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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는 언어다

"수화공연은 결코 청각장애인을 위한 행위가 될 수 없다."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8. 10. 14.

 (퍼온 글)

 

(이 글은 12월 22일에 이루어진 강의에서 교수님과 논의한 내용과 개인적인 감상을 추가하여 기재합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언제나처럼 불량식품 같은 이야기를 들고 찾아오는 "악당지망생" 벗씨입니다. 지난 번에는 수능성적에 대한 이야기를 이용하여, 교육부의 머리속에 들은 "더러움"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이번에도 세상에 있는 더러움에 대해 이야기 해볼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 이야기드릴 주제는

"수화공연은 결코 청각장애인을
위한 행위가 될 수 없다."


입니다. 소위 "청각장애인을 위하여" 수화공연을 한다는 동아리, 교회등이 얼마나 후안무치한 위선을 행하는 것인지에 대해 세세한 검증(?)을 들어보도록 할께요.

최근에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이 되어서, 장애인들의 모습이나 그들의 행동, 사용하는 기구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작이나 특별한(부정적인 쪽으로) 관심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지요. 복지 계통과 같이 장애인들과 직접적으로 만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도 때때로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들어가기에 앞서서, 오늘의 주제(?)인 수화에 대해서 잠시 알려드리겠습니다.

수화란?
감각장애(시각장애/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있어서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1. 손상된 감각이 경미한 경우 그 잔존 감각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난청을 가지신 분이 보청기등으로 남아있는 청각을 사용하거나, 약시의 시각장애인이 돋보기나 다른 도구들을 이용하여 글자를 보는 것 같은 거지요.
 2. 손상된 감각을 대신하여 다른 감각을 사용한다. 촉각이나 후각, 미각, 시각장애인의 경우 청각. 청각장애인의 경우 시각을 잃어버린 감각을 대신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청각장애인이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① 잔존하는 청력을 이용하여 말로서 하는 경우(구화) ② 몸짓, 손짓을 이용하여 대화는 하는 경우(수화, 바디랭기지, 제스쳐)이죠. 이중 수화는 시력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수많은 청각장애인이 구화와 동시에 활용합니다.
 이러한 수화는 지문자와 수화로 나뉘며, 프랑스의 드레베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분들이 생각하는 수화입니다. 그럼, 무엇을 달리 생각해보아야하는가? 궁금하시죠?

 수화는 나름대로의 형식과 내용과 활용을 가진, 하나의 '언어'이다 : 청각장애인 사회의 언어


그럼, 위의 내용을 기억하시고. 나름대로 수화동아리나 교회에서의 수화공연이 얼마나 쓸데없는 짓인지 알아보도록 하지요.

 최근에는 각 대학에는 꼭 하나씩 있을 정도로, 심지어는 초, 중, 고등학교에 까지 있을 정도로 수화동아리가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나름대로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라는 구호를 내세우면서 수화공연도 하고, 수화를 배우기도 합니다. 이러한 동아리나 교회에서의 수화활동에는 몇가지 공통적인 문제점이 있습니다.

1. 주로 저녁에 시간을 내서 활동한다.
 당연하지요. 낮에는 공부해야하는 학생이고, 자신과 가족을 위해 직업전선에서 열심히 일해야하는 직장인입니다. 당연히 낮에는 시간을 낼 수 없지요. 그러면 여기서 문제. 이 사람들이 배운 수화를 언제 써먹겠습니까. 수화를 배운다는 것은, 청각장애인이 수화를 알지 못하는 사람과 대화를 할 때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다는 것인데. 그들이 어려울 때는 보통 낮이지요.

 

그런데, 이러한 활동들이 주로 저녁에, 아니면 주일에 이루어지고 있으니 실질적으로 청각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시간에 도움이 되겠습니까? 청각장애인은 저녁하고 주일에만 일을 봐야합니까? 결국 이렇게 저녁에 하는 활동은 결국 취미생활 정도로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분명 곰곰히 생각해보아야할 문제지요?

2. 초급, 중급, 상급으로 배우지만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배우는 것은 좋습니다. 본인이 청각장애인을 보면 수화로 대화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상적인 활동의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이 배우는 방식이 잘못되어 있다는 겁니다.

 

