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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자료실

“함께 살기”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9. 4. 1.

공계진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장)

1. 서론

우리 금속노조를 국민들은 어찌 바라보고 있을까? 안타까운 일이지만 국민들은 금속노조를 잘 모른다. 국민들 눈에 투영된 금속노조는 ‘민주노총’아니면 ‘현대자동차노조(지부도 아닌 노조다!)’이다.

 

금속노조가 파업을 하면 민주노총이 하는 것으로 이해되던가, 아니면 현대자동차가 한 것으로 이해된다. 즉, 민주노총이나 현대자동차를 통해 금속노조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편한 면도 있지만 좀 억울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민주노총을 어찌 바라보고 있을까?

국민들이 이해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현대자동차 등 대공장 노조들이 모여있는 힘있는 조직이다. 국민들이 파악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정규직 중심의 좀 살만한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조직이다. 국민들이 분석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대공장 정규직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증진을 위해 ‘툭하면 파업하는 조직’이다.

 

즉, 국민들에게 민주노총은 - 중고교생이 잘 쓰는 표현을 빌면 - 한마디로 ‘재수없는 조직’이다. 그런 민주노총이 성폭력 사건까지 일으켰으니 국민들은 민주노총을 잘근잘근 씹고 싶어한다, 두들겨패고 싶어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두들겨패고 있어서 민주노총은 이제 동네북이 되었다. 민주노총 = 금속노조이기 때문에 금속노조도 지탄의 대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고민이다.

경제위기를 국민들과 함께 극복해야 하는데 국민들은 민주노총(=금속노조)을 함께 할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좀더 솔직해지자. 경제위기로 비롯된 노동배제적 구조조정, 노동탄압 등을 국민들과 함께, 국민들의 힘을 등에 엎고 막아내고 싶은데, 국민들은 우리와 함께 할 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고민이다.

 

고민의 해결은 ‘국민들이 우리와 함께 하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여러분, 우리는 당신들 편입니다’를 국민들이 믿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은 우리에게 마음을 줄 것이고, 우리의 주장에 귀 기울일 것이며,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이 하는 사업과 투쟁을 볼 때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안타깝다. 년초 사업계획을 입안하면서 ‘함께 살자, 국민생존!’이란 기조를 사업계획에 반영했었다.

 

사업기조 

❍ 초유의 경제위기 속에서 광범위한 연대 없이 승리할 수 없으며, 삶의 위기는 노동자와 서민 모두의 절박한 현실임을 직시하며 ‘노동자-서민 살리기’를 확고한 기조로 한다.

 

❍ 노동자-서민의 생존을 위한 실질적 연대방안을 마련하여 신자유주의적 산업, 경제 정책의 완전한 폐기를 향한 완강한 투쟁을 전개하고, 거리투쟁을 중심으로 전국민적 투쟁을 촉발시켜낸다.

 

투쟁목표 

❍ 경제위기관련 국가와 자본의 책임을 분명히 하며, 약자와 일부만을 희생시키는 자본의 ‘시장경쟁=약육강식=적자생존’의 방식이 아닌 노동자와 서민의 “함께 살기”를 중심으로 이데올로기 전선의 우위를 점하고, 노동자 서민중심의 경제체제를 실현해 나간다.

 

그러나 현실 사업에서는 이 기조와 목표가 그대로 지켜지지 않아 안타깝다. 경제위기 여파가 노동자들을 강타하여 절박했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노동자-서민 살리기’는 ‘노동자 살리기’로 제한되었다.

 

‘함께 살기’전략은 초장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과 함께 가기 위해서는 ‘여러분, 우리는 당신들 편입니다’를 외치고, 실제로 그런 사업을 배치하여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고민을 넘어 큰일 났다는 생각이다. 이대로 가면 노동자들은 ‘나홀로 투쟁’을 하면서 고립되고, 패배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민들 역시 경제위기의 피해를 고스란히 뒤집어 쓰고 생존을 위협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예견되는 ‘큰일 날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야 할 것인가? 이제부터 우리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정확히 짚어보면서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2. 노동자․서민들의 처지

 

가. 노동자들의 처지

쌍용자동차와 GM대우의 상황에 대해서는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추가할 것도 없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쌍용자동차는 박영태 공동관리인의 발언 - 쌍용차를 청산하는 게 빚을 받는데 유리 - 이 큰 충격으로 와닿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이다.

