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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협회

수어통역사에 대한 교육부의 부당한 처우 기준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9. 2. 13.


 

(폄) 수어통역사에 대한 교육부의 부당한 처우 기준

 

저는 농인의 귀와 입이 되어주는 수어통역사입니다.

1999년부터 전문대에서, 지금은 4년제 대학에서 20여 년 동안 대학에 다니고 있는 농학생들에게 교수님의 수업을 수어로 통역 하고 있습니다.

 

방학도 있고 해서 1년 수입이 적지만 적은 수입에 연연 하지 않고 나의 수어통역으로 날로 성장하는 농학생들을 보며 보람을 가지고 이 일을 해왔고, 대학에서 통역을 하고 있기에 고등교육 수준에 맞도록 즉, 어려운 대학 수업을 잘 이해하고, 질 좋을 통역을 위해서 석사 학위를 취득, 지금은 박사과정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20여년을 대학에서 수어통역을 하고 있지만 저와 같이 대학에서 청각장애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는 수어통역사와 속기사들의 생계 문제는 조금도 나아지고 있지 않습니다.


교육부에서는 장애대학생의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일반 도우미와 학습전문도우미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반 도우미는 강의실 이동, 필기 지원, 문자통역 지원을 하는 학생이나 일반인이 해당되며, 학습전문두우미는 수어통역사와 전문속기사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학습전문도우미의 처우입니다. 학습전문도우미인 수어통역사와 속기사는 이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교육부가 제시하고 있는 처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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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우미 지원 가능 금액

○ 일반, 전문 도우미 1인당 국고보조금 지원 한도 금액

 

- 도우미 1인당 연간 지원기준 금액(월 지급기준액)

일반 도우미(시급제)

10,240천원(1,280천원)

 

전문 도우미(시급제 혹은 월급제)

12,480천원(1,560천원)

 

- 국고보조금은 연·월간 한도액 내에서 집행, 대응투자는 20%이상 집행가능

- 일반도우미 : 시급(60분기준) 8,350원 기준, 근로시간 상한제* 적용

* (근로시간 상한제) 월 160시간(8시간×5일×4주) 한도

- 전문도우미 : 시급제 혹은 월급제 중 대학에서 시급 등을 책정하여 자율적으로 운영하되 최저임금제 준수

※ 월급제의 경우 수업시간(특강 포함) 매칭에 한해 국고지원이 가능하며, 행정업무 겸직 시 국고지원 불가, 사업신청 시 시간별 매칭 계획 제출

※ 시급제의 경우 타 대학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여 시급의 일부만 지원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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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준을 보면 일반 도우미는 1년 1천24만원이고, 전문 도우미는 1248만원입니다. 일반 도우미는 학생이거나 장애학생의 보호자인데 그들과 전문 수어통역사와 속기사의 임금 차이가 겨우 200만원 남짓밖에 되지 않습니다. 단순히 이동보조나 필기를 하는 사람들과 2, 3시간 동안 열심히 팔을 움직여 전문용어들을 수어로 번역하고, 빠른 말을 속기로 쳐내야하는 수어통역사와 속기사의 임금 차이로는 너무나 기가 막힌 금액입니다.

 

그래서 교육부에 항의 방문했더니 학교의 대응투자(학교부담금) 20%이상 지원은 자율이니 학교에 항의하라고 하더군요.

상식적으로 국고가 지원되는데 어느 학교가 국고 기준치 이상으로 지원하고자 하겠습니까? 전국에서 제일 먼저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설치하고 2000년부터 수어통역사를 고용한 대구대학에서 조차도 2019년부터 교육부 기준을 따르고 인원을 더 늘려 뽑으라고 하고 있습니다. 2000년 처음 수어통역이 시행 될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일하고 있는 통역사가 있고 대부분이 10년이 넘게 일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여기서 궁금한게 있습니다. 저 기준은 1인 1년의 임금 기준입니다. 그렇다면 예를 들어 4명을 고용해서 1인 1248만원씩 지급하는 건 괜찮고, 2명을 고용해서 1인 2400만원 지급하는 것은 안 된다는 건데.... 도저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같은 예산으로 쪼개기를 하자는 건데 ... 생계가 보장되지 않는 일자리 숫자 늘리기가 지금 이 정부의 정책입니까?

 

대학 수업 전공 교과목의 전문용어나 수업의 수준 등을 고려한다면 대학 수어통역사는 잘 전달하기 위해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1248만원을 받으며 과외의 공부와 준비까지 하며 어찌 1년을 살 수 있겠습니까? 수어통역사와 속기사의 생존권은 보장하지 않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도우미가 아닙니다. 전문가들입니다.

‘전문도우미’라는 용어 자체가 봉사의 개념이 포함되어 우리의 생존권을 더욱 위협하고 있습니다. 용어도 ‘학습전문지원사’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학습전문 도우미 제도의 개선을 요구합니다.

 

1. 최소한의 생계는 유지할 수 있도록 임금 제한선을 없애주시기를 요청합니다.

 

어차피 대학에서 정해져 있는 통역비가 있고, 학생들의 숫자 또한 많지 않습니다. 교육부가 제한선을 두지 않아도 우리들 수어통역사나 속기사가 가져갈 수 있는 임금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방학도 있고 해서 우리가 최대한 일을 해도 년 2천만원 조금 넘는 돈을 가져갈 수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벌 수 없다면 우리는 생계를 위해 이일을 그만 둬야 할 것이며 임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문적으로 이 일을 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2. 우리는 도우미가 아닙니다.

학습전문도우미가 아니라 전문학습지원사라는 용어로 우리의 신분을 보장해 주시기를 요청합니다.

 

적어도 속기사라는 자격증, 국가공인수어통역사라는 자격증을 취득해야 이일을 할 수 있습니다. 즉, 우리는 전문가입니다. 속기의 전문가, 수어통역의 전문가입니다. 그렇다면 도우미의 대우가 아니라 전문가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용어에서 전문도우미가 아니라 전문학습지원사로 불리기를 바라고 전문가 어울리는 최소의 처우를 받기를 바랍니다.

 

3. 대학에서 전문학습지원사로 일할 사람들에 대한 자격 요건과 시급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통일해 주시기를 요청합니다.

 

대학에서 학습을 지원해야 되니 자격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학력의 조건이라든가.... 예를 들어 4년제 졸업 이상, 자격을 갖춘자라는 자격 기준을 두고, 자격을 갖춘 사람에 대한 임금의 보장은 전국의 대학들이 통일되게 지급하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대학에서 같은 일을 하지만 대학마다 수어통역비가 모두 다릅니다. 많게는 4만원에서 적게는 27,000원까지.... 이 금액을 통일하고 전체 제한선을 없애 주시기를 요청합니다.

 

그동안 우리들은 숫자도 적고 우리의 권리를 내세우기에 적극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경제 상황도 어렵고 물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 더 이상 이렇게 낮은 임금으로 이일을 지속할 수 없는 실정이기에 이 글을 올립니다.

 

저는 이 일이 매우 보람되고 좋습니다. 행복합니다. 그래서 낮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20여년 간 계속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생계가 위협 받고 있어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시점입니다. 부디 지금의 전문학습도우미 제도가 개선되어 이 일을 하는 수어통역사들 속기사들이 기쁘게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청와대 청원에 동참해 주세요!>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24435?navigation=peti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