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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2011 상반기 장애인축구 3급 지도자 강습회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1. 3. 26.

 

강의실에 걸린 행사(?) 플랭카드

 

현관에 붙은 '투혼 필승'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에서 '2011년 상반기 장애인축구 3급 지도자 강습회'가 3월 24일부터 2박3일 동안 열렸습니다. 

장애인들의 종합 체육시설인 '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은 경기도 이천시 신둔면 도암리에 있는데...중부고속도로 서이천 IC에서 약 8~9km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축구는 크게 정신지체, 뇌성마비, 시각, 청각(농인)축구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청각장애인 축구는 역사가 오래 되었지만... 의사소통과 문화의 차이가 있어 '장애인축구협회'와 가깝지(?) 못한 듯합니다.

 

농인과 함께 합숙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사생활이 철저하게 통제된다는 것입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훈련하는 최고의 숙박시설이지만, 외출할 수 있는 시간이나 여유도 없는 빡빡한 일정이 매우 답답하였습니다. 또한 수화통역사을 교대로 할수 있도록 2명이상 배치시켜야 함에도 재정적인 이유로 혼자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지도자 강습회는 축구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청각(농인)축구선수들을 양성하기 위해 자격을 취득한 농인 지도자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청인 지도자가 농인들을 가르칠때 의사소통과 문화가 서로 달라 서로를 이해하고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입니다.

 

농인이 참여하는 '지도자 강습회'는 너무 많은 현실적 어려움이 있습니다.

먼저 축구와 관련된 용어를 수화로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축구가 영국에서 시작하였듯이 관련 용어들이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인사이드 킥을 비롯한 '킥'의 종류, 패널킥, 프리킥, 오프사이드 등 반칙 종류, 그리고 도핑 테스트 등등...

 

실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성으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경기를 하는 축구의 특성상 농인들이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뛰어 다니면서 수화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너무 어렵습니다.

 

강습회 마지막 날은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이 있었습니다. 

필기시험에서는 객관식과 주관식 등 총 70문제가 출제 되었는데 주어진 시간은 1시간 뿐이었습니다. 필기시험은 영어로 된 축구용어를 한국어로 표현하는 것에 농인들은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였습니다. 특히 시험 당일에만 2명의 농인이 추가로 참여하였지만 주관식 문제를 거의 풀지 못했습니다...ㅠㅠ

 

지도자 강습회는 앞으로도 계속 열릴 것입니다. 농인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더욱 필요합니다.

 

첫째, 수화통역을 교대로 할 수 있도록 수화통역사를 2명이상 배치해 주어야 합니다.

하루에 많게는 12시간의 프로그램을 한 명의 수화통역사가 소화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피로감 누적은 제대로 된 양질의 통역으로 이어질 수가 없기 때문이죠.

 

둘째, 청인들에 비해 한국어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농인들을 위해 간단명료한 학습자료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농인들은 강의 통역을 보면서 메모를 할 수가 없습니다. 메모하는 순간 수화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장애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시스템(메모된 학습자료)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