 

쌍용차에서는 와전임을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회생절차(법정관리)의 지속 또는 청산’의 기로에 서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처럼 보인다.

 

GM대우는 모회사인 미국 GM이 처한 조건 - 회생이냐 파산이냐 - 으로 인해 역시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있다. 지금상태로만 보면 GM에서 분리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법도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 딜레마이다.

 

쌍용과 GM대우는 그나마 세상에 알려져 있고, 덩치가 크기 때문에 노조(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GM대우차 지부)가 대응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러나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힘겹게 투쟁하고 있는 곳들이 많다는 것이 금속노조가 처한 불행이다.

 

이제 그곳들을 살펴보자.

그러면 우리가 처한 현실을 보다 적나라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3월 11일까지의 상황이다.

 

대전/충북지역을 보자.

로봇보쉬기전은 140명을 희망퇴직시키겠다고 발표하였다. 말이 희망퇴직이지 사실상 해고하겠다는 것이다. 한라공조 사내하청 사측은 아예 구조조정 대상 10명의 명단을 발표하였고, 원청인 한라공조는 주가하락에 따른 상장폐지를 이유로 매각을 예고하였다. 코스모스링크라는 회사는 인원감축 40명안과 임금삭감 및 근무형태변경(2조2에서 3조3교대)안 중 하나를 받으라고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경남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제이티정밀 등 많은 사업장들이 1회 이상 휴업을 실시하였으며 한국산연, 대호엠엔아이, 대림자동차, S&T중공업 등에서는 구조조정 및 해고조치가 예견되어 있다.

 

대구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산도고경, 엠비산성, 델타캐스트 등은 휴업을 실시하였고, GM대우납품업체인 한국델파이는 지분매각이 예상되고 있다. 부산양산 지역에 있는 S&T기전과 스카니아코리아 사측은 희망퇴직을 공고하였고, S&T대우는 200명 정리해고를 일방통고하였으며, 한진중공업에서는 200명 정리해고 설이 나도는 등 흉흉한 상태이다.

 

충남 소재 위니아만도 사측은 20명을 희망퇴직시킨데 이어 220명에 대한 정리해고계획을 노동부에 접수하였다. 이외에 나스테크는 일방적으로 희망퇴직을 공고하였고, 대한솔루션은 3명에 대해 해고를 통지하였으며, 동희오토사내하청은 계약을 해지하는 등 구조조정의 여파가 강하게 밀어닥치고 있다.

 

인천지역도 사정이 여의치 않다.

KM&I, 동광기연 등에서 이미 휴업을 실시하였고, 영창악기는 2008년 60명을 희망퇴직시킨데 이어 현재 순환휴업을 실시중이다.

 

전북지역은 한일내장, 영화, 일진소재, 타타대우 등에서 순환휴업 또는 휴업을 실시하고 있는 상태이며, 울산의 경우 현대자동차의 사정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라 부품업체의 사정도 다른 곳보다 조금은 양호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량축소 등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경기지역의 상황이 가장 좋지 않은 듯하다.

아마도 쌍용자동차와 GM대우에 납품하는 업체가 많아서 그런 것일 듯 싶다. 네오웨이브는 재매각을 추진 중인데 희망퇴직 및 권고사직을 흘리고 있고 파카한일유압은 2월 27일 조합원 79명, 관리직 34명에 대한 정리해고계획을 노동부에 신고하였으며, 3/6~16일까지 희망퇴직을 받겠다고 공고하였다.

 

동서공업도 2월 26일 15명에 대한 정리해고계획을 통보하였다. 이외에도 승림카본, 한라공조, 흥진HJC, 주연테크, 삼천리열처리 등에서도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는 상태이다.

