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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두얼굴

경영실패.불법세습에도 승승장구하는 재계 '똥돼지'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0. 9. 7.
 
경영실패.불법세습에도 승승장구하는 재계 '똥돼지'
 
"졸업 전 부장으로 입사, 10년만에 상무, 사장보다 센 부사장"
"20대 이사 거쳐 30대 사장, 40세엔 부회장까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혜 채용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정부 부처 뿐만 아니라 재벌 기업의 총수 자녀들의 특채를 비꼬는 비속어인 '똥돼지'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이재용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 민중의소리

가장 주목받는 사례는 국내 최고의 재벌기업인 삼성그룹의 이재용 씨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으로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재용 씨는 서울대 동양사학과 재학중이던 지난 1991년 삼성전자에 부장으로 입사했다. 당시 이 씨의 나이는 23세. 92년 대학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가 95년 게이오대에서 '일본 제조업의 산업공동화에 관한 고찰'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2000년에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하버드대에서는 컴퓨터 산업을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력만 놓고 보면 이 씨는 부장으로 입사한 뒤 10년 동안 해외에서 공부만 한 셈이지만 이 기간 중 공부만 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지난 1996년 아버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받은 60억원의 '종자돈'으로 불과 몇 년만에 삼성을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발행 등 불법으로 재산을 늘려 삼성 계열사의 지분을 늘렸다. 물론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매각도 재산 증가와 경영권 세습의 도구였지만 '다행히도' 지난해 8월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해 버렸다.

공부를 마치고 상무보, 상무, 전무,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 가도를 달렸지만 이재용 씨의 경영능력이 입증된 사례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일례로 2000년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당시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의 지원으로 자본금 100억 원 규모의 'e삼성'을 설립한 후 관련 인터넷 기업 16개를 거느렸지만 'e 삼성'은 현재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경영 실패로 인한 손실은 모두 삼성 계열사들이 떠안았다. 제일기획, 에버랜드가 'e 삼성의' 이재용씨 지분을 매입해 163억여 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삼성SDS.삼성카드.삼성전기 등 계열사 6곳이 떠안은 손실이 모두 387억 6천만 원에 달했다.

이재용

이재용 씨를 정점으로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 민중의소리


삼성

삼성그룹의 부당내부거래 현황ⓒ 경제개혁연구소


삼성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경영자로서 첫 도전이 실패한 셈이었지만, 계열사들이 뒤를 봐준 모양새였다. 삼성 측은 현재까지도 이재용 씨가 'e삼성'과 연관성이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스는 2001년 3월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닷컴 기업가는 고전하는 자기 사업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쉽다. 그것은 아빠(daddy)의 기업에 자기 사업체를 팔아버리는것이다. 이것이 한국 삼성그룹의 왕위 계승자인 이재용 씨가 찾아낸 답이다. 요즘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는 이런 것을 가르치는가?"

'e 삼성'의 실패와 불법적인 경영권 세습 논란 뒤에도 이재용 씨는 2001년 상무보, 2003년 상무, 2007년 전무, 그리고 지난해에는 삼성전자 부사장에 올랐다.

재계 2위인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 정의선 씨도 이재용 씨와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 ⓒ 매일노동뉴스

 
1970년생인 정의선 씨는 93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97년 샌프란시스코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잠시 일본 이토추상사에 근무하다 99년 현대차에 입사했다.

정 씨는 20대 후반에 입사하자마자 현대자동차 구매실장 겸 영업지원사업부장(이사)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2001년초에 상무로 승진, 구매실장을 맡았다.

이어 2002년 초에는 전무로 승진해 국내 영업본무 영업담당과 기획총괄본부 기획담당을 겸임했고, 2002년 하반기부터 현대캐피탈 전무까지 겸임했다. 2003년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겸 기아차 기획실장(부사장)에 올랐고, 2005년에는 기아차 사장, 현대자동차그룹 기획총괄본부 사장, 현대모비스 사장을 겸임했다.

지난해 8월에는 현대차그룹 기획, 영업담당 부회장에 올라 공식 직급상으로도 아버지 정몽구 회장에 이은 2인자 자리에 올랐지만 이재용 씨와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자동차기업인 현대.기아차를 이끌 만한 능력이 되는지 검증된 적은 없다.

정의선 씨가 맡았던 기아차의 급성장에 대해서도 현대.기아차 그룹차원에서 기아차를 집중 육성하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지 정의선 씨의 경영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는 분석은 증권가에서는 이미 '상식'에 속하는 명제일 정도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도 현대.기아차가 정의선 씨가 대주주인 계열사 글로비스와 엠코에 물량 몰아주기로 기업가치를 키워주는 방식으로 재산을 늘려주고 있어 계열사들의 2세 키워주기라는 점에서 삼성과 유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현대

정의선 씨의 현대.기아차 계열사 지분, 현대.기아차 지배구조, 부당 내부거래 현황ⓒ 경제개혁연구소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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