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를 농아인의 언어로 인정하라"
- 400여 명 참가한 가운데 '전국 농아인 권리보장 촉구대회' 열려
노동권, 정보접근권, 학습권, 문화향유권 보장 등 촉구- 2012.06.01 21:42 입력 | 2012.06.01 23:30 수정
전국의 농아인들이 수화를 농아인의 언어로 인정하고, 농아인의 언어선택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 농아인 권리보장 촉구대회’가 한국농아인협회 주최로 1일 늦은 2시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열렸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수화를 사용하는 농아인은 장애 극복에 실패한 농아인으로 치부하는 음성언어 중심의 사회에서 의사소통의 장애와 정보취득의 제악으로 우리 농아인은 가정, 교육, 취업, 정보접근, 문화향유, 지역사회 참여 등 사회생활의 전 영역에서 차별받으며 살아왔다"라면서 "우리는 음성언어만이 완벽한 언어이고, 수화를 사용하는 사람은 장애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으로 여기는 편협한 인식을 거부하고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나가기 위해 투쟁을 결의한다"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농학생의 학습권 보장 및 체계적인 지원 제공 △농아인의 방송접근권 및 정보취득권 보장 △농아인의 노동권 및 생존권 보장 △농아인의 참정권 보장△농아인의 문화향유권 보장 △농아인들을 위한 휴대전화 요금제 다양화 등을 촉구했다.
한국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우리 농아인의 삶이 과연 나아진 것인지 모르겠다”라면서 “법원, 경찰서 등 각 전문기관에 수화통역사가 배치되어 농아인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변 회장은 “수화통역사가 제공되지 않아 농학생의 교육권 확보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않는 상황을 우리는 더는 내버려둘 수 없다”라면서 “장애인들이 몸으로 싸워 이동권을 쟁취한 것을 본받아 우리 농아인들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투쟁하자”라고 강조했다.
한국농아인협회 손원재 이사는 “수화를 사용하는 장애인은 장애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치부되는 음성문화 위주의 사회에서 농학생은 교육권을 보장받을 수 없고, 방송에서도 이방인일 뿐”이라면서 “자랑스러운 우리의 언어인 수화가 언어로 인정받아야 하며, 농아인의 언어 선택권은 존중받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완 농통역사는 “얼마 전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완전한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전문수화통역사 배치를 요구했다가 이를 거부당한 농학생이 등교를 거부한 사건이 있었다”라면서 “어차피 학교에 가도 수화통역사가 없어 수업내용을 알 수도 없고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소통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 농통역사는 “농아인에게 교육권이란 이후 노동권의 확보와도 맞닿아있기 때문에 교육권 확보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서 “정부는 농학생의 완전한 학습권을 제공하기 위해 전문수화통역사를 배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아인의 노동권에 대해 한국농아인협회 조병규 이사는 “노점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농아인이 벌금 70만 원을 부과받고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 자살한 비극적 사건이 떠오른다”라면서 “의사소통 방법이 다르다는 이유로 농아인의 노동권은 보장받지 못하고, 취업하지 못해 길거리에서 장사하거나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조 이사는 “장애인의무고용제도는 음성언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위주로 되어 있어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고, 농아인의 위한 맞춤형 직종이 개발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농아인의 정보접근권에 대한 요구도 이어졌다. 서울비전 농아교회 김병택 목사는 “농아인 또한 청인과 차별 없이 권리를 보장받아야 함에도 청인 사회는 농아인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라면서 “집에 TV가 있지만, 수화 통역 화면은 조그마해서 보이지도 않고 자막도 너무 빨리 지나가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아예 시청하지 않는다. 농아인에 맞는 적합한 서비스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농아인협회 이성규 경기도 회원은 “농아인의 언어가 다르다고 해서 문화향유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라면서 “우리는 한국 사람이지만 한국영화를 볼 수가 없다”라고 토로했다. 이 회원은 “문화 체육 영역에 전문통역사를 배치하고 농아인 전문 취미활동 교사를 양성하라”라고 덧붙였다.
이날 촉구대회는 2시간에 걸쳐 진행됐으며, 전국에서 400여 명의 농아인이 모여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오는 3일 정오부터 광화문에서 100일 전국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으로 농아인 권리 확보를 위한 본격적인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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