세계적인 대공황이 맞물리면서 사회적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수십 년간 노동자들의 피눈물과 죽음의 투쟁의 결실로 마침내 ‘노동3권’을 헌법적 권리로 쟁취하게 된다.


나. 사회현상으로서의 노동조합과 법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노동단체는 본래 국가의 법이나 정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도리어 국가의 탄압이나 사용자의 억압에 대하여 투쟁하면서 근로자의 자주적 조직으로 생성되고 발전되어 온 사회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 그것은 19세기 말부터 비롯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노동단체는 사용자와의 단체교섭에 의한 근로조건 기준의 설정을 비롯한 노사관계 기준의 체결, 단체행동 등의 실시, 국가에 대한 여러 노동정책의 요구 등을 통하여 사용자나 국가권력의 방해 및 억압과 싸우면서 발전되어 왔다. 이러한 노동조합을 역사적 또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노동단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것들에 대한 이해는 노동단체법의 이해에도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동단체를 흔히 노동조합이라 부른다. 따라서 사회현상으로서의 노동단체와 노동조합이란 같은 의미이다. 그러나 법에서는 두 가지가 구별되어 있다. 그 이유는 법의 영역에서 특별히 구분해야 할 본질적인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우리 실정법이 그런 구분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법에서 노동조합라고 함은 노조법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사용될 수 있고, 그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는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자주적 조직이면 당연히 노동조합이어야 하지만, 우리의 법령과 실무는 여러 가지 제한을 가하여 근로자의 자주적 조직을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취급하고 있다. 이는 노동단체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노동단체법의 기본목적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 노동조합에 대한 법정책의 변천


(1) 서구에서의 변천


국가는 사회현상으로서의 노동조합을 일정한 조건하에 법질서 속에 포함시킨다. 이를 노동조합 현상의 법제도화라고 할 수 있고, 그 결과가 노동조합법이다. 물론 그 태도는 각 국가의 역사에 따라 다르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노동조합에 대한 법정책은 일반적으로 금지(단결금지법의 제정) - 방임(단결금지법의 완화 및 철폐) - 법인(노동3권 규정의 설정) 및 적극적 보장이라고 하는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18세기 영국에서 비롯된 노동조합운동은 19세기, 특히 그 후반 이래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전개되었으나, 영업의 자유 등, 개인의 자유를 근거로 하여 형벌에 의해 철저히 금지되었다. 즉, 노동조합이 조합원에 대한 내부통제를 통하여 제3자(사용자 및 다른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 거래를 제한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는 당시 노동조합의 중심인 직능노조가 숙련 노동자의 독점적 장악을 배경으로 하여 근로조건의 자유로운 거래를 제한한 현실과도 관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금지정책에 의해 노조가 없어지기는커녕 더욱 발전되자 각국은 단결이 개인의 자유라는 이유로 방임정책으로 돌아섰다. 즉, 개인의 자유라는 것의 내용이 뒤바뀐 것이었다. 과거에는 그것이 영업의 자유를 의미했으나, 이제는 단결의 자유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단결의 방임은 단결금지의 폐지에 불과했고, 단결에 대한 민․형사법은 여전히 적용되었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더욱 적극적인 승인을 요구하게 되어 20세기 초엽에 와서야 각국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적극적 승인이 일반화되게 되었다. 예컨대 영국에서는 민․형사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독일에서는 바이마르 헌법에 단결권을 규정했으며, 미국에서는 와그너법을 통하여 단결의 침해를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제도를 확립했다. 국제적으로도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ILO 제87호․제98호 조약이 성립되었고, 국제인권규약에서도 결사의 자유를 권리로서 보장하게 되었다.


[영국 단결권의 제정과 변천]


- 산업혁명 이전 : 숙련기능공들에게만 한정되어 있던 노동자들의 단결이 점차 일반 노동자에게도 확대되자 자본가들이 이에 대응하여 노동자 규제를 위한 법률들을 제정,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노동조합을 불법단체로 규정. 노동자규제법(1392년), 도제규제법(1562년), 토론회 금지(1799년), 노동자단결법(단결금지법, 1800년).


