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를 만들자!
매년마다 단체교섭은 조합원들의 찬,반투표를 거쳐서 마무리 된다.
어용노조와 달리 단체교섭의 최종 결정은 조합원들의 뜻을 반영시키겠다는 것이 민주주의 기본적인 절차이고 원칙이었다. 따라서 민주노조의 규약에는 대부분 직권조인을 방지하기 위해서 찬,반투표를 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집행부 입장에서 보면 찬,반투표는 반드시 가결시켜야만 되는 마지막 절차다.
따라서 무리가 따르는 경우가 많다. 언제부터인가 가장 깨끗하게 치뤄져야 할 노동조합의 총회투표에서 '대리투표'를 비롯한 '투표함 바꿔치기' 등 부정 의혹이 끊이질 않았다.
부정행위 의혹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도 세우질 않고 찬,반투표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낡은 구조와 형식에 안주하겠다는 것이며, 집행부의 아집과 독선이 존재함을 확인시켜 준다. 민주주의 절차와 방식을 왜곡하고 악용하려는 낡은 관행이 올해도 이어질지, 아니면 그 동안의 낡은 관행을 끝장내고 민주주의 발전으로 이어질지 기대된다.
대통령선거를 비롯한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모든 선거시에는 투표용지에 '일련번호'가 메겨져 있다. 과거에는 민주노조 활동이 직장과 사회의 민주주의를 견인해 왔지만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 노동조합 민주주의 활동이 형식과 절차에 얽메일 뿐 내용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노동조합 찬,반투표 용지에 '알련번호'가 없다면 부정행위를 방관하거나 사주하는 것과 같다.
9대 집행부의 작년 단체교섭 찬,반투표시에도 부정행위의 의혹이 있었다. 따라서 투표용지의 일련번호 없이 찬,반투표가 또다시 진행된다면 정일권 지도부의 부정행위 의혹은 끊이질 않을 것이다.
찬,반투표에 참여한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천하는 일이다.
이미 찬,반투표 용지는 제작에 들어갔다는 것을 확인했다. '일련번호' 없이 제작에 들어간 것이다.
정일권 지부장의 결단만 있다면 충분히 바로 잡을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하길 바란다.
현장 분위기는 오늘 저녁이나 내일 새벽에 잠정합의안(노,사 의견일치)이 나올것으로 대부분이 예상하고 있다. 금속노조로 전환이 되었어도 단체교섭의 전략은 사측의 기업별 담합적 노무관리에 사로잡혀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 조합원들도 뻔히 알고 있는 패(?)를 다 드러내놓고 최대한의 성과를 내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 높은 임금인상(안)을 갖고도 휴가 이후로 교섭을 연기한 대우차지부를 비롯하여 기아차,현대차 등 동종사들이 모두 휴가 이후 더욱 단결되고 끈질긴 교섭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런데 쌍용차지부는 낮은 임금인상(안)을 가지고 찬,반투표를 강행한다면 조합원들의 뜻을 거부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교섭 중단을 선언하고 중국에 다녀온 정일권 지도부가 고작 '휴가 전에 단체교섭을 끝내기 위함이었다'는 오해를 불러 올 수 밖에 없다.
정일권 지도부는 2008년 임단협을 서두룰 필요가 없다.
살인적인 물가인상과 투자약속 불이행 등 쌍용차의 미래와 모든 구성원들의 생존권이 달려있는 문제다. 기술유출 의혹도 반드시 집고 넘어갈 중대차한 문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휴지조각에 불과한 '고용 및 투자합의'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 단체교섭 기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계급적이고 정치적으로 의식화하고 단결된 조직력 복원만이 고용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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