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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노동자의 눈

'강압수사'가 부른 살인...'유서'내용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9. 8. 24.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선 쌍용차 노동자들의 공장점거파업은 마무리 되었지만... 이명박 정권의 '살인진압' 이후 '강압수사'로 또다시 노동자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슴다.

 

농성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을 경찰이 추가로 불러 '회유'와 '협박'으로 '허위자백'을 받아내어 구속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허위자백'을 한 노동자가 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생기기도 했슴다.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는 8월 24일(월) 오전 11시, 민주노총 1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슴다...

 

 

[기자회견문]

 

정리해고, 살인진압도 모자라 ‘강압수사’로 또다시 사람 죽이나?

강압공조수사 중단! 구속자 석방! 노사대타협 선언 이행하라!

 

우선 A조합원의 빠른 쾌유를 빌며,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리해고와 살인진압도 모자라 사람을 죽음이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몰고 간 쌍용차 사측과 경찰의 ‘강압공조수사’ 행태에 너무나 분통이 터집니다. 그 강압공조수사의 전말이 자살을 시도했던 A조합원의 유서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회유‧협박으로 ‘허위자백’ 받아내고, 또다른 ‘허위자백’ 강요

 

A조합원이 자살 시도 직전 남긴 유서 내용은 너무나 충격적입니다.

유서에는 경기도경 경찰이 복직을 빌미로 회유와 협박을 가해 A조합원의 ‘허위자백’을 받아냈고, 또다른 ‘허위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A조합원을 협박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를 견디다 못한 조합원은 결국 비극적 선택을 내린 것입니다.

 

“C형사를 믿은 내가 바보였다. 살려준다는 말에 복직시켜준다는 말에 너만큼은 빼줄 수 있다 … 가정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동료를 팔아먹은 죽일 놈입니다. 보지도 않은 것을 보았다고 진술을 한 것입니다. 내 진술서에 3명의 진술은 거짓 진술입니다.”(유서 중)

 

경찰과 사측이 공조해 ‘복직’을 빌미로 허위자백을 ‘강요’하고,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허위자백도 강요했습니다.

 

“B조합원을 설득시켜 대포를 만들었다고 불게 하라. 구속은 시키지 않고 만들라고 시킨 놈을 잡으려고 한다며 대포 쏘는 거, 만드는 걸 보지 못한 나보고 B조합원을 설득시키라고 한다”(유서 중)

 

대포를 쏘는 것도 만드는 것도 보지 못한 A조합원에게 또다시 허위자백을 ‘강요’한 것입니다.

또 세 차례 진행되었던 수사에서 한 번 수사할 때마다 “20여번이 넘게 이런 회유와 협박”이 이어졌고, 집에 있을 때도 수시로 전화로 압박을 했다고 합니다.

 

결국 A조합원은 “내가 동지들한테 할 수 있는 길이 이길 뿐이라 생각합니다. 죄송합니다”라며 허위자백과 경찰의 협박에 괴로워하다가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버리려했던 것입니다.

 

A조합원은 76일간 농성을 벌이다가 정리해고와 살인진압으로 건강이 악화되면서 지난 5일 치료를 받기 위해 농성장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유서에 나온 것처럼 ‘선풍기, 에어컨 소리도 듣지 못할’ 만큼 심약해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유서내용은 조합원의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합니다. 이에 조합원은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고, 어느 때보다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태를 알리고 경찰에 조사를 미뤄줄 것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막무가내로 강압수사를 자행했고, 결국 허위자백을 받아냈습니다. 거기 더해 또다른 허위자백을 강요하며 조합원을 서서히 죽음으로 내몬 것입니다. 사측과 긴밀한 공조 속에 말입니다.

 

농성 중 일 때는 ‘노노갈등’으로 함께 해온 동료들을 서로 물어뜯게 만들더니, 이제는 77일간 목숨을 걸고 함께했던 사람들끼리 서로를 물어뜯어 할퀴어 인간으로서의 삶을 모조리 ‘파괴’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측과 공모 ‘복직’ 빌미로, 허위자백으로라도 농성조합원 구속, 노조 파괴하려

 

더욱 참담한 사실은 이런 강압공조수사가 ‘모든’ 농성조합원들을 겨냥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조사받고 있는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복직’을 빌미로 한 허위자백 강요를 받았다고 합니다.