- 기계파괴운동(러다이트 운동) 시기 : 단결금지 상황에서 자연적으로 발생, 단결완화법(1824년) - 노동자단결법(단결금지법) 폐지, 그러나 민사상 손해배상의 대상.


- 공장법 제정 시기 : 1802 - 1833년에 걸쳐 5개의 공장법 제정, 18세 이하 연소 노동자의 하루 근로시간을 12시간으로 낮춤. 근로기준법의 출발, 12시간 노동법(1833년) → 10시간 노동법(1847년)


- 노동조합법의 시기 : 노동조합법(1871년), 조합원을 숙련공으로 제한함. 집단적 노동관계법의 출발, 노동쟁의에 대한 형사상 면책

- 1906년 노동쟁의법 : 노동쟁의에 대한 민사상 면책

- 1913년 노동조합법 : 노동조합의 정치기금 합법화

- 1926년 노동쟁의 및 노동조합법 : 1926년 총파업의 패배결과 총파업 불법화

- 1946년 총파업 합법화

- 1971년 산업관계법 : 부당해고금지, 유일교섭권 인정, 단체협약 이행의 법적 강제, 파업의 일부 제한, 노동조합 등록의무화, 클로즈드숍 제한, 이후 보수당과 노동당의 시각차가 노동법에 영향

- 1984년 노동조합법 : 경제위기 구조조정시기에 대처리즘의 영향으로 노동조합 활동 제한, 노동조합에 대한 국가의 개입 강화(영국의 노사자치주의 붕괴)


(2) 한국에서의 변천


일제 이전부터 시작된 우리의 노동조합 운동은 일제하에서 치안법규를 통해 통제정책의 적용을 받다가 일제 중엽부터는 금지정책에 의해 궤멸의 상태에 놓였지만, 해방 후에는 기본적으로 적극적 보호 정책 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1948년 헌법 제정 이후 집단적 노동관계법은 국가의 기본질서의 하나인 인권으로 규정된 노동3권에 의해 제정되었다.


이는 다른 단체가 민법에서 사단의 지위로 인정되는 것에 비하여, 노조가 정당과 함께 헌법에서 보장되는 유일한 단체임을 의미한다. 곧 노동조합의 지위는 정치적 민주주의의 중심인 정당과 함께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중심으로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 노동법에는 이러한 헌법의 원칙에 어긋나는 많은 법조항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판례나 행정실무에 의해 사실상 19세기식 금지의 단계를 방불케 하는 측면이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위헌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법이 되는 헌법에서는 노동기본권에 대한 적극적 보장이 근본취지임을 유의해야 한다. 여기서 헌법은 가장 기본적인 법이자 이념이므로 이를 위반하는 법령은 철저히 배제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의 노동조합운동의 역사]


(가) 일제하 노동운동 - 그것은 좌파운동으로서 독립운동의 특징

(나) 해방 후 노동운동 - 항만, 부두, 철도 노동자들의 투쟁

(다) 박정희 정권 하에서의 노동운동 - 1970. 11. 13. 전태일 열사의 분신으로 인한 노동운동의 부활. 외국인투자기업에서의 노동조합및노동쟁의조정에 관한 임시특례법, 71년 국가보위에관한특별조치법

(라) 전두환 정권 하에서의 노동운동 - 노동조합 정화조치를 통한 노동운동의 암흑기이나 노동운동의 준비기 (학생들의 공장 브나드로 운동)

(마) 87년 노동자대투쟁의 의의 - 자발적인 노동자들의 인간선언 3,400여개 사업장에서의 파업투쟁전개 ]

(바) 90. 1. 21. 전노협의 출범 - 정권의 탄압(서울대 관악산을 통한 집결)

