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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두얼굴

[스크랩] ‘삼성공화국’, 이것이 자본주의의 진실이다!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7. 11. 24.

‘삼성공화국’, 이것이 자본주의의 진실이다!

 

 

△ 사제단의 기자회견 모습(사진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한 사람의 세 치 혀가 이 나라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거대 자본 삼성은 발칵 뒤집혔다. 10월 29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의 기자회견은 그 시작이었다. 이날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이 세상에 알려졌다. 11월 5일 2차 폭로에 이어 11월 12일에는 이른바 ‘뇌물 검사’ 수뇌부 3인의 실명이 공개되었다. 여기에는 검찰총장 내정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추가 폭로가 이어질 때마다 삼성 비자금 의혹의 사회적 충격은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여론은 반(反)삼성 정서로 급속히 기울었다. 다윗과 골리앗 싸움과 같은 현 구도 속에서 사제단과 김용철 변호사에 대한 심정적 지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부패한 삼성공화국을 몰수해서 국유화하라’, ‘촛불 시위에 나서자’라는 의견들 또한 네티즌 사이에서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삼성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답한 의견은 고작 18.8%였다.”(2007년 11월 12일자 시사IN 기사)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 이후 다시 세간에 ‘비리’와 ‘삼성’이라는 말이 동시에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두 달 전 신정아-변양균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에서는 차분함마저 엿보이고 있다. 최대 광고주 삼성 앞에서 친(親)자본 언론들의 극성스런 취재 열기는 온데간데없었다. 평소 말 많던 청와대도 웬일인지 입을 다물고 있다. 다만, 특검에 반대하는 목소리만 내놓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재경부, 국세청 등 비자금 사건을 조사할 수 있는 국가기관들은 하나같이 몸을 사리고 있다. 검찰은 여론의 움직임에 곤혹스러운 눈치다. 말로만 떠돌던 삼성의 위력이 다시금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공화국’이 보여준 현실

그동안 이른바 ‘재벌그룹’들이 차명계좌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자금 의혹이 정면으로 터진 것이다. 그것도 삼성을 향해서 말이다. 이번 사건이 단순 의혹으로 그치지 않고, 인화성 강한 폭발력 있는 이슈로 등장한 배경의 중심에는 김용철 변호사가 있다. 그는 삼성의 머리로 불리는 구조조정본부에서 법무팀의 수장을 지냈던 사람이다. 삼성 고위 임원을 지낸, 내부에 정통한 사람이 입을 열었던 것 자체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사진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삼성은 치밀하게 이중 플레이를 펼쳤다. 한편으로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차명계좌는 삼성의 한 임원이 김용철 변호사의 양해를 얻어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과는 무관한 사적인 일이라며 진실공방으로 몰고 갔다. 김용철 변호사에 대해서는 정신 상태가 불안한 사람이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삼성의 2인자라는 이학수 부회장까지 나서, 폭로 직전까지 회유 공작을 펼쳤다. 뭔가 켕기는 게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현재 불똥은 검찰에 이어 청와대 쪽으로 옮겨 붙고 있다. ‘뇌물 검사’ 명단 중 일부 공개라는 폭탄을 맞은 검찰은 이미 아노미 상태에 빠진 바 있다. 청와대의 특검 반대 입장과 이용철 청와대 전 비서관이 삼성의 뇌물제공 의혹을 폭로한 것과 관련하여 청와대와 삼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사제단과 김용철 변호사가 물러서지 않고 있어, 사건의 파장이 어디에까지 미칠 것인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비자금 의혹의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 이건희 회장이 로비를 직접 지시했는지 여부도 핵심 사안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비자금의 진실이 규명되면 이건희 회장은 구속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삼성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 관리했으며 이를 불법 로비 자금으로 사용하여 이 나라를 좌지우지했다는 데 있다. 돈의 힘으로 주요 국가 기관의 핵심 간부들을 매수, 관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용철 변호사는 “내가 검찰 출신이니 검찰 내 인사들의 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였다”(2007년 10월 29일자 시사IN 기사)라고 고백하고 있다. 광고를 미끼로 언론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입막음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말 그대로 ‘삼성공화국’은 하나의 실체로 존재했던 것이다.

삼성이 이러한 작태를 벌이는 데 있어서는 어떠한 구속도 받지 않았다. 돈 앞에서는 불법, 합법이라는 기준 자체가 없었다. 노동자들이 파업과 투쟁에 나설 때마다 법질서 확립이라는 소리가 시끄럽게 나오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성역 없는 수사’를 입에 달고 다니던 검찰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는 검찰을 사제단이 ‘직무유기’라고 비판해도 검찰은 말이 없다. 노동자들에게 언제나 서슬 퍼렇던 법질서의 칼날은 삼성을 마주 보자마자 녹아내렸던 것이다.

