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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두얼굴

삼성을 둘러싼 기가 막힌 사건들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0. 2. 23.

삼성을 둘러싼 기가 막힌 사건들

[기고]“삼성을 생각한다”부터 검찰의 삼성백혈병소송 참가까지

김민호

 

1.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제목의 책 광고와 이 책을 읽은 어느 교수의 서평이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에조차 실리지 못했다. 이런 사실이 독자들로 하여금 강한 호기심을 자아냈을까? '삼성을 생각한다'가 2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면서 김용철 변호사와 삼성은 다시금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책을 읽어 보니 책 광고를 낼 수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한편으로 정권에 대해서는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던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사마저 삼성 앞에서만큼은 보수언론과 다를 바 없이 작아지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삼성이 미치는 막강한 힘이 어느 정도인지 다시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경향과 한겨레 독자로서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2.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12일(금) 방영이 예정되었던 대전MBC의 간판 시사고발프로그램 <시사플러스>의 삼성반도체 백혈병 집단발병 관련 프로그램이 80%의 촬영이 진행된 상황에서 지난 2월 3일(수) 돌연 취재중단 지시가 내려져 결방되는 일이 있었다.

대전MBC 측은 취재중단 지시 이유를 ‘불공정한 방송이 예상되고 방송이 나갈 경우 삼성 측으로부터 명예훼손과 관련한 소송 제기 등 회사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제작진과 노조는 ‘사측에 제작 완료 후 결과물을 보고나서 위험성 여부를 검증해도 늦지 않다며 취재중단 지시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삼성반도체 백혈병 집단발병 관련 프로그램의 방영을 허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삼성백혈병소송단의 일원이자 <시사플러스>의 취재에 응했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3.
그 다음 날인 2월 4일(목)에는 삼성백혈병소송단(단장 박영만· 변호사 겸 산업의학전문의)이 지난 1월 11일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삼성반도체에서 벤젠과 전리방사선 등 백혈병과 림프종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일하다 백혈병과 림프종에 걸린 재해노동자와 그 유족들이 낸 산재불인정을 ‘취소’해 달라’고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행정소송에 검찰이 소송수행자로 참가하겠다는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검찰이 근로복지공단과 더불어 행정소송에 피고로 참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산재소송에 있어서는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고, 아무리 삼성이라고 해도 일개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재소송인데 과연 여느 중소기업에서 집단백혈병이 발생했어도 검찰이 똑같은 행보를 취할까를 생각해보면,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4.
이 뿐만이 아니다.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에는 일일이 다 소개하기도 벅찰 만큼 기가 막힌 일들이 소상히 담겨져 있는데, 그 가운데 단연 으뜸은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와 언론계를 삼성이 어떻게 관리해 왔는지에 관한 부분이다.

이 책은, 왜 그리 이 책의 광고를 막으려고 했는지, 왜 그리 삼성반도체 백혈병 집단발병 관련 시사프로의 방영을 막으려고 했는지, 왜 검찰이 삼성백혈병소송단이 제기한 행정소송에 참가했는지 등 삼성을 둘러싼 참으로 기가 막힌 사건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구성된 한편의 ‘삼성공화국보고서’로서도 손색이 없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참으로 기가 막힌 책’이다.

아무쪼록 삼성을 둘러싼 기가 막힌 사건들이 삼성백혈병집단발병소송의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회의 공기와도 같은 언론이 건강하지 못한 사회는 병이 들게 마련이지만, 동시에 그럴수록 병마와 싸우기 위한 움직임 역시 더욱 치열해진다는 사실이다.

 

(폄) 미디어 충청...http://www.cmedia.or.kr/

김민호 님은 사회당 충남도당(준) 부설 노동자인권센터 소장이자 노무법인참터 충청지사 노무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