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문제를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의 저서 『삼성을 생각하다』(사회평론, 22,000원)에 대한 삼성 측의 압력
행사 정황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보수신문뿐만 아니라 진보성향의 신문에서도 이
책을 소개하는 기사나 광고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
|
|
▲ 『삼성을 생각한다』 책 표지 |
『삼성을 생각한다』는 김 변호사가 1997년부터 삼성 구조조정본부에서 법무팀장으로 일하면서 느낀 소회와 2007년 기자회견부터 재판 결과까지의 뒷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으며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경향까지 광고 거절... 한겨레는 3.5배 가격 불러
하지만 지난달 29일 이 책을 펴낸 사회평론 측은 그동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매일경제>과 무료신문인 <메트로> 등 주요 일간지에 광고 게재를 요청했지만, “책 내용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모두 거절당한 바 있다.
<한겨레> 역시 광고단가를 지나지게 높게 제시하면서, 사실상 광고를 거부했다. 진보성향의 신문까지 『삼성을 생각한다』 광고에 소극적인 태도를 두고, 2년 넘게 계속 되어온 ‘삼성그룹 광고 중단 사태’가 해빙무드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느낀 부담감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승필 사회평론 팀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한겨레>의 경우 ‘2월 첫째 주에 광고가 꽉 차 책 광고가 어렵다’고 했다”며 “1주일 뒤 다시 연락을 하니 ‘민감한 광고이기에 출판광고 단가가 아니라, 기업광고에 적용하는
단가로 받아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존의 단가에 비해 3.5배나 높은 금액이기 때문에, <한겨레>에 광고를 할지 여부를 아직 결정
하지 못한 상태다”라며 “<경향신문>에도 지난 주에 광고 게재를 요청했지만, ‘삼성과의 과도기적인 상황
이다. 광고가 부담스럽다’며 광고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지난 2일에는 이날 <경향신문>에 실린 『삼성을 생각한다』 소개 기사가 온라인 홈페이지인 ‘경향닷컴’에서
삭제되고, 포털사이트에서도 검색되지 않는 사태가 벌어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당시 경향닷컴 측은
“윗선의 결정”이라는 입장을, <경향신문> 측은 “경향닷컴과 의사소통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입장을
밝히며,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또 최근에는 『삼성을 생각한다』를 소개하면서 삼성과 이건희 전 회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의 칼럼 게재를 <경향신문>이 거부한 사태도 벌어졌다. 그야말로 『삼성을 생각한다』 출간에,
보수신문부터 진보성향의 신문들까지 거대한 ‘침묵의 카르텔’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삼성 "판매중지 가처분? 그럴 계획 없다"
하지만 삼성 측은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혹들을 부인하고 있다.
삼성그룹 홍보팀의 한 간부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일부 언론사에 이 책에 대한 입장을 전달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으며, ‘삼성이 이 책에 대해 판매중지 가처분신청을 낼 것’이
라는 세간의 소문에 대해서도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에 대해 신문사 내부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경향신문> 편집국의 막내인 47기 기자들은 17일 성명을 내고 “삼성에 대한 편집방침이 무엇인지 소상하게
밝혀주시기 바란다”며 사측의 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경향신문> 기자들은 18일 오후 기자총회 열 예정이
어서, 어떤 논의들이 오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네티즌들도 '트위터'를 통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psyche182'는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에서 “가진 자들은 '돈줄'을 쥐락펴락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통제한다”며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신념을 굽히게 되면 내면에 '자기혐오'와 '죄책감'이 쌓이게
되고, 결국 자존감은 낮아지고 통치자에 맞서지 못하는 비굴한 피지배자, 노예근성이 자라난다”고 비판했다.
|
▲ 김용철 변호사 (사진=미디어오늘 / 이치열기자) |
|
|
그는 이어 “어느 사회학자가 그랬던가. 노예들은 자신의 생존이 주인의 삶이 성공하느냐와 직결된다고
생각한다고 말이다”며 “'칼럼의 난'을 겪고 있는 <경향>의 앞날과 더불어, 한국사회의 전체적인 건강성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이다”며 심경을 밝혔다.
