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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동일임금의 정당성과 필요성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8. 3. 31.

  비정규직 동일임금의 정당성과 필요성

이은숙/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부소장

 


1. 경제의 서비스화와 노동시장의 비정규직화

한국의 노동시장은 1997년 경제위기와 그로부터 폭발적으로 전개된 구조조정 시기를 거치면서 이전의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구조를 급속히 해체하게 된다.

 

특히 경제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2000년까지는 노동시장 구조에 대대적인 변화를 앞둔 일종의 노동시장 구조의 조정기로 볼 수 있는데, 그 기간 동안 기존의 비교적 안정적 일자리를 유지하던 임금노동자의 약 30% 가량이 기존의 직장에서 고용계약이 해지되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과 함께 실업률의 급상승으로 인한 노동시장 진입조건의 전반적 하락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가장 큰 배경을 이룬다.

 

이 기간 동안 국가 및 자본은 급속하게 노동시장 유연화 전략을 추진하였으며, 그에 따라 노동인구의 급격한 유동화/비정규직화와 함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 분단화 현상이 고착/심화되었다.

 

또한 전반적으로 노동력 지출의 밀도와 강도는 크게 강화되었다. 즉 그 기간 중 구조조정과 함께 ‘고용조정’된 노동자들의 경우, 각종의 다양한 형태로 새로운 구직에 나서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기존 수준 이하의 고용 환경에 적응하기를 강요받게 되며, 다른 한편으로는 실직위협을 회피하기 위해 강화된 노동강도를 수용하는 방향에서 취업하게 되었다.

 

또한, 고용계약을 유지하게 된 일군의 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한편으로는 기존 노동조건의 유지/향상을 도모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실직 및 비정규직화 위협에 따라 ‘자발적으로’ 노동강도의 강화를 주도하는 일면을 보이게 되었다. 일례로 노동조합이 기존의 노동조건을 유지 내지는 향상시키는 대신에 ‘생산성에 협조한다’는 식의 카드를 내걸고 교섭에 나서는 장면은 흔한 일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노동조건을 하향조정하면서까지 비정규직화 내지는 고용불안에 방어하고자 하는 보수성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정년단축과 함께 정년 후 리콜제와 흡사한 방식의 계약조건을 담고 있는 이른바 임금피크제 도입의 경우가 단적인 예라고 하겠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2000년 들어서는 노동시장의 전반적인 비정규직화와 이중구조화가 급진전되었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상황은 무엇보다도 1997년 한국경제의 위기가 외환/금융위기의 외양을 띠고 자본의 과잉축적상황에서 폭발하였기에 더욱 급속하게 전개된 측면이 크다. 현상적으로는 사업체 수의 급격한 감소와 함께 취업노동자수도 크게 줄어드는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다만 양적인 차원이 아니라 산업/업종의 구조와 노동자의 직종 및 종사지위별 구조의 질적 변화가 압축적으로 수반되었다.

2000년 이후의 이러한 산업 및 노동력 구조의 변화를 특징짓는 것은 서비스화와 비정규직화이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전개된 경제의 서비스화는 비정규직 고용이 일반화되어 있는 서비스산업뿐만 아니라 제조업까지 포괄하여 전산업에서 비정규직화가 전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서비스화와 비정규직화는, 비단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의 노동자 내부분할뿐 아니라 사회의 양극화 내지는 빈곤화를 주도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노동자 투쟁에서도 많은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비정규직화와 서비스화에 대하여, 노동의 입장에서 볼 때 특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비교적 동일한 작업 공간에서 동일한 시간에 엇비슷한 임금 조건에서 집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이 해체되고, 잘게 쪼개어진 개별화된 작업 공간에서 이질적인 시간에 차별적인 임금 조건에서 고립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으로 변하고 있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산업 구조는 <표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GDP 점유율을 기준으로 볼 때 2004년 현재 67.2%를 3차산업이 점하고 있다. 또한 제조공업의 경우 전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표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2000년 이후 중화학공업에의 집중도가 크게 높아져 2004년에는 제조업의 82.2%를 중화학공업이 점하게 되었다.