위에서 이야기를 드렸지만, 수화는 나름대로의 형식(문법)과 내용(어휘) 그리고 활용을 가진 하나의 "언어"입니다. 즉, 단어 하나에도 뜻이 한글과는 다를 수도 있고, 다르거나, 그 뜻의 폭이 좁거나 넓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영어 단어와도 같은 것입니다. 사전에서 스펠링에 따라 영어 단어를 찾아보면, 분명 같은 철자일텐데도 하나의 단어에 여러가지의 뜻이 있지요. 수화도 그처럼 한글단어와 뜻이 1:1 대응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이것은 수화를 배운 사람과 청각장애인 간의 수화를 이용한 대화에서 오인하게 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또한 수화는 그 나름대로의 문법체계와 활용법이 있지요. 하지만, 수화를 배우는 사람들은 그저 한글로 말하는 순서에 따라 단어를 수화로 바꿀 뿐입니다. 영어문장을 그저 단어 뜻만 바꾸어 놓는다고, 문장이 해석되는 것이 아니듯이. 수화도 수화문법에 따라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영어에는 영어 단어를 수화로 바꾸어 쓰는 Signed English라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청각장애인끼리의 수화에서는 American sign Language라고 하는 미국식 수화가 사용됩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그냥 한글의 문법 체계와 활용에 맞추어 단어만 수화로 바꾸어 나갔다는 것은 ,
 수화를 하나의 언어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3. Pop송으로 영어를 쉽게 배우는 것처럼, 우리는 수화노래로 수화를 쉽게 배운다.
 전혀 실현될리 없는 이야기입니다. 팝송으로 영어를 배운다고 해도, 그 팝송에 쓰이는 문장을 해석하는 것은 영어라는 언어의 문법체계에 따라서 입니다.

 

그러나 동아리들이소위 "수화노래"라고 부르는 것은 그저 대중가요의 가사를 수화로 1:1 대응해서 바꾼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속에는 수화라고 하는 언어의 문법이나 활용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더불어, 팝송은 미국에서의 문화와 정서, 삶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아리들이 소위 "수화공연"이라면서 하는 노래들은 결코 청각장애인들의 문화나 정서, 삶을 담는 내용이 아닙니다. 결국은 쑈일 뿐이라는 거죠. 실제로 청각장애인 분들은 수화동아리가 수화공연하는 모습을 그다지 달갑게는 바라보시지 않습니다.

 

 

 결국은 위와같이(위는 어느 미인선발 대회에서의 수화공연 모습) 그저 오락같은 쑈로 청각장애인들의 언어가 전락해버린다는 거죠. 결국 수화동아리에게 있어서 수화는 '취미'인겁니다. 아닌가요? "우리가 하는 것은 취미가 아닙니다"라고 하시는 분. 실제로 청각장애인을 만나면 어느 정도나 수화를 사용하십니까. 그저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나는 누구누구입니다."정도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까?

4. 수화동아리에 활동한 후에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가.
 결국은 수화동아리 활동이 "청각장애인을 위한 활동도 아니고" 취미생활에 그친다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수화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실제적으로 청각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려한다면, 배우고 익힌 수화를 활용하여 수화통역을 하거나, 청각장애인의 처우개선을 위한 활동을 해야할겁니다. 그게 이치에 맞겠지요?

 

그러나, 수화동아리 하는 사람치고 실제로 수화통역사로서 활동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꼭 직업으로 해야하냐고요? 그럼 시간날 때마다 아무때나 가서 자신의 사정에 따라 수화통역하는게 청각장애인을 위한 활동입니까? 조금은 현실적인 이야기에 해당하지만, 수화통역사의 페이는 그다지 높은 편이 되지 못합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은 직업대로 가지고, 시간날 때만 수화동아리에 와서 활동하는 것으로 그치고 있지요. 결국 '취미'라는 겁니다.


 또한, 예전에 장애인 관련 법규의 개정에 있어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법개정에 힘을 싣기 위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계획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1인 시위를 위해 전국의 수화동아리, 교회에서하는 수화모임에 참여의사를 물었지만. 결코 1명도 참가한 사람이 없습니다.

 

결국 수화동아리/모임에서 하는 활동은 보여주기 위한 쑈. 놀고 먹기 위한 그들의 오락, 놀이, 취미일 뿐이라는 거죠. 그저 보여주기 위한 공연의 소재로써 수화에 집착할 뿐이지. 청각장애인이 어떻게 지내는지. 수화를 어떻게 올바르게 사용할지에 대해서 그들은 관심이 없습니다.

5. 마지막으로 수화를 연구하는 기관이 없다라는 겁니다.

위에서 구구절절히 이야기해왔듯이. 그저 취미로서, 보여주기 위한 공연으로서 수화를 사용할 뿐이기에 수화에 대해서 연구하고, 혹은 수화를 자료로서 만들고 하는(책을 출판한다는 것과는 의미가 다릅니다.) 연구소나 기관이 없습니다. 수화도 하나의 언어일진대, 수화 사전(그저 수화랑 한글을 연결한 것이 아니라, 수화 단어를 수화로 뜻풀이한 사전)조차 없는게 현실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일어난 가장 근본바닥에는

 ① 수화를 하나의 언어로서 인정하지 않고 있는 태도
 ② 청각장애인을 위해 진실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가 아닌, 자신이 어떻게 하면 봉사활동 하는 것 처럼 보일까를 고민하는 태도

 가 정신머리의 밑바닥에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수화공연은 그저 보여주기 위함일 뿐이지 결코, 유용한 혹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행위는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공연으로 보여주는 소재로서 수화를 생각할 뿐, 진실로 청각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는 동아리와 모임에게, 청각장애인을 위한 무언가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여러분, 부디. 봉사활동 다운 '봉사'. 장애인을 위한 활동 다운 '활동'을 하도록 합시다.

괜한 위선떨지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