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어통역사협회

수어통역사는 로봇이 아닙니다!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18. 12. 20.



 

수어통역사는 로봇이 아닙니다!

 

수어통역사에 대한 불만을 여기저기서 듣습니다. 그 중에서도 유별나게 불만이 많은 농인도 있습니다. 

주로 방송 통역사나 센터에서 일하는 수어통역사가 비난의 대상입니다. 

 

수어가 '엉터리다' '애매하다' '자격이 없다' '수어실력이 많이 부족하다' 등등 비난하는 표현이 제각각입니다.

격려 차원에서 비판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습관적이거나 정치적 의도(방송국이나 센터에서 퇴출)를 갖고 비난하는 것은 아주 곤란합니다.

 

 물론 수어실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통역사도 있습니다.

10년 20년이 지났음에도 실력이 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경험인데요...1990년 안양농아인협회가 설립되는 날 즉석에서 통역 할때 10%정도 밖에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자리에 참여한 농인들에게 불만이나 비난은 커녕 '수고했다' '고맙다' 등 격려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수어(통역)를 잘하는 통역사가 늘어날수록 상대적으로 불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농인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수어통역(실력)이 향상되지 않는 이유는 크게 4가지 입니다.

 

 첫째, '코다(농인 부모의 자녀)가 아닙니다'

=> 어릴적부터 자연스럽게 익혀 온 수어가 아닙니다.

 

 둘째, '가족이나 친척 중에 농인이 없습니다'

=> 수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셋째, '행정이나 사무(회계) 업무를 맡았습니다'

=> 주어진 일이 많아 수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넷째, '실력 보다는 정(선함)으로 만납니다'

=> 그냥 자격 취득으로 만족합니다. 

 

수어통역사의 입장이나 조건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비난이나 불평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운전면허를 취득했다고 운전을 모두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선천적으로 운전이 서툰 사람이 있습니다.

 

또한 모든 의사가 '명의'가 될 수 없듯이 모든 수어통역사가 100점 짜리 통역사가 될 수는 없습니다. 

(수어통역사 자격시험에서 합격 기준은 100점이 아니라 평균 60점입니다. 자격 평가와 자격관리 및 보수교육도 모두 한국농아인협회에서 합니다)

 

수어통역사 마다 실력의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수어통역사가 수어를 못한다고 농인에게 비난받을 이유가 없고, 주눅들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농인 앞에서는 늘 배우려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합니다(농인 보다 수어를 더 잘 할 수는 없으니까요)  

수어 실력 및 통역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이 분야의 전문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