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5.31(토)
지난 27일부터 30일까지 천안에서 제5회 전국농아인체육대회가 4일 동안 열렸다.
수화통역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는데 주어진 역할은 정석 볼링장에서 열린 여자볼링 경기의 진행을 지원하는 일이었다.
첫날은 개막 축구경기가 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곧이어 개막식과 환영만찬이 이어졌고 모든 참가 선수단과 자원봉사자들은 맛있게 차려놓은 뷔페도 먹을수 있었다. 특히 환영의 밤의 다채로운 프로그램 중에서 잠깐이었지만 폭죽행사는 어두운 하늘을 가장 아름답고 멋있게 장식하는 등 감동의 시간이었다.
2일차 부터는 축구, 볼링, 수영, 배드민턴, 육상, 유도, 태권도, 탁구 등 8개의 경기 종목들이 종합운동장과 상록리조트 경기장 등 흩어져 있는 각 경기장에서 진행되었다.
정석 볼링장의 여자 볼링경기에서도 여자 개인전과 2인전이 첫날 열렸고, 둘쨋날에 3인전과 5인전이 열렸다. 조그만 불상사는 있었지만 큰 무리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프로에서 활동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도 몇몇 있었다. 남,여 볼링경기의 시상식은 종합운동장에서 함께 진행되었다.
마지막 날이다.
종합운동장을 제외한 타 경기장의 경기는 모두 마무리되었고 자연스럽게 종합운동장의 경기로 집중되었다. 단축 마라톤이 끝나고 마지막 남은 경기는 축구 결승뿐이었다. 경기도팀과 충청남도팀이 모든 예선경기를 통과하고 올라와 있는 상태었다.
충남팀의 문제제기와 경기도팀의 불복 항의 등 심한 다툼이 있었다.
경기도팀의 선수중 예선경기를 하면서 경고가 누적되어 출장이 불투명한 3명의 선수가 문제였다.
축구경기의 운영을 맡은 축구협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축구경기의 규정상 경고 2회 누적으로 출장이 어렵다고 하였고 충남팀의 축구감독(청인)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이것은 축구 경기의 상식이었다.
그런데 경기도팀에서 승복을 못하고 문제제기를 계속하였다.
경고 누적으로 출장이 안된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드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축구 심판이 결정한 경고 중에서 받아드릴 수 없는 불합리한 경고도 있었다며 본부석에 지속적인 항의를 하였던 것이다.
축구 결승 경기가 오후 1시에 정확히 시작되어야 3시 부터 예정된 폐회식을 제시간에 맞출 수 있었는데 지속적인 항의로 30분 이상 지체되었다.
여기저기서 경기를 빨리 진행시키라는 주문이 있었지만 꼬일대로 꼬인 경고 누적 선수들의 출장여부는 원칙도 없이 대충 합의가 되어가고 있었다. 농문화를 이해하는 나로서도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았다.
첫째, 축구협회 관계자들의 역할이 명확치 않았다.
원칙이나 규정이 있다면 정확히 제시하고 설득시켜야 했는데 방법이나 절차 등 농인들과의 의사소통이 부족했다. 설령 원칙을 끝까지 지키려고 했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과감한 결단이 있어야 했다.
앞으로 농아인 축구대회는 '대한축구협회에서 절대로 지원할 수 없다'는 등 강력한 향후 대책을 내는 등 축구 경기의 원칙과 상식을 농아축구 관계자 및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이들에게 인식시켜야 했다. 이 부분은 축구협회의 위상과 권위를 지키는 일이었기에 대충 합의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특히 충남팀 축구감독(청인)를 비롯한 일부 청인들의 심한 욕설과 비난은 듣을 수 있는 많은 청인 자원봉사자들에게 불쾌감을 주는데 충분했다. 감정적으로 대처할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둘째, 일부 농아축구 관계자들의 무원칙한 아집(자기중심의 좁은 생각에 집착하여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입장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자기만을 내세우는 것)이 정도를 넘어 축구심판의 결정과 운영위의 경기 원칙과 상식을 무너뜨렸다.
핵심 선수들의 출장을 보장받는 등 지금 당장은 경기도팀에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농아인 체육대회의 발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축구협 관계자들과 많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농아인들의 고집은 어쩔 수(?) 없다' '안된다' 등등 낡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다.
제5회 전국농아인체육대회의 '꽃'이라고 볼 수 있는 축구 결승은 그래서 난장판이 되었다.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려는 일부의 비상식적인 아집이 페어플레이(정정당당한 승부) 정신을 훼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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