<표1> 산업구조 변화 추이(%)
주: (1) 전기·가스·수도, 건설(괄호안)포함 (2)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운수창고통신업, 금융보험부동산 및 사업서비스업, 사회 및 개인서비스업(GDP 점유율)
자료: 경제기획원, 한국은행

<표2> 공업구조 변화 추이(%)
자료: <표1>과 같음.

이와 같은 산업 업종의 변동에 따라 노동력의 구성도 서비스산업에의 집중도가 크게 높아져 있는 상태이다.

<표3> 취업자 대비 산업별 노동력 구성 변화 추이(2001~2004년, %)  
자료: 통계청

서비스업에의 취업자는 1980년 39.5%에서 1990년에는 46.1%로, 그리고 1995년에는 53%를 점하였다가, 경제위기 직후인 1998년에 59.8%로 급증한 이후 2001년에는 69%, 2004년에는 72.1%를 차지하게 되었다.


<표4>는 취업자 대비 직종별 노동력 구성을 보여준다. 2000년을 기준으로 볼 때 2004년 현재 전체 취업자는 140여만 명 정도 증가한 상태에서, 사무/서비스/판매직의 비중이 2000년에 37.9%(801만8천여명)에서 2004년에는 39.1%(881만9천여명)로 1.2%포인트(80만1천여명)가 증가하였다.

 

그중 단순사무직의 증가율이 가장 높다. 반면 기능원/단순기능직/단순노무직의 경우에는 2000년 33.5%(708만7천여명)에서 2004년에는 32.8%(739만8천여명)로 비중상으로 0.7%포인트 줄어들었다.(하지만, 그 수에서는 31만1천여명 가량 증가됨.)

<표4> 취업자 대비 직종별 노동력 구성(2000~2004년, 단위: 천명, %)
주: 고위 공직자와 전문가 제외.(통계청 자료)

요컨대 2004년 현재 전체 취업자의 72% 이상이 서비스업에 취업하고 있으며, 고위공직자와 전문가를 제외한 사무/서비스/판매직과, 기술직을 제외한 기능/단순기능/단순노무직 종사자가 2000년 대비 2004년 증가된 취업자 140여만 명 중 약 80%에 해당하는 111만여 명을 점하고 있다.

한편, 전체 취업자 가운데 비임금 근로자층(자영업주, 무급가족종사자)은 2001년 36.7%에서 2004년에는 34.0%로 감소한 반면 임금 노동자는 2001년 63.3%에서 2004년에는 66%로 증가하였다(<표5>, <표6>).

<표5> 취업자의 구성(2001~2004년) (단위: 천명)

이 기간 중 비임금근로층 가운데 자영업주는 전체 취업자의 28.1%에서 27.1%로, 무급가족종사자는 8.6%에서 6.9%로 각각 줄어들었다. 또한 임금 노동자 중 상시고의 비율은 53%에서 56%로, 일용고 비율은 10.3%에서 9.7%로 변동하였다.

종사지위별로 임금노동자 분포를 살펴보면, 1995년에는 전체 임금노동자 1,289만9천 명 중 상용직 58.1%, 임시ㆍ일용직이 41.9%였는데, 1998년에는 임금노동자수가 1,219만1천명으로 70만8천명이 줄어든 상태에서(97년 대비 98년 감소된 수는 103만5천명) 상용직의 비중은 53.1%로 낮아졌다.

