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北이 침묵해도 시비 입 열어도 시비'
천안함 참사 보도 "'北 공격' 결론에 모든 정황 끼워맞추기"
천안함 참사 이후 <조선일보>가 보여준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단연, 침몰 원인을 북한 공격설로 단정짓고 여론을 몰아가는 행태가 꼽힌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ABC는 완전히 무너졌다.
특히, 북한 관련 보도에서 이같은 보도의 문제점은 두드러졌다. 사고 초기 북한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는 점을 문제삼으며 '왜 침묵하냐'고 시비를 걸던 <조선일보>는 북한이 공식 입장을 내자 '믿을 수 없다'고 귀를 닫고 있다. 애초부터 북한의 입장은 전혀 안중에 없었다고 밖에 해석할 길이 없다.
"입장 밝혀라" 외치더니… "갑자기 태도 바꾼 것"
<조선일보>는 천안함 침몰 사고 직후부터 일관되게 북한 공격설을 언급해왔다.
그것도 '만약~라면' 식의 가정법으로 일관해왔는데, 날이 갈수록 노골적으로 여론몰이를 했다.
지난달 29일 <조선일보>는 "북한, 사흘째 침묵"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에는 어뢰나 기뢰 등으로 은밀히 공격한 뒤 '남한 자작극'으로 몰아가기 위해 침묵하고 있는 것이란 추정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과거 서해교전 당시에 대략 6시간만에 입장을 내놓았던 북한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에는 꿍꿍이가 있다는 식이었다.
<조선일보>는 4월10일자 사설에서는 "북한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초계함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 2주일째 입을 다물고 있다"면서 "북한의 침묵은 갈수록 수상하다"고 했다. 이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북한이 한 일이 아니면 '아니다'라고 하거나, 평소 입만 열면 '우리 민족' 운운해온 만큼 최소한의 유감 표시 정도는 내놓을 수 있었을 텐데도 말이다"라고 했다.
지난 17일 북한 군사논평원은 천안함 참사와 관련, "역적패당은 최근 외부 폭발이 어뢰에 의해 일어났고 그 어뢰는 우리 잠수정이나 반잠수정에 의해 발사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북 관련설’을 날조하여 유포시키고 있다"면서 "제 입으로 함선 침몰 원인에 대해 해명할 수 있는 이렇다 할 근거를 아직도 찾지 못한 상태라고 공언하면서도 의도적으로 ‘북 관련설’을 내돌리는 가소로운 처사를 두고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북한의 입장이 나오자 <조선일보>는 '시점'을 문제 삼으며 "22일 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이라고 시비를 걸었다. 말을 안하면 안한다고 문제를 삼다가, 말을 하면 '왜 이제서야 말을 하느냐'고 문제를 삼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19일자 사설에서 "'북한 관련설'은 이미 사태의 전면에 등장했다"면서 "북한은 천안함이 북한 어뢰·기뢰 공격에 의해 두동강 난 것으로 밝혀져도 '남한의 자작극(自作劇)'으로 몰아갈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어떤 입장과 어떤 증거를 내놓더라도 믿을 수 없다는 식이다.
<조선일보>는 "북한은 앞으로 천안함 침몰 초기부터 북한 관련 가능성을 애써 부정해온 남쪽의 친북 세력과 호응해 남쪽 내부를 분열시켜 남·남(南·南) 갈등을 부추기려고 '남한의 자작극' 주장을 더욱 떠들어댈 것"이라면서 "북한의 술수(術數)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최단 시일 안에 천안함 침몰 원인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입증할 물증(物證)을 찾아내 북한과 북한 호응 세력의 코앞에 들이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든 것은 천안함으로 통한다? .. '오보'까지도 '끼어맞추기'
심지어, 조중동은 이번 참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별로 없는 일들까지도 마구잡이로 천안함과 연계지어 해석하면서 북한 공격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썼다.
<조선일보>는 같은 사설에서 "대한민국 전체가 천안함 함미 인양을 앞두고 슬픔에 잠겨 있던 14일 밤 죽은 김일성의 98번째 생일을 기념한다며 60억원가량의 돈을 들여 수만발의 폭죽을 쏴대는 대규모 불꽃놀이를 가졌다. 북한군은 대규모 승진 잔치도 벌였다고 한다"면서 마치 북한이 천안함 참사를 '경축'하기 위해 불꽃놀이도 벌이고 승진도 했다는 식의 '말장난'을 폈다.
북한에서 고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15일 대대적으로 축하하는 행사를 해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기초사실이지만 이마저도 천안함 참사와 연결지어 멋대로 해석한 것이다. '이 가뭄에 웬 파업'이라는 식의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일보>는 김정일 위원장이 군사 훈련을 참관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천안함 침몰사건과의 연관성"을 제기하고, 군부의 인사발령도 천안함 침몰사고와 연관지어 보도했다. 금강산관광 중단도 천안함 침몰과 관련지어 해석하고, 대북 삐라를 문제삼는 북한 군부의 통지문도 천안함 사태와 연결지어 보도했다.
자신들의 '오보'에도 무리하게 끼워맞추기를 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일 사설 "미묘한 시기에 이뤄지는 김정일 중국 방문"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공교롭게도 김정일의 방중(訪中)은 서해 백령도에서 발생한 우리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로 대한민국이 충격에 빠져 있는 시기와 겹친다"면서 "천안함 침몰 원인이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북한의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는 상태다. 김정일의 방중 소식에 천안함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게 지금의 한반도 정세(情勢)다"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조선일보>의 태도에 대해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큰 틀에서 보면 북한 공격설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가 나온 게 없는 상황인데, 그런 조건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야 되니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러저러한 상황을 자신들이 주장하는 북한 공격설에 맞게 끼워맞추기식으로 보도해서 뒷받침하는 행태"라면서 "심지어는 (북한에)말하라고 해놓고 말하니까 거짓말이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북한의 논평이 사실이 아니고 속임수라고 한다면 북한이 어뢰공격을 할만한 객관적인 능력이 있는지, 능력이 있다면 왜 이 시기에 공격을 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게 없다"면서 "오히려 객관적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친북 딱지를 붙이면서 색깔 공격까지 하는 건 굉장히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김경환 기자 kk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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