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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소통이 안되어 소외받는 농인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2. 4. 1.

 

 

농인에게 갑자기 문자가 왔습니다.

"오늘 만날 수 있어요?"

 

친분이 있는터라 수화통역이 필요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어 답장을 보냈습니다.

"오후 3시정도에 시간이 됩니다"

 

약속이 오후 3시로 잡혔지만 1시간 전에 문자가 다시 날라왔습니다.

"난 지금 역광장 롯데리아 2층에 기다리고 있어요 편한대로 오세요"

 

   

 

얼마나 급했는지 모르지만 농인은 이미 약속장소에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정을 급하게 마무리하고 수원역으로 갔습니다.

농인은 혼자 기다리고 있었고, 예상했던대로 조급해서 미리 왔다는 것입니다.

 

농인은 전세를 살고 있는데 집 주인이 다른분에게 어제 집을 팔았다고 합니다.

집 주인이 바뀌고 계약기간이 남았지만 월세로 바뀔것 같아 불안하다며 새로운 집주인에게 전세 계약 연장을 할 수 있는지, 아니면 자신에게 되팔 수 있는지 몹시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또한 집안 사정상 월세로 바꿀 수 없는 입장이었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자신에게 팔아야지 왜 다른사람에게 매매를 하냐며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중인 매매 계약을 무효로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이것 저것 농인 얘기만 듣고 판단할 수 없어서... 먼저 전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농인 입장을 전달했더니 전 집주인은 "이미 기회를 주었는데 농인이 답변을 하지 않아 다른 분에게 매매를 한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농인은 "소통이 잘 안되어 기회를 놓쳤다"많이 아쉬워하면서 다른 방법을 고민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계약기간이 7개월 정도 남았으니 여유있게 시간을 갖고 재계약 또는 이사를 준비하기로 한 것입니다.

 

농인이 우리사회에서 늘 소외받고 차별받는 약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농인 입장만 기다려주진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