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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중재자로 나선 수어통역사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9. 3. 25.

 

 

어제 밤 9시30분 정도에 농인에게 급한 톡이 왔습니다. 상황을 자세히 파악하고 싶어 영상통화를 했습니다.

수어를 전혀 모르는 부모님에게 심한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감옥' '경찰서' 등등 ... 함께 살고 있는 부모님의 어설픈 욕설과 협박성 발언으로 관계가 악화된 모양이었습니다.

 

영상으로 해결될 것 같지 않아 택시를 타고 농인이 사는 집으로 갔습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집앞에는 이미 경찰차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경찰의 신원파악에 응하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양쪽의 얘기를 들어가며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시간이 길어지면서 경찰은 '여기에 계속 머물수가 없다'며 저에게 맡기고 떠났습니다.

 

성격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부모님과 갈등이 쌓여 폭발(?)직전까지 간 상황에서 수어통역사로서 양쪽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어 적극 중재자(?)로 나섰습니다.

 

약 2시간 동안 부모님과 농인의 양쪽 입장을 들어가며 해결방안을 찾아 봤습니다. 밤 늦은 시간이었지만 상담과 설득을 통해 급한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께 제 전화번호를 알려주었고, 부모님과 농인이 세대를 분리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