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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를 배우려면

'관용수화'를 배워야 농인과 깊이 대화할 수 있다!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1. 10. 28.

 

 

수화를 배우고 있는 청인들이 농인들의 수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기초반이나 중급반, 또는 수화동아리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수화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수화를 '관용수화'라고 합니다. 또는 '농식수화'라고 부르기도 하죠! 

 

이러한 수화는 특별히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으며 배우기도 쉽지 않습니다.

관용수화는 자연 발생적인 수화이기 때문에 지역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으며, 문장에 따라서 전혀 다른 뜻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관용수화는 단어 하나만으로 그 의미를 모두 해석할 수는 없습니다. 문장 전체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관용수화는 단어 하나에 집착하기 보다는 문장 전체를 보면서 대화를 하면 보다 정확하게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농인이 사용하는 수화표현에는 문장식 수화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어처럼 존대말을 생략하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관용수화만으로도 간단명료하고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보겠습니다.

관용수화의 첫번째 특징은 수화 시제의 비중이 크다는 것입니다.

5~6년 전에 있었던 일을 마치 최근에 있었던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는데...이럴때에는 일이 발생한 순서대로 표현해야 합니다.

 

(예 1) 나는 공부를 한다 => 나 + 공부 +  지금(또는 ~중 / 계속)

(예 2) 어제 시험을 보았다 => 어제 + 시험 + 

(예 3) 내일 비가 올 것이다 => 내일 + 비 + 아마

 

시제를 표현할때 표정이 빠지면 안됩니다.

<과거>의 표현은 이미 끝난 표정으로 눈동자와 입술모양이 완료와 일의 결과를 나타내며, <현재>는 지금 일을 하거나 무언가를 하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수화 역시 활기차게 표현하며, <미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소망 바램을 표현하는 듯 고개를 옆으로 갸우뚱하면 되죠!

 

관용수화의 두번째 특징은 도치법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일반 문장에 있어서 글의 앞, 뒤 순서를 바꾸는 것으로서 의사전달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에 흔히 사용합니다.

 

(예 1) 무엇을 먹고 싶습니까? => 싶다 + 먹다 + 무엇

(예 2) 어떻게 가야 합니까? => 가다 + 방법 + 무엇 

(예 3) 어디서 사고가 났습니까? => 사고 + 곳 + 어디

(예 4) 무슨 물건을 찾으십니까? => 찾다 + 물건 + 무슨

(예 5) 저는 수원에서 태어나서 성장했습니다 => 저 + 태어나다 + 성장하다 + 수원

 

관용수화의 세번째 특징은 조사가 생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어 문장의 조사를 생략하고 어순대로 수화를 표현하다보면 의미가 제대로 전달될까 고민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조사를 꼭 필요할때는 적절하게 사용할 수도 있지만 과감하게 삭제하고 얼굴표정으로 그 문장의 의미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 조사의 적절한 사용방법

 

(예 1) 호미 땅을 파다 => 호미 + 가지다 + 땅 + 파다

(예 2) 군인으로서 의무를 다하다 => 군인 + 입장 + 의무 + 온전히

(예 3) 병으로 결석하다 => 병 + 때문에 + 결석하다

(예 4) 남자는 여자 다르다 => 남자 + 여자 +  비교 + 다르다

(예 5) 애인 걷다 => 애인 + 더불어 + 걷다

(예 6) 집에서 쉰다 => 집 + + 쉬다

(예 7) 오후만나자 => 오후 + + 만나다 + 부탁

(예 8) 학교에서부터 집까지 뛰었다 => 학교 + 시작 + 집 + 까지 + 뛰다

(예 9) 네가 의사 성장하기를 바란다 => 너 + 의사 + 전문 + 성장하다 + 부탁

(예 10) 내 사랑은 당신이야! => 나 + 사랑 + 오직 + 너

 

* 조사를 과감하게 삭제하는 경우

 

(예 1) 피아노 소리 난다 => 피아노 + 소리 + 난다

(예 2) 창문 닫아줘요! => 창문 + 닫다 + 부탁

(예 3) 용기 내세요 => 용기 + 회복 + 부탁

(예 4) 엄마 살았어! => 엄마 + 생존 + 다행

(예 5) 아들 보낸 편지 => 아들 + 보낸 + 편지

(예 6) 누나 충주에 살아요 => 누나 + 충주 + 살다

(예 7) 세 시오세요 => 세 시 + 오다 + 부탁

(예 8) 그 사람 맞다 => 그 + 사람 + 맞다

 

청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보다 적은 수화의 어휘를 보충할 수 있는 것은 얼굴 표정(비수지신호)입니다.

수화를 표현할때 표정을 생략한다는 것은 집을 지을때 인테리어를 하지 않고 그냥 사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부분에 신경쓰지말고 농인들과 함께 공감하고 그들의 마음속으로 뛰어들고자 한다면 표정을 나타내는데 더욱 적극적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