<표6> 종사지위별 임금노동자 분포
자료: 통계청

1998년 이후 이러한 추세는 2002년까지 이어져 상용직 비중은 48%대에 머물다가 2003년부터 50%대로 회복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림1> 종사상 지위별 임금노동자 분포 추이(1997~2004년)
자료: 통계청, 고용동향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계약기간에 따라 상용(1년 이상 계약), 임시(1개월~1년 미만), 일용(1개월 미만) 등으로 구분되는 만큼 유기한(有期限)으로 고용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상용직 통계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임금노동자 구성이 개선되어 노동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각종 비정규 노동의 형태로 상용직에 포함되어 있는 노동자는 2004년 현재 전체 상용직의 16.2%, 2005년에는 17.1%에 달하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이를 포함하여 정부공식 통계와는 달리 2005년 8월 현재 전체 임금노동자 중 정규직은 43.9%(657만4천명), 비정규직은 56.1%(839만4천명)에 달한다.(한국비정규노동센터, 월간 비정규노동 46호, 2005.11.)

2. 비정규직 노동과 차별 실태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통해 비정규직의 노동 실태를 다소간 살펴보는 것이 가능하다.

먼저, <표7>에서 전체 임금노동자의 실제 근속기간을 종사지위별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상용직의 경우에도 1년 미만 근속자가 있고, 일용직이라도 1개월 이상 근속자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비정규직의 경우 실제 근속기간에서는 정규직과 다름없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노동조건의 격차와 차별을 감수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준다.

<표7> 종사지위별 실제 근속기간 (단위: %)
자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결과, 각년도 8월 조사 기준.

계속근무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조사한 결과를 통해 노동의 안정성을 살펴보면,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일용직의 경우 70~80%대, 임시직의 경우 90~95%대, 상용직의 경우 99% 이상으로 나타나 비정규직 노동의 압도적인 불안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비정규직 노동의 불안정성은 비정규직 노동에 대한 차별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성별, 종사지위별 임금과 관련해서는 <표8>과 같다.

<표8> 종사지위별, 성별 월평균 임금(단위: 만원)
자료: <표7>과 동일. 주: 각년도 6~8월 평균 금액임.

2001년도의 경우 여자의 임금은 남자 임금의 58.3%였는데, 2003년에는 57.4%로 오히려 차별이 더 심해졌음을 알 수 있다. 종사지위별로 보아도, 2001년도에 임시직의 경우 상용직 임금의 54.7%에서 2003년에는 52.7%로 악화되었다. 일용직의 경우 역시 2001년에는 상용직 임금의 41.2%에서 2003년에는 38.8%로 악화되었다. 성별, 종사지위별 임금 차별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복지에서도 차별은 더욱 심하게 드러난다. 2001년의 경우 상용직의 경우 국민연금 92%, 건강보험 94.3%, 고용/산재보험 80%가 가입하고 있는 반면 임시/일용직의 경우는 각각 18.4/2.4, 22.2/2.9, 20.9/3.3% 밖에 가입하고 있지 않았다. 직장 근로복지의 경우도 임시직은 10% 가량, 일용직은 1~2%대로 거의 수혜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차별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 자본측에서 주장하는 데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이 정규직 노동과 ‘동일가치 노동’이 되지 못하고 질적으로 낮은 노동이므로 차별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차별이 생기고 확대되는 이유는 조직노동자들의 이기주의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들은 여러 가지 외피를 쓰고 개진되고 있다.

3. 이른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이론에 대한 검토

동일노동 동일임금 요구는 18세기 중후반 이후 기계제 대공업의 성립과 노동의 단순화 및 숙련의 해체 과정 속에서 숙련 남성 노동자들이 임금인하와 취업기회 박탈 압박에 대응하여 제기한 데서 비롯되었다.

 

당시 숙련 남성 노동자들로 구성되어 있던 직업별 노동조합들은, 기계제 대공업 체제 아래서 저임금으로 미숙련 여성노동자 고용을 선호하던 자본가들과 여성고용 금지 협약을 체결하는 등으로 노동조건 방어대책을 수립하고 대응했지만, 경쟁적으로 기술혁신과 신기술 개발을 통하여 대량생산체계를 갖추어 나가고 있던 자본의 저임금노동자 선호경향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이에 직업별노조들은 전략을 바꾸어 여성노동자에게도 남성과 동일한 임금을 지불할 것을 주장함으로써 임금인하를 저지하고자 한 것이다.

