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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무슨일이

'평택 올인'으로 치룬 경기도지사 선거

by 수어통역사 박정근 2006. 5. 31.

"평택을 지키는 것이 곧 선거과정이었다"

 

[지방선거현장기획⑤] '평택 올인'으로 치른 경기도지사 선거
김경환 기자    메일보내기  

  미군기지 문제는 경기도의 오래된 화두다. 농반진반으로 경기도는 미군기지와 나머지로 나뉜다고 말한다. 주한미군 기지의 상당수가 경기도에 몰려있는 현실과 이로 인한 주민피해,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지역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민주노동당에서 미군기지 문제에 집중하는 데에는 그만한 까닭이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2002년 도지사 선거에서, 그리고 이번 5.31지방선거에서 미군기지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선거기간 일부 지역에서 지역현안이나 중앙 정치현안 등 거대담론에 매몰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지만 경기도 선거는 처음부터 끝까지 평택문제를 최대 이슈로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김용한 도지사 후보는 유세 뿐만 아니라 각종 TV토론, 방송연설 등에서도 빠짐없이 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의 부당성을 설파하는데 주력했다. 때로는 감성적으로, 때로는 논리적으로 공략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평택 문제는 단연 으뜸가는 화두였다.
  
  

△지난 5월 3일, 평택 군부대 투입을 앞두고 민주노동당 김용한 경기도지사후보, 김선동 사무총장, 최순영 의원이 국회 기자실에서 군부대투입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마침 5월 4일과 5일, 평택에서는 군경합동작전으로 강제대집행이 벌어졌고, 군인과 민간인의 충돌이 벌어졌다. 경기도 지역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후보자들과 운동원들이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대거 평택으로 달려갔다. 일부 후보자들과 선본핵심관계자들까지 대추초등학교를 지키는 과정에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선거만을 생각했다면 엄두를 못냈을 일이다.

 

하지만, 선거보다 평택을 지키는 일이 더 시급했고, 평택을 지키는 게 곧 선거과정이기도 했다. 후보들의 공보물에도 평택미군기지확장이전의 부당성을 알리는 광고가 한 면을 채웠다.
  
  경기도지사 선거 운동은 대중투쟁이 선거와 어떻게 접점을 찾았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후보와 선본이 합심하고, 선거와 대중투쟁을 별개가 하닌 하나로 모아내는 운동 그 자체였던 것이다.
  
  여기에 대해 민주노동당 경기도지사 선본 조양원(45) 기획위원장은 "김용한 후보 자체가 경력이 평택범대위 상임공동대표"라며 후보가 평택문제에 집중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실제 평택 투쟁이 우리가 의도해서 커졌다기 보다 저들이 4일 군대를 투입하면서 강제대집행에 나서면서 객관적으로 커져버린 측면이 있다"며 "물론, 이런 객관상황을 예상해서 평택문제를 초점으로 잡고 선거운동을 벌였다"고 말했다.
  
  또한 "미군이나 미군기지 문제가 사실 국가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기하기엔 큰 주제인 것은 맞다"면서도 "대중투쟁이 크게 일어났고, 후보도 여기에 조응해서 열심히 평택문제 중심으로 싸웠다. 의도했던 대로 선거와 평택투쟁을 잘 결부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용한 후보의 평가도 별반 다르지 않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기간 평택문제에 집중한 데 대해 "4일과 5일을 거치면서 평택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전국적인 사안으로 만든 것은 물론, 국제뉴스로까지 만들어내는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물론, 이런 평가는 선거운동기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선거전부터 계속 이어온 대중투쟁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김 후보는 "TV토론회 등에서 자유토론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확실하게 평택 미군기지확장이전의 문제점을 부각시켰고, 특히 기자협회에서 주최한 토론회가 끝나고는 많은 기자들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평택에 군부대를 투입하려는 국방부의 계획이 알려진 직후인 4월 26일. 민주노동당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택미군기지확장반대를 공통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중의소리


  아쉬운 점도 있다. 김 후보는 "미군기지 관련해서 지금까지 길게 얘기해서 설득을 못한 사람이 없었는데 선거기간 동안에는 길게 얘기할 시간이 없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앞으로도 선거가 끝난만큼 다른 방식의 투쟁을 통해 평택문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양원 기획위원장도 "5월 이후 평택에서 주민들에 대한 탄압이 강화되고 있는데 선거일정상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나름대로 평택 문제를 부각시키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토론도 우리 의제를 중심으로 되는 건 아니라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미군기지 없는 경기도'란 슬로건을 전면에 내걸고 선거를 치렀던 지난 2002년. 당시 후보로 나섰던 민주노동당 김준기 후보는 6%에 조금 못미치는 득표를 했다. 4년이 지난 올해 선거에서는 당시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실제 미군기지 문제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이 부쩍 커졌다는게 선본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선본관계자는 "당시와 대단히 차이가 난다"며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건 이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2002년 지방선거 때만 해도 전동록씨가 미군고압선에 감전돼 돌아가셨어도 여론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여중생 사건 이후에는 미군관련 사안이나 미군범죄 등에 대해 국민여론이 우호적으로 되고 있고, 평택 같은 사안은 전국적인 사안으로 돼있는 만큼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선거기간 동안 10여차례의 TV토론과 수 회에 걸친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평택 문제를 집중 부각시킬 수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됐다.
  
  이런 관심은 선거기간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2002년과 비교해서는 확연히 높은 지지율을 보인 것이다. 구체적인 결과는 개표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최소한 경기도지역에서의 민주노동당 지지율은 15% 가량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 경기도지사 선본이 내적으로 삼았던 목표가 실현되는 것이다. 후보 지지율도 두자릿수를 넘기는 게 목표다. 막판 지지율 상승흐름으로 봐서는 이 목표도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선본관계자는 내다봤다.
  
  김문수, 진대제라는 강타자와의 싸움에서 이뤄낸 이같은 결과는 대중투쟁과 선거운동의 결합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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