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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돈 잘버는 종합병원이면 수화통역사가 배치되어야 합니다!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1. 11. 18.

 

성빈센트 병원에 수화통역 다녀왔습니다.

약속시간보다 10분 일찍 이비인후과에 도착하여 농인을 기다렸습니다. 농인은 오후 진료가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 도착하였습니다.

 

병원카드를 내밀자 간호사(?)는

'예약이 몇시에요?'

'원래 예약은 내일로 되어 있는데...얼굴이 붓고 아퍼서 오늘 급하게 오게 되었습니다'

 

대학병원에 예약도 없이 찾아오는 건 무리였는지 모릅니다. 

약 1시간 이상 기다렸음에도 아무런 소식도 없어 확인해 보았습니다.

 

'정ㅇㅇ씨는 청각장애인인데요...얼마나 더 기다려야 합니까?'

'잠시만요...예약이 많아 더 기다려야 합니다'

 

내일 예약된 시간을 당겨서 약 2시간만에 겨우 진료를 보았습니다.

코속에 솜을 집어넣고 마취시킨 다음에 소독을 한 것 외에는 없었습니다. 고무와 철(?)을 코속에 넣어 두었는데 내일 빼야 된다고 하더군요...ㅜㅜ

 

농인은 병원에 온김에 예약된 내일 진료를 당겨서 보았으면 좋겠다고 하였지만... 본인 뜻대로 되진 않은 셈입니다.

 

축구를 좋아하여 연습경기를 많이 뛰는데...지난주에 볼을 잡으려다 다른 선수와 부딪쳐 코뼈가 부러진 것이라고 합니다.

수술을 하였고, 내일(토) 코속에 박아 둔 철(?)을 뽑는 날이지만... 어제 저녁 8시부터 갑자기 얼굴이 부어올라 병원에 오게 된 것입니다.

 

진료를 모두 마치고 병원을 빠져 나가는데 '무료주차'는 환자용 1대만 허용되며, 수화통역사의 차량은 주차비를 내야 된다고 하더군요.

번거롭지만 고객센터에 가서 확인하고 부탁도 해 보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내일도 병원에 와야 되는데...)

 

부산의 성모병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수화통역사가 상주하고 있는 병원입니다.

(참고 : http://media.daum.net/press/view.html?cateid=1065&newsid=20060807094214859&p=newswire)

 

수원에서는 아주대병원과 성빈센트병원이 가장 큰 종합병원입니다. 주차료를 비롯해서 돈도 가장 많이 벌고 있겠죠...ㅋㅋ

이 정도의 종합병원 수준이면 의사소통의 불편함을 무릅쓰고 진료를 받으러 다니는 농아인을 위해 수화통역사를 배치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원할한 진료를 위해, 병원 서비스 향상을 위해 수화통역사가 하루빨리 배치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