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중동이 뭐길래

체벌금지를 바라보는 조중동의 ‘헛다리’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0. 12. 25.

체벌금지를 바라보는 조중동의 ‘헛다리’
[비평]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이 체벌금지로 인한 것?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이 서울시 교육청의 ‘학생 체벌 전면금지’ 이후 교권 침해가 부쩍 늘었다고 주장하며 사례로 언급한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이 실제 4년 전 촬영된 영상으로 밝혀졌다. 서울시 교육청이 지난달부터 체벌 전면 금지를 시행한 것을 감안하면, ‘체벌 금지가 교권 침해로 이어졌다’는 보수신문의 이 같은 주장은 헛다리를 짚은 셈이 됐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22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학생들이 교실에서 여교사를 성희롱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최초 유포했던 김 아무개씨를 검거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18일 인터넷에 올라온 이 동영상에는 학생들이 여교사에게 “애 낳으셨어요?” “첫 경험은 언제?”라고 묻는 장면이 담겨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6년 7월 초 경남 김해의 한 고등학교 1학년 때 교실에서 기간제 교사인 ㅅ씨(당시 31세)가 다른 학생들로부터 성희롱당하는 상황을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했다.

 

   
  ▲ 경향신문 12월23일치 12면  

 

그 동안 ‘여교사 동영상’ 사건을 학생 체벌금지 정책과 연관시키며 ‘교권 침해’라고 누누이 주장하던 조중동은 동영상이 4년 전 촬영됐다는 게 밝혀지자 머쓱한 듯, 23일 지면을 통해서는 담담한 표정을 드러냈다. 과거와 같이 한국교총의 코멘트와 ‘일선 교사’라는 이름으로 익명의 교사 목소리를 담아 노골적인 ‘반대’ 입장을 드러낸 보도가 아니었다. 경찰의 발표를 그대로 인용한, 전형적인 스트레이트 보도였다. 

 

그 동안,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신문들은 서울시교육청의 학생 체벌금지 이후 교실 내 교사들의 교권을 침해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체벌금지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시 교육감과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경기도 교육감을 향해서는 “선생님 희롱 교실에서 교사를 체험해 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까지 했다.

 

조선일보가 21일 사설 등을 통해 언급한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 경기도 수원의 여교사 폭행 사건, 강원도 강릉의 여교사 모욕 사건 등은 교권 침해 사례는 맞지만, 엄연하게 서울시 교육청의 학생 체벌금지와는 무관한 사례들이다. 더욱이 서울시 교육청이 체벌금지를 시행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체벌 금지 이후 교사 폭행 사건이 증가했다는 명백한 정황을 찾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중앙일보도 22일 사설을 통해 “교사 폭행이 체벌 금지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자료증거는 없다”면서도 “최근 서울·경기도교육청 등이 잇따라 학교 체벌을 전면 금지하면서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가 부쩍 늘었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하소연”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학교 체벌 전면 금지로 인한 구체적인 교권 침해 사례를 밝히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지난 20일 ‘2010 그 사건 그 후’ 기획 기사로 ‘체벌 전면금지’와 관련한 보도를 했다. 동아일보가 지면을 통해 밝힌 교권 침해 사례들은 엄청났다.

 

지난 10월 중순, 50대 여교사와 1학년 여학생 간 머리채 싸움이 벌어졌던 사건, 한 고등학교에서 남학생이 자신을 꾸짖던 여교사를 폭행한 사건, 한 중학교에서 한 남학생이 자신을 나무라던 여교사를 밀치고 목을 조르며 침을 뱉은 사건….

 

하지만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한 지역은 전남 순천, 충북 제천, 강원 강릉 등이었다.

학생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고 있는 서울이 아니라는 점이 명백하다. 그럼에도 동아일보의 보도는, 서울시의 학생 체벌금지 이후 이 같은 교권 침해 사례들이 많아진 것과 같은 착각을 하게 될 정도로 학생 체벌금지 정책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사옥 ⓒ미디어스 

 
 

 

조중동이 연일 지면을 통해 밝히고 있는 교권 침해 사례들은 무수히 많다. 그 심각성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언론이라면 교권 침해 사례를 둘러싼 전후 관계를 분명히, 명확히 해야 할 책임이 분명 있다. 교권 침해 사례들을 언급하며 무너진 교실과 무너진 교권에 대한 지적, 비판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이러한 사례들을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체벌금지 정책과 연결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지난 22일 사설을 통해 조중동과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교원노동조합, 자유교원조합, 대한민국교원조합 등 보수 성향의 3개 교원노조 협의체의 주장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들 단체가 주장하듯이 수업방해나 교사 폭행이 체벌 금지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자료나 증거는 없다. 체벌이 허용될 때도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일탈적인 행위는 있었고 교실에서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교사들의 호소도 끊이지 않았다”며 “현재 교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체벌 금지 탓으로 돌리고 체벌 금지 불복종까지 선언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폄) 미디어스... 송선영 기자 sincerely@media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