일련의 사태 전개는 현 사회의 법질서가 지니고 있는 계급적 본질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자본가들의 사적 소유와 사유재산 보호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와 평등, 그리고 이를 위한 사회 질서라는 잣대가 얼마나 허울 좋은 명분인지 잘 드러나고 있다. 그것은 자본의,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자유와 평등’이었다. 개별 자본의 불법적 행각은 지배질서를 혼란에 빠뜨리지만 않는다면 그 자체가 합법으로 용인되어 왔던 것이다. 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삼성공화국’은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무노조 신화 속에 자행된 극악한 노동탄압

삼성 비자금 의혹은 이 사회의 법과 원칙이라는 것이 자본의 이해와 필요를 위해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심지어 그네들이 신성시 여기는 헌법조차 공문구가 되기 일쑤다. 이는 삼성만의 특권이나 특혜가 아니다. 현 시기 비정규직-중소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故 정해진 열사의 외침처럼 인간다운 삶을 위해 최소한의 생존권적 요구를 제기하는 것조차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자주적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노동3권을 보장하라고 투쟁해도 되돌아오는 것은 공권력의 묵인 하에 벌어지는 자본의 탄압이었다.

삼성은 자본의 규모만큼이나 노동탄압에서도 가히 세계 일류를 달리고 있다. 이번 비자금 사건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바로 이것이다. 삼성의 ‘무노조 신화’는 노동자들에 대한 무서운 탄압 위에서 만들어졌다. 1996년 이후 10년에 걸쳐 삼성에 노조를 만들기 위해 투쟁하다 2005년 업무방해․명예훼손죄로 지금까지 복역 중인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이 제16회 전태일노동상을 받자, 부인인 임경옥 씨는 “삼성 비자금 의혹이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지만 삼성에서 탄압받는 노동자들에 관한 이야기도 같이 나와야 하는데 많이 거론되지 않아 아쉽다”(2007년 11월 6일자 프레시안 기사)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현재 그는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사진출처: 민중언론 참세상)
김성환 위원장의 경우처럼 삼성은 노동자들이 투쟁의 ‘투’자만 꺼내도 탄압의 철퇴를 내리고 있다. ‘무노조 신화’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다. 그렇다고 해서 노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에스원노조’와 ‘호텔신라노조’는 각각 지난 2000년 5월과 2003년 4월에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삼성 노동자들의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노조가 아니라 어용 노조였다. (2003년 설립된 삼성일반노조는 초기업단위 노조다) 삼성의 창업주라는 작자가 내뱉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은 삼성의 신념 체계로 자리 잡고 있다. 2005년 이건희 회장은 고려대에서 ‘무노조 신화’를 가지고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는 어이없는 일까지 있었다.

실제로 그 탄압은 섬뜩할 정도다. 지난 9월 10일 새벽 울산에서는 끔찍한 백색테러가 발생했다. 복직투쟁을 하고 있던 삼성SDI하이비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장에 괴한이 침입해 식칼테러를 저질렀던 것이다. 물론 그 전에도 삼성의 노골적인 탄압은 사람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1999~2000년 삼성SDI 수원․천안․울산공장 등지에서 노조를 만들고자 한 노동자들에게 회유-협박-납치-감금-억류-노조포기각서로 이어지는 노조파괴 행위가 벌어진 바 있고, 2004년에는 이들에 대한 휴대폰 위치 추적이 수 년 간 계속된 사실이 밝혀져 또 한 번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예 목숨까지 위협하는 백색테러가 버젓이 자행되었던 것이다.