도덕성 문제 아니라는 의견도
이번 사태에 대해, 해당 언론사의 '도덕성' 문제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채수현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한겨레>, <경향신문> 등 진보를 표방하는 신문에서조차 김용철
변호사 저서 광고가 실리지 않는 상황에 대해, ‘언론 본연의 자세를 잊었다’는 식의 비판을 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겨레>, <경향신문>도 물적 토대가 있어야 역할할 수 있다. 아사 직전인 사람에게 도덕성을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 않느냐”며 “현재 신문시장은 조중동 등의 족벌언론들에 의해서 황폐화되어 있는데, 왜곡된 신문유통 구조를 바로잡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조승호 전국언론동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장은 “정치권력보다 경제권력이 우월해지는 상황에서 진보
언론조차 삼성 등 주요 광고주들을 마음 놓고 비판하기 어려운 게 현실인 것 같다”며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경향신문>의 기자들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그나마 희망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삼성, 엽기적 코미디 & 사회적 암" |
[거부된 칼럼] 금서가 된 베스트 셀러 『삼성을 생각한다』 |
|
|
|
* 이 글은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경향신문>에 기명으로 쓰는 정기 칼럼의 내용이다.
<경향신문>은 김 교수의 글에서 '거대 광고주'인 삼성을 강하게 비판한 사실이 부담된다면서 이를 게재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자신의 칼럼을 <레디앙>에 보내오면서, 칼럼이 게재되지 못한 사태에 대한 자신의 소회도
함께 밝혀왔다. <편집자 주>
편집자께.
안녕하세요? 저는 전남대 철학과에 재직하고 있는 김상봉입니다.
저는 지난해 말부터 <경향신문>에 3주에 한 번씩 수요일마다 기명칼럼을 써왔습니다.
오늘 제 글이 실릴 차례인데 불행하게도 글이 실리지 않았습니다.
<경향신문>에서는 제가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를 소개하면서 삼성 및 이건희 전 회장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 신문사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된다면서 양해를 구했습니다.
저는 물론 거절했으나, 신문사는 끝내 저의 칼럼 지면을 다른 분의 글로 채웠습니다.
저는 이 일에 대해 <경향신문>을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문을 닫을 때 닫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언론의 사명을 다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한편으로 현재 이 땅의 진보언론들이 처해 있는 어려움의 원인이 신문사
내부의 잘못이 아니라 언론 소비자들의 무지와 무관심에 기인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경향신문 비난 말고 더 열심히 도와줘야
그러므로 이번 일을 두고 <경향신문>을 비난하기보다는 도리어 진정한 독립언론의 길을 걷도록 더 열심히
돕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번 사건은 지금 우리 사회의 모순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서
결코 묵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 수립 이후 우리는 독재정부에 맞서 지속적으로
투쟁해왔습니다.
수십 년 동안 시민을 폭력적으로 억압한 주체는 국가권력이었습니다.
하지만 민주화를 위한 투쟁의 결실로 국가권력에 대한 시민적 권리는 큰 폭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그러나 독재권력이 물러간 자리를 지금은 자본권력이 대신하여 또 다른 방식으로 시민적 자유와 주체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최근 김용철 변호사의 책이 일간지에 광고할 수 있는 지면을 얻지 못하고, 외부칼럼으로 기고한 저의 원고가
신문사 자체 검열에서 끝내 게재를 거부당한 것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삼성이 누구도 비판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권력이 되었다는 것을 웅변해줍니다.
70년대 유신헌법에 대해 비판하는 것도, 개정이나 폐지를 청원하는 것도, 더 나아가 그런 움직임을 보도하는
것조차 금지했던 긴급조치 9호 시절처럼, 이제 우리 사회에서 삼성과 이건희를 비판하는 것은 이른바
진보언론이라 불리는 신문에서조차 불가능한 일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자본이라는 새로운 독재자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사회의 정의로운 기초를
뒤흔드는 시대에 누구든 어떤 식으로든 애써 역사의 종을 울려야 할 것입니다. 종이신문에서 실리지 못한
저의 글을 혹시 실어주실 수 있는지 정중히 여쭈면서 이번 일이 이 땅에서 삼성의 독재를 끝내는 대장정의
첫걸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
‘삼성을 생각한다’
|
|
|
▲ 김상봉 교수 |
김용철 변호사의 새 책 『삼성을 생각한다』 를 읽고 나면 우리는 삼성이란 재벌이 어느덧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사회 암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명확하게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 책에는 삼성에 대한 심각한 이야기들뿐만 아니라 코미디의 소재가 될 만한 이야기들도 꽤 많다.
