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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노동자의 눈

참 노동운동의 몫!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8. 9. 29.

89년에 쌍용차에 입사했다.

그때에는 '비정규직'이라는 용어도 없었다. 모두가 정식직원(정규직)이고 평생직장이었다. 모든 일자리가 정규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정규직으로 입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일이다.

지역이나 학력과 상관없이 내 후배들과 자녀들이 모두 비정규직이 되는 사회다.

 

입사할 때 쯤 노동조합 활동도 쌍용차에서 근무하는 전체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것이었고 전체 노동자들의 지위와 위상을 상승시켜 왔으며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똑같은 작업 현장에도 노동자들이 나뉘어져 있다. 직접고용된 정규직과 간접고용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보수정권과 정치인들이 '근로자파견법'을 만들고 재벌 및 기업주들은 편법과 불법을 가리지않고 현장에 비정규직을 양산해왔던 것이다. 

 

정규직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위험하고 힘들고 더러운, 이른바 3D 공정은 물론이고 정규직이 일하던 라인이나 공정까지 신규 일자리도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는 현실을 회사와 정부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기업의 생산공정에서 일하던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공돌이'로 통했던 지금의 정규직 노동자들은 '배부른 돼지'로 안팎에서 비판받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권에는 눈을 감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주체로 서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들도 있다. 맞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정규직은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느냐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기본급과 상여금 등 임금에서부터 후생,복지제도 등 모든 분야에서 광범위한 부당한 차별이 존재함에도 묵인해왔고, 앞으로도 얼마나 더 묵인하고 방치할지 아무도 모른다.

 

매년마다 임금을 인상하고 단체협약을 개선하지만 비정규직은 외면받고 소외되어 왔다. 비정규직의 임금인상이나 처우개선은 단체교섭에서도 '별도 협의사항이냐' 또는 '본 교섭에서 다루냐'가 시혜적인(?) 전략으로 취급되어 왔다. 

 

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있는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인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쟁취한 성과물을 함께 공유해 나가자는 것이다.

단체협약 적용대상을 사업장내에서 비조합원과 조합원을 구분하지 않듯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시켜 나가자는 것이다. 

 

동정이나 시혜적인 접근이 아니라 심각한 노동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전체 노동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비정규직의 문제를 마음이나 말로만 하는 시대는 이제 식상하다. 

 

바로 몸으로 실천할 수 있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비정규직을 얘기 해야하고 비정규직이 처한 환경을 제대로 보고 개선하려는 것이 현 시기 민주노조운동이고 진보적 노동운동이기 때문이다. 

 

현재 쌍용차 내부는 전환배치 협의로 시끄럽다. 

신차종이 개발되고 라인설비가 최첨단 설비로 바뀔때마다 회사는 여유인력을 만들어내고 잉여인력을 퇴출시키려고 한다. 노동조합도 정규직의 고용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비정규직의 고용과 생존권에는 관심이 덜하다. 이렇게 가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생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생산과 판매가 급격히 줄어든 현 상태에서 노동조합이 추진하는 '주간연속2교대' 근무제도도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생산능력에 비해 판매량이 저조할때마다 회사측에서 얘기하는 '계획정지'나 '순환휴직'이 아니라 일자리를 대폭 늘릴 수 있는 '근무시간단축'을 추진해야 한다. 판매량이 줄어들면 들수록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더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근무시간을 줄여서 삭감되는 임금은 기꺼히 감수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더 많은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권 등 함께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2년전에도 정규직은 희망퇴직, 비정규직은 계약해지 방식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정든 회사를 떠났었다. 똑같은 절차와 방식이 재현되는 것은 굴욕적이며 패배적이다.

 

'따로따로' 또는 '각자가 알아서'가 아니라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과거의 민주노조운동이 우리사회 민주화를 이끌었듯이 현재의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만들고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되는 것도 참 노동운동의 몫이다.

 

 

** 평택비정규노동센터에서 원고의뢰를 받아 준비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