삼성 무노조 경영의 이유는 단 하나다. 더 많은 이윤 추구에 있어 어떠한 걸림돌도 없애겠다는 것이다. 현재 이랜드-뉴코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고사시키고 있는 이랜드 자본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는 삼성은 노동자들의 저항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는 노조 자체를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구조조정을 마음껏 밀어붙이고 있다. 노조 대신 존재하는 노사협의회를 이용해 자본의 의도를 관철시키고 있다. 올해도 삼성은 경영 악화를 근거 삼아 삼성SDI 천안공장, 삼성전자 천안․탕정․수원공장에서 인력 재배치,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을 예고하며 시행에 들어갔다. 비자금 사건이 불거지자 잠시 제동을 걸었지만 구조조정 자체를 철회하지는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타이어 대전․금산공장에서 산재로 인한 노동자들의 잇단 죽음은 삼성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는 최근 7년 동안 최소한 6명의 노동자들이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그 중 5명은 이미 사망했다. ‘첨단산업’이라 불리는 반도체 산업에서 수백 가지의 유해물질이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삼성반도체의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안전장비도 없이 유해물질에 그대로 노출된 채 일을 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삼성은 산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직업병이 아니라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이것이 비자금 의혹으로 얼룩진 삼성의 참 모습이다. 삼성이 대외적으로 그토록 강조하는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기치 이면에는 가혹한 노동탄압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계급사회의 착취질서라는 공동의 이해 속에서 정권과 그 기관으로부터 보장받고 있었다. 보수우익 한나라당으로부터 ‘좌파정권’ 소리를 듣는 DJ-노무현 정권 하에서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진행되어 왔었다. 이번 비자금 사건에서는 삼성이 불법으로 자금을 모집하고 그 돈으로 불법 로비를 했다는 것을 넘어, 그 본질이 자본과 정권과의 긴밀한 유착 관계에 있었으며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연이 아니라 필연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가며

현재 삼성 비자금 사건은 김용철 변호사의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다. 그는 10월 29일 사제단의 첫 기자회견 직전에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삼성이 우선 나를 정신병자로 몬다. … 다음은 검찰이나 다른 쪽으로 사건을 몰고 가서 폭탄을 터뜨린다. 폭탄은 검찰의 로비 리스트가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삼성이 시야에서 벗어나고,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운운하며 사건을 마무리한다. … 1차 저지선은 삼성 계열사 사장이 책임진다. … 이들이 총대를 메지 못하면 최종 저지선은 김인주·이학수 등이다.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전무를 사수하는 게 구조본의 절대 목표다.”(2007년 11월 12일자 시사IN 기사)

이처럼 이번 사건을 두고 일명 ‘물타기’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중요한 것은 김용철 변호사가 의인이든 아니든 간에 그의 폭로로 인해 ‘삼성공화국’의 추악한 진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자본이 사회적 힘을 갖는 실체로 존재하며, 그러한 자본과 국가기구가 유착되어 있었음이 단적으로 입증되었다. 이 나라의 법과 제도라는 게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명백하게 드러났다. 흔히 언급되는 ‘재벌의 부도덕성’이라는 것 또한 그 자체가 자본의 본질이며, 이 사회의 현실이라는 점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비리를 척결한다거나, 부패를 해소해야 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문제의 원인이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뿌리박혀 있는, 지극히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는 그 유착 관계에 있음을 재확인해야 한다.

더불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삼성의 노동탄압 또한 가감 없이 알려내야 한다. 귀에 붙이면 귀걸이요, 코에 붙이면 코걸이 식의 죄목으로 2년 가까이 옥살이 중인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의 현실, 투쟁을 시작한 지 200일을 훌쩍 넘긴 채 싸우고 있는 삼성SDI하이비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 민주노조 건설을 위해 지금껏 투쟁하고 있는 삼성그룹 해고자 원직복직 투쟁위원회의 현실 등이 더 이상 음지에 묻혀 가려져서는 안 된다. 삼성의 ‘무노조 신화’라는 그 미명 하에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탄압을 받고 있는지 전 사회적으로 폭로해야 하며, 삼성 자본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지지와 엄호를 조직해야 한다.

그리하여 ‘삼성공화국’이 활개 칠 수밖에 없는 이러한 상황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특검과 같이 대중의 분노를 잠시 누그러뜨리는 기만적인 방책이 아니라 자본과 국가기구 사이의 그 유착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것, 그것은 현존하는 자본을 위한 국가기구를 파괴, 분쇄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며 자본가의 권력을 타파하고 노동자의 권력을 쟁취하는 투쟁 속에서 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한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 또한 가장 민주적이고 자유롭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조차 보장할 수 없었던 노동계급의 민주적 권리와 자유를 쟁취하는 투쟁 속에서 노동자를 착취할 수 있는 자유, 노동자들은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자유, 즉 자본가의 민주주의를 폐기처분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확고히 해야 한다. 삼성 비자금 사건은 이 사회의 진실이 무엇인지,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진정 무엇이 필요한지 노동계급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글 : 김성렬 사노넷  tjdfuf@jinbo.net
등록일 : 2007.11.22

출처 : 프롤레타리아네트워크뉴스
글쓴이 : 사회주의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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