 

<표> 경제위기 사업장 현황 요약표 (완성4사 제외) -2009.3.11

 

총계

물량

축소

매각폐쇄

임금체불

휴업

단협해지

근무

변경

복지

축소

잔업

특근

희망

퇴직

해고

전환배치

195개

사업장

174

11

21

158

5

35

18

138

16

14

13

195개

대비비율

89.2%

5.6%

10.7%

81%

2.5%

17.9%

9.2%

70.7%

8.2%

7.1%

6.6%

총242개

대비비율

71.9%

4.5%

8.6%

65.2%

2%

14.4%

7.4%

57%

6.6%

5.7%

5.3%

 

나. 서민들의 처지

 

○ 갈수록 나빠지는 서민경제

최근 사상최악의 불황과 실업이 다가오고 있다는 진단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불황의 직격탄으로 적자 가구는 사상 최대로 가구 중 29%가 적자인 것으로 드러났고, 생활고통지수는 7년 3개월 만에 최악으로 나타났다. 물가폭등, 실업급증으로 체감 실업률 6.8%, 생활물가상승률 6.5%로 이를 합한 생활고통지수가 13.3%로 최악의 상황이다.(엘지경제연구원)

 

특히 소득하위 30%계층은 2가구 중 1가구가 적자여서 하위 층이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이 실증되었다.(통계청, 2008년 3/4분기 가계수지동향) 2007년에 비해 적자가구 비율 1% 늘어나, 2003년 통계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적자가구=가처분 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빼면 마이너스가 되는 가구) 고소득층(소득 8~10분위)은 적자가구가 오히려 13.6%에서 13.1%로 줄어들었다.

 

이를 통해 고소득층은 세금 등을 더 납부할 여력 있다는 것도 밝혀졌고, 상위 20% 가구의 평균소득이 하위 20% 가구에 비해 7.5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2/4분기 가계 빚이 670조를 넘어섰다.

가구당 4천만원 꼴로 이는 전 분기 말 대비 3.1%,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한 것이다. 또 2분기에만 가계 빚이 19조8336억원 증가했으며 이는 전 분기 9조7938억원, 전년 동 분기 9조9238억원 증가 대비 2배 이상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이다.

 

가계 빚이 가처분 소득의 거의 1.5배인 상황이다.

금융소외자 810만명과 1가구1주택담보대출자, 학자금 대출 가정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고, 가계 빚이 서민들에게는 최대 민생현안이 된 상황이다. 가계지출 가운데 대출이자 등이 포함되는 기타 비소비지출은 3분기 기준 가구당 월 평균 18만4천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2% 증가했다.

 

○ 무직가구수 증가와 공공요금 인상, 금융소외자 증가

가장이 돈 못 버는 무직가구의 비율이 16.13%로 늘어났다 이는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절반이 "감원 될까 불안해요"라고 호소하고 있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예상되는 2009년에는 고용사정이 덕욱 악화될 것이 예상된다.

 

작년 기름 값 폭등과 물가 폭등에 이어 전기요금은 산업용 4.5%, 가스요금은 가정용 5%대, 산업용은 9%대 인상되었다. 난방용 등유가 2007년 상반기에 비해 34.3% 올랐고, 취사용 LPG 역시 무려 29.6% 급등했으며, 2008년 상반기에도 도시가스 요금이 2006년에 비해 10%쯤 상승한 바 있다.

 

지난 IMF 경제위기 때 정부는 공공요금 억제정책을 강도 높게 밀어붙여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려 노력한 바 있지만 현 정부는 오히려 주요 공공서비스의 민영화 추진에 더해 공공요금 인상까지 일부 강행하고 있다. 대선 전 ‘서민 생활비 30% 인하’공약은 사라졌고, 작년 안에 반드시 통신비를 20% 인하하겠다던 약속도 사라졌다.

 

2008년 말 기준으로 금융소외자가 810만명을 넘어섰고, 가계부채도 670조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소상인과 서민들의 자금줄이 마르고, 대부업과 사채로 인한 피해, 파산 신청 또한 급증하고 있다. 금융위의 2008년 하반기 조사에 따르면 상반기에 비해 대부업체 거래자가 22.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소비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과도한 이자율로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정부는 금융소외자 문제 해결과 대부업체 규제에 대해 수수방관하고 있다. 금융소외자들의 신용회복과 회생을 비롯한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통합도산법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비롯해 시중은행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률 제정, 금융소외계층 전담 국책은행 설립 등에 나서야 할 것이다.

