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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노동자의 눈

쌍용자동차 전 사원에게 드리는 글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9. 8. 13.

 

 

 

[쌍용자동차 전 사원에게 드리는 글]


갈등과 상처를 가슴에 안고

쌍용자동차 조합원 여러분,
그리고 쌍용자동차 모든 가족 여러분,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말이 저 6.25 전쟁에나 나오는 얘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77일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우리는 이 얘기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고통스런 날들을 지내왔습니다.


입장에 따라서 평가는 엇갈려 왔습니다. 한쪽에서는 “어떻게 ‘함께살자’는 외침을 외면하고 마치 적들처럼 궁지에 몰린 해고자들을 향해 작전을 펼수 있느냐”  “사람까지 죽이면서 이렇게 까지 몰아붙이는 인간들을 용서할 수 없다” 는 분노가 남아 있습니다. 반대쪽에서는 “살 사람은 살아야지. 어떻게 함께 죽자고 그럴 수 있냐” “지게차로 동료를 죽이려 달려드는 사람들과 절대 일할 수 없다”는 앙금이 남아 있습니다.

77일이 아닌 7700일을 향해 나가야

그러나 우리는 그 상처를 마냥 후벼 파고 있을 순 없습니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습니다. 77일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거친 유무형의 상처는 그 만큼 깊고 쓰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상처의 깊이와 넓이만큼 우리는 이를 딛고 새롭게 회생의 동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노동조합이 77일간의 점거농성투쟁에 돌입한 것은 단지 우리만 살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상하이로 매각된 후 풍지박산이 된 회사의 회생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 또한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이제는 77일이 아니라 반드시 회생을 통해 지역시민과 전 국민앞에 다시 서야할 770일, 아니 쌍용자동차가 세계에 빛나는 자동차회사로 무궁한 발전을 위해 나아갈 7700일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칠괴동은 폭력이 아닌 ‘원칙에 입각한 대화’필요

과거처럼 어울렁 더울렁 친분과 이권관계에 의해서 노사 관계가 좌우되서는 안될 것입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투명한 노사관계의 원칙에 근거해서 새롭게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권을 앞세우거나 친분을 앞세운 거래관계는 단절되어야 합니다.


노사간의 쟁점이 있어서 싸우는 것은 늘 있을 수 있지만 노사간 합의했다면 지켜야 합니다. 과거 상하이차는 고용보장과 투자약속을 어겼습니다. 이런 식의 문화는 파멸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이번투쟁에서도 서로를 적대시 할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 것인가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때문에 엄청난 시련 끝에 맺은 8월6일 노사간 합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며 노동조합 자체를 말살하기 위한 폭력적 탄압이 진행된다면 또 다시 파국이 밀려 올 것이며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사태만이 기다릴 것입니다.  

대승적 차원에서 상호인정하면서 합의를 지켜야.

이번 8월 6일 합의에 대하여 양쪽 모두에서 불만이 있습니다. 아니 불만수준이 아닌 거센 항의가 사측내부에도 있었음을 알고 있습니다. 쉽게 씻기지 않는 상처 때문에 한솥밥 먹던 서로에 대한 적개심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다시 상처를 반복할 순 없습니다. 합의는 단지 우리 노사만의 약속이 아니라 전체 국민 앞에 한 약속입니다. 대타결의 정신에 입각해 갈등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야 합니다.
노조활동보장, 합의에 의거한 비상인력운영실시, 갈등을 치유하고 회생의지를 모으기 위한 상호 법적책임의 해소 등의 조치가 없다면 갈등은 또 새로운 모습으로 반복될 것임을, 감정에 앞서 냉혹한 이성으로 판단해야 할 때입니다.

새로운 비전을 향해 거듭나는 쌍용차를 만들자.

이제 갈라진 틈을 메우고, 상처를 치료하면서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노동조합 또한 합의 후 점거농성을 해제하고 임원과 다수 간부들 및 조합원이 법적 책임을 받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8월 6일 합의에 따른 실무협의를 진행하여 합의사항의 원만한 실행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회사 또한 이에 부응하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노조는 집행부를 비상체제로 운영하면서 점거투쟁 이후 필요한 제반 조치들을 흔들림 없이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우선 쌍용차에 공적자금의 투입을 통한 회생 등 모든 필요한 노력들을 기울일 것입니다. 아울러 매각 과정에 한 축으로서 역할을 다할 것임은 물론이고 향후 선거를 비롯하여 노조활동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도록 금속노조를 포함하여 필요한 논의를 함께 진행해 나갈 것입니다.  


 

2009년 8월 12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 http://sym.nodo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