(사) 95. 민주노총의 출범


라. 노동조합의 법적 개념


헌법 제33조 제1항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우리 헌법은 노동3권을 ‘노동자’의 기본권, 즉 단체의 권리가 아닌 인간의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의 노동3권 규정은 당연히 하위 법령의 기준이 된다. 특히 그 하위 법률이 1953년 제정시부터 지금까지 여러 가지 이유로 문제가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노동법을 고찰하는 데 헌법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노동법 체계의 정점에 헌법이 있고, 그 아래의 개별적인 제도가 모두 궁극적으로 헌법상 노동3권의 효과적인 실현이라는 목적에 의해 규정된다는 점은 외국의 그것들과 다른 우리 노동법의 가장 현저한 특징이다. 이는 예컨대 원할한 노사관계의 확립이라는 점에 정책목표를 두는 미국 등의 노동법과 뚜렷이 구별되는 점이다. 즉 우리 노동법은 일정한 목적 실현을 위한 정책적 보장이 아니라, 노동3권을 기본적 인권으로 보장하는 것 자체를 정의의 요청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3권의 헌법상 보장에 근거하여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한다) 제2조 제4호에서

“ 노동조합이라 함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혹은 연합단체를 말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노조법의 노동조합 정의규정은 헌법상 노동3권의 효과적 실현이라는 목적에 비추어 충분한 것인가? 노조법상의 노동조합의 개념에서는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만을 도모하는 조직으로 한정하고 있다.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정치적 지위를 향상을 도모하면 안되는 것인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동조합의 정치적 참여와 정책결정에의 영향력을 성장시키려는 행동은 노동조합의 활동에서 배제되어야 하는가?

 

정부와 자본은 민주노총이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들의 이해가 걸려있는 각종 법제도 개선투쟁이나 법의 개악에 대한 반대투쟁을 벌이려고만 하면 노동조합이 정치투쟁을 하여서는 아니된다 라고 하며 그러한 목적의 파업은 정당성이 없는 것이라고 몰아 파업을 불법화해버린다.


자신들의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정치적 지위를 향상시키려는 활동 또한 마땅히 노동조합의 개념 속에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나 위 한계와 문제를 제외한다면 노동조합의 정의개념은 대체로 노동3권의 실현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노동조합의 법적 개념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재 노동법 개별규정은 어떠한가?


마. 노동조합에 대한 제 규정들


헌법상의 노동3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하위법률로서 노조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우리 노조법은 이러한 노동기본권의 행사를 오히려 제한하거나 억압하는 여러 규정을 두어 노동기본권의 적극적 실현이라는 목적에 기여하기보다 노동기본권의 행사를 억압하고 통제하는데 오히려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본적인 인권의 행사가 하위법률에 의해 과도하게 제한되거나 박탈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1) 노동조합의 설립요건과 관련하여 노조법 제10, 12조 등에서 행정관청에의 신고와 반려규정을 둠으로써 행정관청의 판단재량에 의해 노동조합의 결성마저 봉쇄할 가능성을 두고 있다. 노조설립자유주의가 아니라 신고 및 반려규정에 의해 사실상 허가제와 유사한 형태로 악용될 소지를 안고 있다.


(2) 쟁의행위를 행하려면 조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고, 반드시 노동조합이 주도하여야 하며, 찬반투표를 통해 재적 과반수의 찬성을 득하여야 하고, 방위산업체의 종사자들은 파업이 금지되며, 주요업무시설에서는 파업을 하여서는 아니되며, 필수공익사업의 경우 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재량에 의해 직권으로 중재회부가 가능하고, 직권중재에 회부되면 파업이 금지되며 강제중재에 의해 단체협약의 효력이 강제되며, 파업 이후 노동부장관의 재량적 판단에 의해 긴급조정결정을 할 수 있고, 긴급조정이 결정되면 30일간 파업이 금지되며 역시 강제중재에 의해 단체협약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고, 단체교섭 대상 및 파업의 대상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함으로써 권리분쟁, 근로조건을 둘러싼 인사경영분쟁, 노동법과 관련된 법제도개선투쟁마저 모두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실정이다.