 

○ 중소상인 분야 - 경제위기의 최대 피해 계층

2009년 1월 자영업자 수는 558만7,000명으로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 600만3,000명에 비해 41만6,000명(6.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2009년 2월 통계청). 새로 창업한 자영업자를 감안하면 문 닫은 자영업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자영업자 10명 중 1명이 문을 닫은 꼴로 자영업자 수는 한동안 600만명대를 유지하다 지난달 600만명이 붕괴된 데 이어 감소폭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다. 특히 1월 자영업자 수(558만7,000명)는 2000년2월 552만4,000명 이후 9년 여만에 가장 낮아졌다.

 

자영업자 중에서도 영세 자영업자의 감소세가 더욱 눈에 띈다. 종업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는 1월 412만명으로 지난해 11월(448만7,000명)에 비해 8.2% 줄어들었디. 1999년2월(406만9,000명)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이다.

 

앞으로도 자영업의 감소 추세는 지속될 것이다. 소상공인진흥원이 최근 서울 등 대도시를 포함한 전국 소상공인 사업체 440곳을 대상으로 '긴급 경기동향'을 조사한 결과 이익을 내고 있다는 자영업자는 22.9%로 4명 중 1명에 못 미친다.

 

특히 조사 대상의 28.4%는 최근 6개월 새 부채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또 최근 조사에서 평균 매출감소 비율은 21.8%로, 음식업(26.0%), 노래방(25.1%), 숙박업(25.0%), 슈퍼마켓(23.8%), 미용업(21.1%), PC방(20.6%) 등의 순으로 주된 경영 애로는 매출감소(41.0%), 내수침체(19.6%), 원재료비 상승(19.3%) 등으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몰락하여 실업자가 급증하고 내수가 침체되는 등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음에도 현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숙원인,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 과감한 정책자금 지원, 폐업 중소상인에 대한 실업급여 지급 등에 대해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다. 재벌-강부자들을 위한 정성의 일부만 쏟아도 지금의 ‘자영업대란’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3. 왜 국민들과 함께 하는 투쟁을 못하고 있지?

 

- 우리사정만 이해해달라고 조르고 있으니..

앞에서 금속노조가 조사한 노동자들의 처지와 참여연대가 조사한 서민들이 처한 조건을 살펴보았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가 각각 조사한 것이고, 대상도 매우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노동자나 서민 모두 생존권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해고의 칼날이 날아다니고 있는 생산현장에서 목을 베이고 있거나, 겨우 피했으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고, 서민들은 생존권 박탈이라는 늪에 빠져 발버둥치면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 단칼에 목이 날아가고 있진 않지만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양쪽이 처한 조건이 이러하건만 노동자와 서민은 왜 공동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노동자와 서민이 함께 대응할 것을 모색하며, 금속노조와 참여연대가 일자리 문제를 갖고 공동토론회를 개최했지만 후속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토론회를 주관했던 금속노조 정책연구원의 사업추진력에 문제가 있기 때문인가? 이런 것이라면 차라리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것이 우리의 불행이다.

 

문제는 주체에서 찾으라고 했다.

공동대응이 안되고 있는 것은 순전히 금속노조를 포함한 민주노총 때문이다. 금속노조는 ‘함께살자, 국민생존! 총고용보장!을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구조조정 등 고용문제가 터지자 ‘내코가 석자’라며 슬로건 중 일부인 총고용보장만을 들고 나가고 있다.

 

민주노총은 성폭력사건으로 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아예 투쟁을 지휘해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 서민의 주머니를 채워줄 수 있는 이슈를 제기하고 함께 투쟁을 전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데 거기에 밧줄을 던지기 보다는 내목 간수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데 어느 국민들이 노동자들과 함께 하려 하겠는가.

