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모 언론사 기자가 전화로 몇 가지를 물었습니다. 다음은 문답 내용입니다.
문> 자한당 측에서 "우리가 종북이라고 할 땐 그렇게 반발하더니, 이제 민주당 측에서 친일 프레임을 만들어 뒤집어 씌우고 있다. 자기가 당할 땐 나쁜 거고 자기가 할 땐 당연한 거냐?"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답> 오랫동안 '종북좌파 빨갱이' 프레임을 만들어 이용해 온 세력이 '친일 프레임'에 발끈하는 건 언어도단이다. 그걸 비난하려면 먼저 자기들이 해 왔던 '프레임 정치'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좌파정부'니 '김정은 대변인'이니 하는 프레임을 계속 사용하면서, '신 친일파'라는 프레임에만 발끈하는 건 상도(商道)로 보아도 옳지 않다.
문>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인데, 자유한국당을 '신 친일파'라고 하는 게 무리한 주장은 아닌가?
답> 사람들이 자한당에 '친일' 이미지를 갖게 된 게 이번 경제도발에 대한 대처 때문만인가? 별도의 건국절 제정 시도, 식민지 근대화론에 입각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독립운동가들과 반민특위 비하 등 여러 해 동안 누적된 언행들에 대한 종합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여당 원내대표의 '신 친일파' 발언은 오히려 이런 '종합적 판단'을 '온건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본다.
문> '친일 프레임' 때문에 '억울한 피해자'들도 생기는데, 이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답> '프레임 짜기'는 대의정치의 일반적 속성이다. 문제는 그 프레임의 '사실 적합성'과 '피해의 현실성' 여부이다. '종북좌파 빨갱이' 대 '친일파'라는 구도에서 어느 쪽이 '사실과 무관한' 공격을 받았고, 어느 쪽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는지는 명백하지 않은가? 노인들 모이는 곳에 한 번 가 봐라. "문재인 빨갱이", "빨갱이는 죽여야 해"라는 말을 수시로 들을 수 있을 거다. 실제로 사실과 관계없이 '빨갱이'로 몰려 죽거나 감옥에 간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우리 역사상 '친일'로 몰려서 신체적으로나 재산상으로나 피해를 입은 사람이 누가 있는가? '종북좌파 빨갱이' 프레임이 기승을 부리는 동안 침묵하던 언론이, 이제야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도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전우용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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