(3) 또한 노동조합의 결격사유로서 ‘근로자가 아닌 자’라는 규정을 두어 실업자 및 해고노동자들의 단결권의 물론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단결권마저 박탈하고 있는 현실이다.

 

4. 노동조합은 법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가. 법이 갖는 두 가지 측면


법이란 기본적으로 투쟁의 산물이기도 하나 기존 질서를 유지하기 규범이기도 하다. 기존 질서란 지배계급이 만들어온 질서를 의미하는 것이고, 지배계급의 질서란 기본적으로 피지배계급에 대한 통제를 내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이란 지배계급에 의해 형성되는 질서를 옹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작용할 가능성이 보다 크다고 할 것이다. 이런 주된 기능을 하고 있는 법률로서 국가보안법을 들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지배계급이란 자본과 그를 옹호하는 권력집단을 의미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적 제도적 장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뇌물, 횡령사건 등 화이트칼라범죄에 관대하면서도 피지배집단의 저항에 대해서는 매우 가혹하게 적용되고 집행된다. 법이란 무릇 지배계급의 질서를 옹호하기 위한 장치로서의 기능이 주된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법이란 투쟁을 통한 역사적 산물인 측면도 있기 때문에 법적 절차를 통한 권리의 구제나 보장이라는 면도 간과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헌법과 법률에 의한 기본권 보장과 각종 절차적 법률에 의한 구제절차의 정비 등을 들 수도 있고, 현재 진행 중인 과거사 청산에 관한 법률이나 국가인권위원회법등은 대표적으로 투쟁의 산물로 얻어진 법률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볼 때 국가보안법의 존속, 사학개정법의 표류, 비정규직을 합법화하려는 비정규직법안, 노사관계로드맵의 추진 등 지배계급의 이해를 확대하거나 유지할 법제도적 장치들에 대한 추진은 중단되지 아니한다.


나. 노동조합과 법과의 관계


법이란 투쟁의 역사적 산물이라는 측면과 기존 지배질서에 대한 옹호라는 두 가지 측면을 가진 야누스라고 할 것이기 때문에 법치주의라는 미명하에 법에 전적으로 의존하려는 태도나 법에 대해서 무조건적으로 배척하려는 자세는 모두 지양되어야 할 자세이다.


법제도에 대한 준비와 분석을 통해 주장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은 투쟁에 대한 이념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투쟁은 현행 질서를 뛰어넘는 운동이기에 법과 이상의 경계를 넘나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현행 법제도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를 활용한 투쟁은 운동의 공간을 확대하고 참여의 폭을 넓혀갈 수 있는 매우 유력한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노동조합이란 무릇 국가의 탄압이나 사용자의 억압에 대하여 투쟁하면서 근로자의 자주적 조직으로 발전되어 온 사회현상이라는 사실을 망각하여서는 아니된다. 기존의 지배계급의 질서를 옹호하고 민중의 삶을 속박하는 각종 법제도적인 장치들에 대해서 투쟁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기존의 질서를 옹호하는 법제도 속에 자신의 미래를 위탁한 채 노동조합이 안주한다면 이는 사회현상으로서의 노동조합은 자신의 생명활동을 중지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민중의 삶을 질곡으로 빠뜨리는 현상에 저항하여 투쟁하려 할 때 현행 법제도에 대한 분석과 이를 활용한 투쟁은 현실을 극복하는 유의미한 공간으로서의 계기가 될 수 있음에도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나만의 자료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저임금 10문 10답  (0) 2008.02.14
비정규 노동자와 노동기본권  (0) 2008.01.13
비정규 근로자란?  (0) 2008.01.06
고소, 고발에 의한 임금체불 해결방법  (0) 2007.12.16
회의 진행, 이렇게 합니다  (0) 2007.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