 

4. 함께 살기 전략과 투쟁을 위한 제안

 

- 실천단의 10%를 서울시내에 투입하자-

경제위기 대응 방안에 대한 초기 논의시 필자는 총고용보장을 앞자리에 내세우는 것에 반대했었다. 슬로건을 예로 들자면 ‘함께살자, 국민생존! 총고용보장!’보다는 ‘함께 살자, 국민생존! 국가가 책임져라’가 맞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총고용보장이 노동자들에게 절실한 것이긴 하지만 그것을 앞자리에 내세우는 순간 임금 vs 고용 구도에 빠지게 되고, 그러면 거기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특성상 논의과정에서 총고용보장은 어김없이 들어갔다.

 

불행하게도 나의 예상은 맞아서 현재‘함께살자, 국민생존!’은 어디로 사라지고 ‘총고용 보장’만 날라다니고 있다. 적어도 국민들 눈에는 금속노조가 나름의 투쟁을 하고 있긴 하지만 서민들에게 밧줄을 던지며 투쟁하고 있지는 못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금속노조가 총고용보장을 주요요구로 하고, 쌍용자동차 지부를 중심으로 여러 차례의 투쟁을 배치하였지만 위력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과 함께 투쟁을 전개하여 자본과 정권을 굴복시켜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서 자본과 정권의 일방적 구조조정 추진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걱정되는 것은 이런 상태로 나간다면 노동자들은 ‘총고용보장의 깃발’을 높이들었지만 고립된 투쟁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수많은 노동자들의 목이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다시금 ‘함께 살자, 국민생존!’ 의 기치를 높이 드는 것이다. 함께살기 운동을 진정성있게 제안하고 국민들과 함께 투쟁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인 고용문제 뿐만 아니라 서민들의 절박한 요구를 제기하고, 고용을 방어하는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현 경제위기’사태를 불러온 현재의 자본주의체제에 문제를 제기하는 투쟁, 즉 세상을 바꾸는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내용과 형식으로 나누어 좀더 보도록 하겠다.

먼저 내용을 보자.

 

먼저 국민기본생활 보장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즉, 노동자 뿐만 아니라 일자리에서 배제된 사회구성원의 생존까지 국가가 책임질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금속노조의 5대 요구중 하나인 국민기본생활보장 - 최저생계비 기준을 평균가구소득의 38%에서 50%(200만 7천원)으로 인상하고, 적용대상을 159만명에서 558만명으로 확대하라! - 을 최대한 이슈화시켜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서민들의 생활비 절감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실질 소득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지출도 줄일 수 밖에 없음을 감안하여 지출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교육비, 그중 대학등록금 반값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의료비 부담이 큰 것을 감안, 현재 60% 수준인 건강보험 보장성을 90% 수준으로 올리고, 차상위 계층(최저생계비의 15%), 장애인, 노인, 만18세 미만의 아동/청소년, 중대질환자에 대한 본인부담금 면제를 요구해야 한다.

 

또한 수도/가스/통신 등 공공요금의 인상이 서민의 생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점을 감안하여 이의 인하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영세상공인들의 생활보장을 위해서는 대형할인점의 영업활동을 규제할 것을 요구해야 하고, 차를 끌고다니며 생계를 유지하는 자영업자를 위해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서민생계지원을 위한 재원마련을 위해 금속노조는 사회적 부의 재분배를 요구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부자감세’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부자증세(부유세)를 요구하고, 우리의 5대 요구중 하나인 재벌의 이익잉여금의 사회환원, 투기자본의 이익환수를 강력히 제기해야 한다.

 

비정규직, 부품사를 포함한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만든 10대 그룹의 잉여금 194조(08.9월말)와 비 10대그룹의 잉여금 199조의 10%를 사회로 환원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 돈이면 의료비 절감, 반값등록금, 공공요금 인하 등을 어느 정도 실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으로 일자리 창출 시 발생할 수 있는 임금손실을 보전함으로써 임금삭감 없는 일자리 만들기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상을 바꿀 것을 요구해야 한다.