삼성의 이건희 전 회장은 일단 회의가 시작되면 아무리 길어져도 화장실을 가는 법이 없다 한다. 놀랍다면 놀라운 일인데 끔찍한 일은 따로 있다. 주인이 화장실을 가지 않으니 회의에 참석한 머슴들도 화장실을 못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저녁에 회의가 있는 날이면 아침부터 물 비슷하게 생긴 것은 아예 입에 대지 않는다 한다.
이 책에 엽기적인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감동을 주는 에피소드도 있다. 이건희는 유명 예술인들을 집에 불러 연주를 청하기도 하는 모양인데, 그가 부르면 대중가수든 고전음악을 하는 사람이든 달려오지 않는 사람이 없다 한다.
엽기와 코미디
그런데 유독 나훈아씨만은 그렇게 온 적이 없다는 것이다. 자기는 대중가수이니 오직 대중들 앞에서만 노래한다는 것이 이 존경스런 가수의 신념이라 한다.
이 재미있는 책이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에 비하면 대다수 언론의 침묵은 기이하다 못해 기괴하기까지 하다.
출판사에서는 몇몇 신문에 광고를 내려 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돈 주고 광고 내겠다는데도 선뜻 받아주는
신문사가 없어 지금까지 이 책은 입소문으로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일종의 금지도서 아닌 금지도서가 된 셈이다.
70~80년대에는 금지도서가 많았다.
체제에 비판적인 책들은 어지간하면 금서로 분류되어 책방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그렇게 밟고 눌러도 땅거죽을 뚫고 솟아 오르는 겨울 보리싹처럼 많은 금서들이 수십만권씩 팔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와 지금의 차이 또한 분명하다.
그 시절에는 국가가 비판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금서 같은 것을 지정하는 억압의 주체였다면,
지금은 삼성이 우리의 입과 귀를 막는 그런 권력이 된 것이다.
그렇게 말과 생각을 억압하는 것이야말로 권력의 말기적 징후이다.
삼성이 한국 최고의 경제 권력으로 군림하면서 뇌물로 국가기구를 매수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광고로 언론을
길들이고 나면, 이제 그 절대권력을 굳건히 하기 위해 필요한 일은 내부로는 노동조합이 생기는 것을 막고
외부로는 삼성을 비판하는 개인의 입과 귀를 틀어막는 일만 남는다.
김용철 변호사의 책이 증언하듯이 삼성은 이미 노무현 정부 시절에 국가기구와 주요 언론을 장악하는 과제를
완료했다. 삼성의 남은 과제는 김용철씨처럼 어디서 출현할지 알 수 없는 비판자들이 나타나지 않게 막는 것이다.
짝퉁 루이 16세의 교시 "국민이 정직했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누구도 삼성을 비판하지 못하도록 유신독재 시절처럼 모든 개개인의 말과 생각을 전면적으로
검열하고 통제해야 한다. 마치 미국에서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공공연히 비판하는 것이 금기시되듯, 한국에서
삼성과 이건희를 비판하는 것이 대중들 사이에서 금기시되도록 만드는 것이야 말로 삼성이 이건희의 왕국에서
그 아들 이재용의 왕국으로 순조롭게 이행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포석인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의 책이 금서 아닌 금서가 된 것은 바로 그런 까닭이다.
알고 보면 삼성그룹 전체에서 이건희가 소유한 지분은 0.57%에 불과하다는데, 그는 자기 머슴들의 배설을
억압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우리 모두의 입과 귀를 가리려 한다. 그러면서 이 짝퉁 루이16세 폐하께서는
황송하옵게도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한다’는 교시까지 내리셨다 한다.
선거날이 가까워올수록 사람들은 이명박 심판에 열을 올리겠지만, 그 일은 박근혜 전대표가 누구보다 차분히 잘
해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눈앞의 허상에 사로잡혀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한편으로는
자본에 매수되지 않는 진보정당을 키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삼성을 해체하고 부패하고 비효율적인 한국식
자본주의를 타파할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삼성제품 불매는 당연한 일이지만,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생각하기를 권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