19세기 후반 들어서부터는 대공업체제와 함께 광범위한 미숙련/반숙련 노동자들이 주축이 되는 노동조합운동이 일반화되게 되지만, 동일노동 동일임금 요구는 여전히 남성 노동자의 임금 저하를 방어하기 위한 요구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었다.

 

1차 대전을 거치면서 여성 노동력은 산업과 업종, 직종을 막론하고 더욱 광범위하게 진출하게 되면서 남녀 노동에서의 차이가 더욱 좁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운동은 이 시기에 남자의 일에는 고임금률을 여자의 일에는 저임금률을 적용하도록 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요구는 남녀가 동일한 일에서 직접 경쟁하는 경우에만 동일한 임금을 적용하는 것이라는 선에서 제기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제노동기구(ILO)는 1919년 10월 1차 총회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동일가치노동에 대해서는 동일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ILO 헌장 제41조)고 규정함으로써 이른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론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마저도 조약으로 채택되지 않고 헌장에 명시하는 수준이었고, 이것이 ILO의 조약으로 채택된 것은 1951년 6월의 제34차 ILO 총회에서의 일이다(제100호 조약과 제90호 권고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남녀 노동자의 동일 보수에 관한 조약’).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ILO 기준으로 현재 통용되고 있는 동일노동 동일임금론은 실상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론이며, 이에 따른다면 ‘동일가치노동’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점과, 동일가치노동이 아닐 경우 차별임금이 정당화되는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이 이론은 임금을 노동의 대가로 간주하는 임금론에 근거하고 있어 임금을 노동력의 가치로 보는 노동자계급의 임금론과는 무관하다.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관련하여 특히 관변이나 자본측이 주장하는 것은 하나같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론에 근거하고 있고, 이로 인하여 남녀 및 각종 비정규 고용형태들 속에서 차별임금이 정당화되고 있다.

노동의 가치는 노동생산물의 가치로밖에는 계산될 수 없다. 노동은 노동력의 발휘이고 노동력을 발휘하여 노동한 결과가 노동의 가치가 되기 때문이다. 만일 임금이 노동의 가치라면, 임금은 노동생산물이 되게 되고, 자본가의 이윤의 근거는 사라져 버리게 된다.

 

왜냐하면 자본가는 노동의 가치, 즉 노동자가 노동함으로써 생산한 노동생산물 중에서 노동력의 가치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지급하고 나머지를 수취함으로써 이윤을 획득한다. 즉 이윤의 크기는 노동력을 (재)생산할 수 있는 만큼 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부불노동 부분으로 자본가가 취득하는 만큼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임금은, 노동력의 가치를 화폐로 환산한 가격인데, 노동력의 가치란 노동력(상품)을 생산/재생산하는 데 드는 일종의 비용이다. 즉 노동자의 생활비이며, 그 수준은 사회적인 표준 생활수준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점은, 임금이 마치 노동의 대가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데 있다. 만약 임금이 노동의 대가라면 노동자가 하루 노동하는 시간 전체가 그/그녀의 생활비를 충당하는 데 들어간다는 말이 되는데, 그럴 경우 자본가는 이윤을 어디에서도 취득할 수 없게 된다.

 

요컨대 노동자가 하루 일하는 전체 노동시간의 일부가 필요노동시간 부분으로서 노동자의 임금으로, 그리고 그보다 훨씬 많은 노동시간 부분이 잉여노동시간 부분으로서 자본가에게 이윤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의 가치를 따져서 임금을 지급한다는 발상의 연장선인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논리는 성립될 수가 없다.

