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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수화통역사는 상담, 대리인(?)역할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1. 11. 17.

 

 

수화통역사는 수화통역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농인이 부르거나 찾아와서 상담을 요청하면 상담에도 응해야 합니다. 보통 혼자 해결하기 어려울때, 전문적인 지식이나 정보를 얻고 싶을때 상담이 이루어 집니다. 

 

이번 사건(?)은 '이혼 및 위자료에 대한 조정건'입니다. 

친분이 좀 있는 농인친구가 지난주에 법원에서 날라온 우편을 갖고 상담이 시작된 이후 법적 절차가 진행중입니다.

 

먼저 최종 주소지를 바탕으로 서울가정법원이 아닌 안양법원(가사부)으로 이송요구부터 했습니다. 인지대와 송달료를 아끼기 위해 빠른우편으로 직접보냈습니다. 두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는 의뢰인(농인 남편)이 낮에 직장에서 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제가(수화통역사) 직접 소송 대리업무까지 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난주에 1차 상담을 마쳤지만 오늘도 변호사 사무실에 들러 상담 및 이의신청서를 작성하는 등 일을 마치고, 수원법원에 있는 우체국에 가서 빠른우편으로 서울가정법원에 보냈습니다.

 

상대측에도 '통역인'이 있어 원만하게 해결하고자 유선으로 진행되는 상황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상대측 '통역인(이ㅇㅇ)'은 매우 감정적으로 대하더군요...순간 당황했습니다...ㅜㅜ

 

수화통역사가 농인부부의 '이혼 및 위자료 조정건'에 어디까지 관여해야 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재판이 진행될때는 법원에서 지정한 수화통역사가 수화통역만 하면 되지만 소송절차를 밟는 과정에서는 불가피하게 수화통역사가 개입하게 됩니다. 변호사와 상담할때, 그리고 농인 혼자 판단하기 어려울때는 수화통역사의 조언을 듣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양측의 수화통역을 맡은 통역사들은 앞으로도 직접 만나거나 소통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이 사건은 농인부부의 가정과 자녀양육권 등 농가정의 위기를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대측 농인 부인은 가정을 포기하고 따로 살고 있지만...남아 있는 농인 남편은 혼자서 두 아들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두 아들이 모두 청각,언어장애인이고, 작은 아들은 발달장애까지 있어 부모의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가정입니다.

 

남편이 지난날의 잘못을 모두 용서해 줄 수 있다고 하니...극단적인 이혼보다는 화해조정을 통해서 원만하게 가정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수화통역사의 역할이 수화통역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농인부부가 원만한 가정을 이루어 나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랄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상대측 통역인(이ㅇㅇ)에게 문자를 날렸습니다.

"감정적인 대응이 아니라 농가정을 위해 냉정하고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