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어통역사의 길

다단계의 피해자들!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8. 1. 30.

2008.1.30(수)

 

어제 고양 검찰청에 다녀왔다.

고양 지청에서 직접 수화통역 의뢰를 받고 찾아갔는데 고양시수화통역센터에서도 수화통역사를 파견하여 수화통역사가 2명이 온 것이다. 농인에게 직접 의뢰를 받고 나온 모양인데 좀 난처했다.

 

결국 지청에서 직접 의뢰를 받은 내가 통역을 맡기로 했다.

사건은 '월드'라는 다단계 회사에 가입하여 피해를 본 농인들 6명이 집단적으로 고소한 사건이다. 피해액도 상당히 컸으나 더 큰 문제는 상호간의 불신이다.

 

가해자도 농인이었는데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가해자(농인)의 말을 믿고 다단계에 빠져들었고 경찰서를 거쳐 검찰조사까지 받게 된 것이다. 서로 합의가 어려워 결국 법원에서의 처벌까지 받게 될 지경이다.

 

다단계에 빠져든 농인들이 모두 돈을 벌 수 있다고 착각하였고 자금유통의 여유가 있었던 농인들은 모두 원금을 대부분 날렸다. 신용카드를 통해서 물품대금을 사거나 사준 농인은 엄청난 카드 빛을 졌다. 농인들 서로간의 빛 보증 또는 지불각서는 잃어버린 돈을 찾을 수 없었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도 없었다.

 

농인들은 서로 돕고 살 수 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청인들처럼 금융권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농인들이 대부분 피해자들이었다. 다단계 사업은 청인들도 대부분 성공하지 못하고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정보도 느리고 언어가 다른 한정된 농인세계에서 성공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농인들만의 잘못은 아니다.

가해자도 농인이었는데 가해자를 처음 다단계 사업에 끌어들인 사람이 결국은 수화를 잘하는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나도 예전에 다단계 회사에서 농인을 대상으로한 교육통역을 의뢰 받은 적이 있었는데 거부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단계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갖고 있었고 도의적 책임감이 앞섰기 때문에 거절했지만 잘한 일이라고 자부해 왔다.

 

지금도 어딘가는 농인들 앞에서 알량한 수화실력(?)을 활용하여 농인들을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는 수화통역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수화통역이라고 모든 활동이 농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수화통역사 또는 자원봉사자들의 높은 윤리의식과 양심,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냉철한 사고와 지혜가 필요하다. 부정확한 정보를 비롯한 비윤리적인 통역은 오히려 농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오후 1시 30분부터 저녁 7시30분까지 약 6시간이 넘는 조사과정을 거쳤지만 고소인 6명 중 3명만 조사를 마쳤을 뿐이다. 내일  또다시 나머지 3명의 고소인들도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수어통역사의 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료진료' 일일봉사  (0) 2008.02.18
'무료진료' 하는 날  (0) 2008.02.17
청소년 동계 자.봉교육  (0) 2008.01.17
청소년 교육  (0) 2008.01.16
수화 특강(손으로)  (0) 2008.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