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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사의 길

2012년 '장애인축구 3급 지도자 강습회' 후기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2. 9. 7.

3일동안 진행된 '강습회' 자료 

 

천안축구센터 열린 '장애인축구지도자 강습회'에 수화통역사로 다녀왔습니다.

이번 2012년 하반기 강습회에 청각언어장애인(농인)은 총원 35명 중에 4명이 참석했습니다. 1~2명이 참석하던 지난 강습회에 비해 많은 인원이 참석한 편이죠...ㅋㅋ 

 

장애인축구는 크게 지적, 뇌성마비, 시각, 청각(농인)축구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일반 축구와 달리 장애별로 규칙과 특성이 다릅니다. 따라서 청각(농인)축구 선수들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자격을 취득한 농인 지도자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청인 지도자가 농인들을 가르칠때 의사소통과 문화가 달라 서로를 이해하고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농인이 참여하는 '지도자 강습회'는 너무 많은 현실적 어려움이 있습니다.

먼저 축구와 관련된 용어를 수화로 100%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축구가 영국에서 시작되어 관련 용어들이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습니다. 풀빽, 센터포워드, 미드필더, 골키퍼, 윙 등 위치와 인사이드 킥, 인스텝킥 등 킥의 종류, 패널킥, 프리킥, 오프사이드 등 파울 종류, 그리고 도핑 테스트, 트레이닝 방법론, 규칙과 방법이 전혀 다른 시각축구와 뇌성마비, 지적축구 이론 등등...  

 

참석한 농인이 가장 부담을 갖는 것은 역시 마지막날 진행되는 필기시험(이론)입니다.

필기시험은 1시간동안 65문제를 풀어여 되며, 주관식은 7문제가 나왔는데 거의 풀지 못했습니다. 특히 영어로 표현되어 있는 문제는 이해는 커녕 읽기도 힘들어 보였습니다...ㅜㅜ

 

청각장애인(농인)에게 가산점이 주어지고는 있지만 좀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합니다.

 

첫째, 수화통역을 교대로 할 수 있도록 수화통역사는 2명이상 배치해 주어야 합니다.

하루에 많게는 10시간의 프로그램을 한 명의 수화통역사가 소화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피로감 누적은 제대로 된 양질의 통역으로 이어질 수가 없기 때문이죠.

 

둘째, 청인에 비해 한국어가 취약할 수 밖에 없는 농인을 위해 간단명료한 학습자료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농인은 강의 통역을 보면서 메모를 할 수가 없습니다. 메모하는 순간 수화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메모를 못하기에 복습도 어렵습니다. 장애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시스템(메모된 학습자료)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청각장애인(농인)이 메모를 하지 않고 수화통역이나 강사님의 얼굴만 집중하여 볼 수 있도록... 핵심 자료 요약본을 만들어 준다면 더욱 많은 정보와 지식을 얻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강습회 교재가 준비되어 있지만 '시각축구이론' 등 글씨가 너무 작아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암튼 강습회에 참여한 농인이 모두 합격하길 기대해 봅니다.

최종 합격자는 약 1주 후에 발표가 되며, '대한장애인축구협회' 홈페이지를 참고하시면 확인할 수 있답니다.

 

수화통역사 '명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