현경제위기를 불러온 것의 본질은 신자유주의 체제에 있고, 한국경제가 타격을 심하게 받고 있는 것은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임을 감안하여 신자유주의 정책의 폐기와 한국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 수출중심의 3불경제(불균형, 불연관, 불안정)를 중소기업, 지역, 내수중심의 균형, 연관, 안정의 경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금속노조는 위의 내용들을 갖고 어떤 투쟁을 전개해야 할 것인가?

 

총고용보장만을 고려할 시 생각할 수 있는 투쟁방법은 총파업이다.

우리는 노동자로서 노동자의 생존을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에 총고용보장은 기본적으로 들고가야 하고, 따라서 총파업 투쟁은 당연히 설정하고, 이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고민이다. 앞에서도 보았듯이 노동자들만의 투쟁으로는 세상을 시끄럽게 할 수 없고, 당연하게도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킬 없다.

 

누누이 강조하는 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국민과 함께 투쟁하는 전략/전술을 구사해야 하는 것인데, 그 핵심은 국민들에게 함께 살 것을 제안하고, 국민의 요구를 받아안아 함께 투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우리 노동자들이 처한 조건, 금속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것을 쉴사이 없이 알려내야 한다. 선전물을 만들어 배포하고, 광고도 조직함은 물론 지역에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간담회를 배치하고 주민들에게 접근해 가야 한다.

 

중요하게는 앞에서 서술했던 서민들의 요구를 우리의 요구로 받아안고, 자본/지자체/정부를 대상으로 투쟁해야 한다.

 

금속노조이지만 차상위 계층의 의료비 본인부담금 면제를 내걸고 보건복지부 앞에서 집회를 할 수 있어야 하며, 반값등록금 문제를 갖고 대학생들/학부모와 함께 투쟁할 수 있어야 하고, 공공요금 인하를 목표로 정부종합청사를 공격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사회적 부의 재분배를 전면에 걸고, 부자증세와 재벌 잉여금의 사회 환원 문제를 사회 이슈화시켜야 한다.

 

투쟁방식과 관련해서는 5말/6초에 총파업을 설정하되 일상적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투쟁, 대국민 접근성을 높여내는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다.

 

필자는 이 투쟁에 1만명에 이르는 실천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만명에 이르는 실천단은 사실 2009년 투쟁의 선봉대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것은 이들 실천단의 10%정도(1,000명)를 서울시내에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1,000명의 실천단을 잘 교육시켜 매일같이 지하철에 투입시켜 시민들을 대상으로 대화하고, 홍보한다면 세상은 충분히 시끄러워질 것이고 그에 비례하여 우리와 시민들의 결합력은 높아질 것이며, 그 결과는 노동자들의 고용보장, 서민생계보장으로 연결될 것이다.

 

혹자는 필자가 물정모르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질타할 것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물정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투쟁을 소극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물정(현실)만을 고려한 투쟁을 할 경우 현 국면을 돌파할 수 없다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매일같이 지하철을 탈 경우 선전물이 필요한데, 그것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정책연구원에서 그 많은 내용을 제공할 수 있겠는가 하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다고 본다.

 

선전물은 필요하다.

그러나 선전물의 내용이 매일 바뀔 필요는 없다. 선거를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선거공간에서 수많은 정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의 관심을 강하게 끌 수 있는 하나의 이슈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 이슈를 처음부터 끝까지 갖고 가는 것이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 방법이다.

 

우리 투쟁도 그와 마찬가지라고 본다.

국민들에게 많은 것을 전달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국민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하나의 이슈를 선정하고, 그 이슈를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있게 주장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 이슈는 국민 기본생활보장일수도 있고, 생활비 절감일 수도 있으며, 재벌이익잉여금의 사회 환원을 통한 사회적 부의 재분배일수도 있다. 우리는 이 중에 하나, 아니면 또 다른 하나를 선택하고, 실천단을 서울시내에 풀어 매일같이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당신들 편입니다’를 진정성있게 전달하여야 한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정성있게 국민들에게 다가간다면 국민들은 우리를 파트너로 인정하고 함께 할 것이다.

 

그 결과는 각개격파와 고용불안, 생존권 침탈이 아닌 총고용보장과 서민생계보장일 것이라 확신한다.

 

(폄) http://metalthink.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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