 

복직의 권한도 없는 경찰이 이를 빌미로 조합원들의 자백을 받아내려는 것은 사측과의 공조가 있었다는 반증이며, 경기경찰청의 조직적 수사방침이 허위자백을 받아내서라도 더 광범위한 조합원을 ‘구속’하고 노조를 ‘파괴’하겠다는 의도임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조사를 받고 있는 조합원들은 최소한의 권리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선임, 접견권 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심야수사와 장시간 수사를 강요받는가 하면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까지 데리고 와 수사를 벌이고, 구속시키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21c 한국사회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과잉수사, 69:1의 편파수사, 반인권적, 위법적 실상입니다.

 

살인진압이 이뤄지기 한참 전인 6월 1일 의료진 진단결과, 농성조합원 3명중 1명이 고도우울증 증세를 보였고, 진압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절반 이상의 조합원들이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지금 농성했던 모든 조합원이 집단심리치유를 받아야 할 만큼 많은 이들이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치료가 시급한 이들을 두고, 사측은 노사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을 압박하고, 경찰과 공조해 조합원들을 또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쌍용차 정리해고로 6명의 사람이 죽었습니다.

거기에 또 한 사람이 세상을 등지려했습니다. 이미 69명의 노동자가 구속되었고, 노동자들이 평생 짊어져도 갚지 못할 만큼의 손해배상 청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파괴와 비극은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

이것은 노사대타협이 아니라 노동자말살입니다.

상하이자본과 정부의 책임을 노동자가 고스란히 떠안은 것도 견딜 수 없는 일인데, 동지를 팔아 살아남으라며 살인적 스트레스를 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이번 사태를 간과하지 않을 것이며,

다음과 같은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 살인적 강압공조수사를 진두지휘해 온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은 A조합원과 가족들에게 무릎 끓고 사과하라!

- 살인적인 강압수사 총책임자 조현오 경기경찰청을 즉각 해임하라!

- 농성조합원에 대한 강압수사를 즉각 중단하고, 구속자를 석방하라!

- 쌍용차 사측은 경찰과 공조해 농성조합원을 협박하는 야만적 행태를 중단하고, 노사합의사항을 즉각 이행하라!

- 노사대타협 더 이상 훼손 말고, 민형사상 취하를 비롯한 합의사항과 선처약속을 즉각 이행하라!

 

아울러 사태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유서를 공개하겠다는 용기를 내어준 가족들 덕분에 A조합원 느꼈을 고뇌와 갈등, 마지막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절박한 심정과 상황이 조금이나마 세상에 드러날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A조합원의 빠른 쾌유를 바랍니다. 또한 너무나 큰 상처를 받은 조합원과 가족들이 다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가 함께 하겠습니다.

 

 

○ 첨부자료

- A조합원 유서

: 1p는 독백, 2-3p는 동료들에게 남긴 유서, 가족에게 남긴 유서는 공개하지 않음

 

 

 

 - A조합원 상황

○ A조합원 상황 (만39세. 부인, 자녀 2명)

- 5일. 건강악화로 치료받기 위해 농성 해제

-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 받고 있었음

- 경찰에서 3차례 소환.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수차례 조사 연기 요청했으나 거절

- 경찰이 수시로 전화로 회유와 협박

- 20일. 저녁 7시경. 본가에서 병원서 받은 일주일치 약 20여봉을 한꺼번에 먹고 자살시도. 어머니가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김. 위세척을 받았으나 의식이 없었음. 가족들 유서발견

- 20~21일. 의식이 온전히 돌아오지 않음. 21일 쌍용차지부에 유서 전달.

- 22일. 중환자실 입원 중 위험한 고비는 넘긴 상태, 의식은 완벽하게 돌아오지 못했고 아직까지 치료는 할 수 없는 상황, 현재 중환자실 입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