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장애우, 어떻게 해야 하나

장애인과 장애우, 어떻게 해야 하나

보건복지부와 법원에서도 장애우라니


지난 4월 초 자료하나를 볼게 있어서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를 찾았더니 '장애우에겐 더욱 가까운 전화번호 129'라는 제목이 대문에 걸려 있는 게 아닌가. 내용인즉 보건복지부(장관 유시민)는 보건복지콜센터 '희망의 전화 129'가 4월 장애인의 달을 맞아 장애우와 함께하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장애인의 달을 맞아 장애우와 함께한다니 앞의 장애인은 뭐며 뒤의 장애우는 또 뭐란 말인가. 대한민국 장애인 업무를 총괄하는 보건복지부에서 조차 장애인과 장애우를 구별하지 못하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지난 4월 20일 부산지역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부산광역시 시의회 의장이 축사를 하는데 ‘장애우’라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23일 밤 부산KBS 1TV에서 ‘천지인’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시각장애인 관련 방송을 하면서 역시 ‘시각장애우’를 연발하고 있었다.

그러나 해묵은 논쟁거리를 다시 들고 나온다는 게 별로 내키지 않아서 그냥 넘겼었다. 그런데 며칠 전 장애인관련 기사 하나가 포털사이트 뉴스 홈에 올라오자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많은 사람들이 ‘장애우분들’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들은 장애우가 장애인을 더 우대하는 말인 줄 알고 있는 것 같으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누차 말하지만 ‘장애인(障碍人)’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다. ‘장애우(障碍友)’는 장애를 가진 친구라는 뜻이다. 장애우가 아무리 좋은 뜻으로 쓰인 다해도 모든 장애인을 아우를 수 있는 용어는 아니다.

“나는 장애우입니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그럼에도 이런 용어가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 할아버지가 장애우이신데…” 필자가 운영하는 상담실에 올라 온 내용인데 우리 할아버지는 장애인이라는 말일까 아니면 장애를 가진 친구라는 말일까.

‘장애인이 바른 용어입니다’고 아무리 외쳐 보았자 ‘소귀에 경읽기’ 같아 참 씁쓸하다. 그동안 장애인이 바른 용어이므로 장애인으로 써 달라고 필자 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언론이나 관계기관에 하소연 하였음에도 기자들은 아는지 모르는 여전히 장애우를 사용하고 있어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은 물론이고 국가기관, 장애인단체들까지 인터넷을 통해 ‘장애우’를 확대 재생산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너마저, 그렇다면 다른 기관들은 어떨까. 우리나라에 장애인복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제정에서부터이다. 그런데 ‘놈 자(者)가 싫다 사람 인(人)으로 바꿔 달라’는 일부 장애인들의 요구에 의해 1989년에야「장애인복지법」으로 개정되었다. 법을 바꾼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고 법률용어 하나 수정하는데도 나름대로의 절차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던 차에 한 장애인이 대법원에도 장애우가 있다고 알려 왔다. 대법원 홈에 들어가서 검색을 해 보니 장애우가 3건이나 나왔다. 1건은 판결공보 요약본이고 다른 2건은 법원동정이었다.

악화는 양화를 구축한다고 했던가. 장애인이라는 법률용어이자 공용용어가 엄연히 있음에도 보건복지부에서 조차도 장애인과 장애우를 구별 못하고 있으니 다른 곳은 오죽하겠는가. 특히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학생들에게 ‘장애우 봉사활동’을 주지시키고 있고, 각 시도 교육청 홈페이지에도 역시 장애우라고 올려져 있다.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경찰청을 비롯한 행정기관, 금융감독원, 도서관, 철도청 등 공공기관에서조차 버젓이 장애우를 사용하고 있으니 일반 국민들이야 헷갈릴 수밖에. 이 노릇을 어찌해야 하나.

칼럼니스트 이복남 (gktkr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