4. 노동자의 임금 결정 원리와 비정규직 동일임금 문제의 재인식

임금이 노동력의 가치 혹은 가격이라는 것은 노동자라면 대개가 알고 있는 상식이 된 지 오래다. 노동자는 자기의 노동력을 상품으로서 판매하는 것이며, 따라서 노동력은 노동자의 생활수준이 어떠하냐, 즉 노동자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생계비가 어느 정도 충족되고 있느냐에 의해 그 양과 질이 결정되게 된다.

 

노동력 상품의 가격으로서의 임금은 그러므로 당연하게도 노동자의 1인당 생계비(표준생계비=생활비)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노동자의 성별이 어떠하든, 종사상 지위가 어떠하든지에 무관하게 인간이면 누구나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활비가 있어야 하게 마련이고, 따라서 이러한 원칙은 남녀노소 노동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바로 ‘동일임금’ 원칙이다.


그렇다면, 남녀노소 노동자의 ‘동일임금’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
유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한 가지 기준은 연령이다. 연소한 어린이 노동자를 사용하는 자본가들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때 축구공을 만드는 어린이들의 재해문제가 떠오른 적도 있듯이 말이다.

아무튼 연령기준으로는 두 가지가 설정되어야 한다. 하나는, 일단 연령기준을 15세로 가정할 수 있다. 통용되고 있는 연령 기준이 현재로서는 ‘생산 가능인구’로 설정되어 있는 15세 이상이라는 규정이 있다. 다른 하나는, 연령이 더해짐에 따라서 생활비가 더 필요하다는 상식에 따른 생활비(생계비) 곡선이다.

 

나머지 여타의 ‘남녀노’의 경우 별다른 기준이 적용될 필요는 없다. 정년과 노년기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의 문제가 있으나 이는 15세 미만의 연소자에 대한 사회적 생활보장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통상 정년 61세 이상을 기준으로 노년층에 대한 사회적 생활보장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노년층에 대한 사회보장 문제는 최근에서야 비로소 제도적 접근이 모색되고 있는 수준이고, 이른바 ‘노년기 대책’은 그 대책마련의 부담이 각 개인에게 오롯이 지워지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에 고령화되면서 생활비가 줄어든다고 가정하기보다는 노후대책을 위한 저축 등의 비중이 커져야 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중고령화되어 가면서 노동력이 노후화된다고 하더라도 중고령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이 아니라 노동시간을 줄여주고 노동강도를 완화시켜나가면서 표준 생활급을 보장하는 방향에서 임금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또 다른 의미에서 동일임금의 또 한 가지 중요한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생계비의 수준이다. 객관적이라고 정부 사이드에서 제공하고 있는 기준은 ‘도시근로자 가계수지’에 따른 생계비이다.

 

 이른바 ‘실태 생계비’의 개념으로서, 현재 사람들이 이러이러한 수준에서 생활수지를 맞춰나가고 있다고 제시하고 그것을 표준으로 삼아서 이른바 객관성 지표로 들이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 맞추어지는 소위 객관성이라는 것은 그다지 의미를 갖기 어렵다. 목표로 해야 할 표준적인 생활수준 즉 객관성을 뒷받침할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사회의 표준적인 생계비 수준을 산정하여 기준으로 삼는 일이다. 마치 한국에서 ‘표준말’이 있듯이, 현재의 한국사회에서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수준은 어느 정도의 생계비가 확보되어야 하는가의 문제, 즉 ‘표준생계비’가 설정되어야 한다. 우리는 일단 노동조합운동의 최상급단위인 총연맹들의 생계비 기준을 하나의 기준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표준생계비에 근거하여 종사상 지위 여하 혹은 여타의 차별적 노동 배치, 차별적 고용형태에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에게 동일하게 생계비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동일임금의 골자이다.

