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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두얼굴

계란과 소화기 분말로 범벅된 '삼성 재벌'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7. 12. 8.
 
노동자들, 삼성 본관에 계란 투척..."삼성 노조 인정해야"
 
허환주 기자kakiru1103@naver.com
 
7일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 노동자들이 모여 '이건희를 구속하라'며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삼성이 설립된 이래 최고의 수모를 당했다.

사람들이 함부로 건물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던 빨간 띠는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본관 건물에는 터진 계란의 노른자가 흉측하게 들러붙었다. 노동자들에 의해 태평로에 위치한 삼성 본관이 계란 세례를 당했다.

삼성 보안요원들은 소화기로 응전했으나 이것이 되려 본관 앞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바닥은 터진 계란과 소화기에서 뿜어 나온 분말 가루로 범벅이 됐다. 노동자를 제지하려던 삼성 측 보안요원들은 계란을 맞고 온 몸이 노른자에 뒤덮인 채 본관 안으로 황급히 들어갔다.

민주노총은 7일 삼성 본관 앞에서 '민주노조건설을 위한 민주노총 2차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대회가 끝난 뒤 상징 의식으로 현판식을 진행했다. '가족경영 삼성'이 아닌 '비리경영 삼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이건희 인형 탈을 쓴 이가 돈다발을 거리에 뿌리며 삼성 본관을 향했다. 그의 뒤에는 '삼성비리공화국, 삼성이 만지면 부패합니다'란 글이 적힌 현판이 뒤따랐다.

노동자들은 현판을 본관 정문에 놓고 불태웠다. 이 과정에서 삼성요원들은 소화기를 노동자들에게 뿌려댔고, 노동자들은 달걀로 응전했다.

비자금 2000억원 조성할 동안 노동자들은 피눈물을...

삼성의 불법비자금 사건을 계기로 삼성의 무노조경영과 노조말살, 노동탄압 정책이 사회에 점차 알려지게 되었다. 민주노총은 지난 11월 16일 건립 이래 최초로 삼성 본관에서 '삼성수사를 위한 특검 도입'을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삼성비리공화국이라고 적힌 현판에 불을 붙이자 삼성측 직원들이 소화기로 급히 끄고 있다.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1차에 이은 이번 민주노총의 결의대회는 삼성SDI를 비롯한 삼성그룹의 구조조정 중단과 해고자 복직 투쟁 등 삼성이 자행해온 무노조 경영과 노동탄압을 규탄하는 자리였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은 "이번 삼성 사태의 핵심은 편법, 탈법, 불법이 핵심"이라며 "아버지가 200조 넘는 돈을 자식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온갖 불법, 탈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법 상속에 대해 자신은 몰랐다고 하지만 그가 만든 비자금은 이러한 불법 상속을 위한 포진"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 비리 관련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삼성 문제에 대해 끝까지 추적, 보도해야 한다"며 "각오를 다지고 용기를 내서 보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SDI 하이비츠 해고자 최세진 대표는 "공장 앞 노숙 농성이 100일을 넘었고, 상경투쟁이 22일을 맞이하고 있다"며 "서럽고 눈물도 나지만 함께 하는 분들이 있어 힘이 난다"고 말했다.

그녀는 "삼성이 200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할 동안 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해고되어 길거리로 나앉았다"며 "삼성은 너무나 못된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렇다고 최대표는 삼성이 망하는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계란에 맞은 삼성 보안직원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그녀는 "삼성이 망하면 우리 노동자들이 돌아갈 곳이 없다"며 "잘못된 것을 바로 잡자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가 있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해고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삼성에 민주노조가 세워질 때까지 삼성과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고려대 출교생 "이건희 회장의 고려대 명예철학박사학위 박탈해야"

한편 오후 2시에 진행된 결의대회에 앞서 1시 30분에는 고려대 출교생들이 '삼성 이건희 회장 구속처벌, 고려대 명예철학박사학위 박탈, 출교철회'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려대 출교생은 1심에서 학교로 돌아가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학교측에서 이에 불복, 항소하면서 아직까지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 이건희 부자와 전략기획실이 비자금으로 이 세상을 부패왕국으로 만드는 한편, 삼성 노동자들은 대량해고, 비정규직으로 내몰렸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추악한 비리가 사실로 드러난 이상, 2005년 고려대학교에서 이건희 회장의 명예철학박사학위 수여에 반대한 학생들의 시위는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많은 고려대 학생들과 양심적 교수들은 이건희 회장이 고려대 명예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치욕으로 생각한다면서 "이건희가 받아야 할 것은 고려대 명예박사학위가 아니라 구속 영장"이라고 주장했다.

계란 맞은 삼성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이건희가 돈을 먹고 있다.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삼성을 향해 최세진 대표가 고함을 치고 있다.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