한편 비정규직 노동의 노동몰입도, 노동생산성 등을 문제로 삼아 임금에서의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도 성립하기 어렵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노동자들이 비정규 노동을 원해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볼 때 그러한 차별과 차별논리들은 저임금 기반을 온존하고자 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5. 맺음말: 결론에 대신하여

최근 사회 양극화 문제가 전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근로빈곤층’이라는 개념도 이제 낯설지 않게 되었다. 노동시장의 비정규직화와 양극화는 사회 양극화의 커다란 축이다. 생활수준은 물론이거니와 사회관계에서의 양극화까지 진행되고 있고, 이미 구조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양극화 문제의 해법은 무엇보다도 빈곤의 악순환고리를 끊어내는 데서 찾아져야 할 것이다. 이때 중요한 하나의 해법은 비정규직에 대한 동일임금 적용이다.

업종 및 직종별로 구체적 노동형태가 다를지라도 노동자가 노동력을 지출한다는 사실에서는 모든 노동이 동일노동이다. 노동 현장에서 각종의 차별들은 이러한 의미에서의 동일노동을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여러 종류의 다양한 차별들은 결국 임금을 포함한 노동조건의 차별로 드러나는데, 그런 점에서 동일노동 차별임금인 것이다. 동일노동 차별임금은 자본측의 임금논리에서 가장 근원적이며 마치 임금이 노동의 대가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과 흡사하게 뿌리가 깊은 임금론이다.

 

동일노동에 대한 이러한 차별들은 노동력을 이용하는 데서의 비용을 최소화시키고자 하는 각종의 고안들 속에서 자리잡아온 것으로서 일거에 해소하기는 난망한 것도 사실이다. 표준생계비에 근거하여 시간당 임금을 산정하고 최소한 계약노동시간에 따라서라도 동일한 임금수준의 보장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노동자들을 적지 않게 괴롭히는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조건이 차이나는 현실을 앞세워, 격차해소를 위해 정규직 혹은 조직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투쟁을 공격하는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 특히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조직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투쟁의 결과를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돌려놓음으로써 노동자 계급의 집단적 조직화와 투쟁을 봉쇄하는 전형적인 자본가계급정치일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다른 한편으로 생산력 발전의 결과를 독식하고 그로 말미암아 절대 다수의 노동인구가 주변화되고 있는 점을 은폐하고 노동자들간의 경쟁과 분열을 조장함으로써 착취조건의 안정화를 도모하는 신자유주의 계급정치 전략이다.

 

이런 와중에 노동자간 격차를 근거로 하여 차별문제를 제기하고 정규직 내지는 조직노동자들의 임금 및 노동조건 개선투쟁을 문제삼는 것은 노자간 투쟁과정에서 자연 자본측에게 유리한 정세조건을 제공하게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며, 더욱이 그 격차의 확대 원인 역시 자본측의 고용전략 내지 노동력 이용전략에 있다.


조직된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부분적으로 그리고 상대적으로 개선되는 것이 사실이고 미조직노동자들과의 격차가 벌어질 수 있지만, 그로 인한 격차발생이 조직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투쟁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

 

또한 자본측은 노동시장에서의 노동자간 경쟁을 발판으로 전반적인 저임금화를 관철시키고 있다. 특히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간의 임금/노동조건 격차의 구조는 기본급으로 인한 것과 기본급에 근거한 초과노동급으로 인한 것으로 짜여져 있다.

 

전반적인 정규직 노동자 수의 감소와 함께 외부노동시장에서의 노동의 불안정화/비정규직화의 진행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의 초과노동은 감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면밀한 검토가 더 필요하겠지만, 특히 대규모 사업장에서의 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초과노동시간으로 표준 생계비를 보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로 인한 노동시간 연장과 노동강도의 강화 문제가 근골격계 다발에서도 보여지듯이 또다른 중요한 노동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어서 초과노동을 거부하고 나아가 소정노동시간을 단축하는 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임금투쟁과 함께 긴요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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